주간동아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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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정의 인디팝 신곡 ‘뉴 카’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8-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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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MTV를 연상케 하는 류수정의 신곡 ‘뉴 카(NEW CAR)’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유튜브 채널 Stone Music Entertainment 캡처

    1990년대 MTV를 연상케 하는 류수정의 신곡 ‘뉴 카(NEW CAR)’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유튜브 채널 Stone Music Entertainment 캡처

    러블리즈(Lovelyz)로 데뷔해 솔로로 활동 중인 류수정은 2022년 자신의 레이블 ‘하우스 오브 드림스(House of Dreams)’를 설립했다. R&B와 팝을 기반으로 이어오는 작업들이 특히 지난해부터는 한결 홀가분한 인상을 준다. 살짝 비틀어진, ‘대안적’ 공기가 들어간 인디팝이라고나 할까. 새 미니앨범 ‘뉴 카(NEW CAR)’와 동명의 신곡도 그런 느낌을 잘 살렸다.

    빨간 자동차 보닛에서 시작되는 뮤직비디오에는 이내 인터넷 브라우저로 대구 지도를 조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어 ‘스트리트 뷰’ 화면으로 시골길과 도시를 오가며 차가 ‘주행’한다. 중간에 잠시 등장하는 이 차의 정체는 1990년대를 휩쓸었던 경차 ‘티코’인 듯하다. 발판을 놓고 춤추는 게임인 ‘댄스 댄스 레볼루션’도 소품으로 등장한다. 거친 크로마키(Chroma Key)로 합성된 아티스트의 가벼운 움직임도 1990년대 MTV의 질감이다. 완성형으로 정제된 퍼포먼스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여유시간에 즐기는 모습을 편집해 넣은 것 같은 분위기마저 꼭 그렇다. 

    전자음 냄새가 물씬 나는 드럼과 베이스, 화려하게 찍는 키보드는 1980년대 분위기면서 동시에 신스팝 영향을 받아 발전한 1990년대 인디팝처럼 들리기도 한다. 드라이브하듯 시원하고 기분 좋지만, 감정적인 이야기를 할 틈이 나지 않을 것처럼 내내 쿨하다. 

    여기에 스트리트 뷰가 결합한다. 광대한 계곡이나 바닷속까지 들어가는 스트리트 뷰는 21세기가 선사하는 경이다. 그러나 사진이 촬영 구간별로 뚝뚝 끊기거나 공간감이 약간씩 일그러지는 데서는 조금 어설픈 느낌도 든다. 조악한 합성으로 대변되는 일련의 레트로 이미지들과는 좋은 궁합이라고 하겠다. 아주 사소해 보이고 그 나름 귀여운 데가 있지만 동시에 조금 ‘이상하다’. 

    미니앨범의 서두를 여는 ‘배드 바이(Bad Bye)’ 뮤직비디오도 비슷하다. 줌(Zoom) 화상회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방 풍경을 실제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 예쁘고도 한없이 익명인 공간에서 류수정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노래하거나 아주 일상적이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이어간다. 때로 물건들을 ‘조금’ 어지르거나 소파에 드러눕기도 한다. 모든 게 편하고 예쁘고 적당 적당한 것만 같지만 어딘지 아슬아슬하다. 



    쿨해서 질리지 않는 음악

    러블리즈를 다시 생각해본다. 사랑스러운 듯하면서도 서늘했던 음악 속에서 류수정이 아주 화사하거나 서글픈 대목을 소화할 때면 몰입감이 형성되곤 했다. 내내 조금 비틀린 세계지만 그를 유명하게 한 미려한 음색은 여전하다. 다만 좀 더 일상적이고 사적인 뉘앙스, 특히 중간 음역대에서 그윽함 속에 달콤함이 배어 나오는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한다. 쿨해서 질리지 않고 달콤해서 더 듣고 싶어지는 아주 좋은 팝송들이다. 솔로 가수 류수정의 기분 좋은 주행이 근사한 음악적 드라이브 코스를 찾아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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