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더민주) 전당대회 구도는 꽤 단순하다. ‘친문’(친문재인)그룹의 표심을 잡는 자가 당권을 쥔다는 것. 더민주 관계자는 대부분 이를 ‘절대명제’로 본다. 차기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지분’이 크게 작용하는 데는 경쟁자들이 당권경쟁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모두 선출직 행정가이며, 국회의원 기준 세(勢)를 따져봐도 미미한 수준이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자. 더민주 주류는 친노(친노무현)인가, 친문인가. 단순 수치로 의원 122명(국회의장에 오른 정세균 의원 제외) 가운데 57명이 초선이다. 이들은 대개 친문 성향이라 볼 수 있다. 5월 4일 초선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 친문 인사들이 그의 승리를 앞서 점친 바 있다. 그만큼 ‘세’는 실재한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 조직적인 움직임이나 ‘오더’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권보다 공천이 먼저인 시절 ‘친노’로 불린 그룹은 점조직이라 할지라도 큰 틀의 ‘오더’를 공유하는 수준의 조직력을 보였다.
그러나 공천이 끝난 지금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당내 균형 축은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목숨(공천)보다 대의(대권)가 중요한 계절이다. 노골적 ‘오더’ 대신 명분을 앞세운 ‘암묵적 동의’가 존재한다. 왜 그럴까. 친문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 ‘반노’(반노무현)였던 세력이 국민의당으로 떨어져나가면서 당내 주류의 구심력이 강해진 상황인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다. 여기에 영남권, 특히 PK(부산·경남) 대의원들은 문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당원들은 지금 과거 ‘친노’와는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친문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추미애(5선) 의원과 송영길(4선) 의원이다. 이종걸, 신경민, 김진표 의원 등이 도전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4명 이상이 입후보할 경우 3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컷오프’ 제도 등을 감안하면 당권은 크게 추미애, 송영길 ‘양강’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친문에 더 가까운지 여부는 특히 중요한 요인이다.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두 주자는 모두 친문그룹의 표를 끌어오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먼저 추미애 의원. 그는 친문그룹으로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선점한 걸로 평가된다. 관련해 주목되는 사건은 2015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약 3개월간 이어진 안철수 탈당 파동이다. 6개월 전 사건이 전당대회의 당심을 가르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안철수 탈당 파동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의원은 ‘반노’와 비주류의 공세를 적극 방어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이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 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당 지도부 안에서도 이른바 ‘비노’의 반발이 거세질 당시 추 의원은 “각자 목소리를 내서 파편조각처럼 내뱉는 말이 멋지게 들릴 수는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쏘아붙이는 등 문 전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추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탄핵 반대 입장이었다 표결 참여로 돌아선 ‘원죄’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것이 친문그룹에게 큰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지는 않다. 표창원, 김병기, 조응천, 김정우 의원 등 전통적인 ‘친노’ 분류법에 해당하지 않는 인물이 많이 입성한 점도 한 원인일 것이다. 그만큼 4·13 총선 이전의 ‘친노’와 그 이후의 ‘친문’은 온도차를 보인다.
다만 ‘추미애 리스크’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2010년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당명을 어기고 노동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호남을 겨냥해 “당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돌출 행동 때문에 붙은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칭이 수권을 준비하는 야당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송 의원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있다. 한 친문 인사는 “계파에 기대지 않는, 참신한 쟁점을 꺼내 판 자체를 흔든다면 송영길 의원은 다른 차원의 ‘승산’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그룹의 느슨한 연대를 깨뜨릴 ‘필승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수가 없는 한 당권경쟁이 싱거워지는 분위기라, 당권 이후 상황을 그려보는 게 더 흥미롭다. 김부겸 의원은 단연 주목받는 인사다. 더민주 불모지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데다 정치 구력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에 몸담은 적이 있지만, 그의 정치적 뿌리는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의 고(故) 노무현에 있다. 애초 그의 당권 도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구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모습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친문그룹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통합행동에 몸담았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부겸이 대안 부재의 호남 정서를 건드리면 대권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친문그룹 안에 있더라”고 했다.
최근 ‘리베이트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국민의당 내분도 변수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3자 구도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면 호남지역 의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박원순, 안희정의 행보도 주목된다. ‘경선에서 떨어지더라도 몸값을 불려놓겠다’는 각오로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 ‘비상 대권’을 내려놓을 김종인 의원, 충청의 정운찬 전 총리 등 ‘경제 전문가’들의 행보도 더민주 차기 대권구도에서 주목할 만하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자. 더민주 주류는 친노(친노무현)인가, 친문인가. 단순 수치로 의원 122명(국회의장에 오른 정세균 의원 제외) 가운데 57명이 초선이다. 이들은 대개 친문 성향이라 볼 수 있다. 5월 4일 초선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선출되기 전 친문 인사들이 그의 승리를 앞서 점친 바 있다. 그만큼 ‘세’는 실재한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 조직적인 움직임이나 ‘오더’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권보다 공천이 먼저인 시절 ‘친노’로 불린 그룹은 점조직이라 할지라도 큰 틀의 ‘오더’를 공유하는 수준의 조직력을 보였다.
그러나 공천이 끝난 지금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당내 균형 축은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 목숨(공천)보다 대의(대권)가 중요한 계절이다. 노골적 ‘오더’ 대신 명분을 앞세운 ‘암묵적 동의’가 존재한다. 왜 그럴까. 친문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 ‘반노’(반노무현)였던 세력이 국민의당으로 떨어져나가면서 당내 주류의 구심력이 강해진 상황인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다. 여기에 영남권, 특히 PK(부산·경남) 대의원들은 문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당원들은 지금 과거 ‘친노’와는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친문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
관리형 대표 선출
친문그룹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전제를 깔았으니, 이제 인물들을 보자. 한 친문 인사는 이번 전당대회를 ‘관리형 대표 선출’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다. 이번에 선출될 당대표가 맡을 최우선 과제는 당내 대통령선거(대선) 경선 관리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선거 후 진행하는 사고지역위원회 재건 등 이른바 ‘조직 강화 작업’이 있다. 나아가 대선을 앞두고 사고지역을 넘어 전국 조직을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러나 ‘관리형 대표 선출’ ‘맥 빠진 전당대회’ 같은 세평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박영선, 김부겸 의원 등 거물급 비주류의 당권 도전 포기로 흥행 요소마저 사라졌다.현재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추미애(5선) 의원과 송영길(4선) 의원이다. 이종걸, 신경민, 김진표 의원 등이 도전을 머뭇거리고 있지만, 4명 이상이 입후보할 경우 3명의 후보로 압축하는 ‘컷오프’ 제도 등을 감안하면 당권은 크게 추미애, 송영길 ‘양강’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친문에 더 가까운지 여부는 특히 중요한 요인이다.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두 주자는 모두 친문그룹의 표를 끌어오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먼저 추미애 의원. 그는 친문그룹으로부터 우호적인 여론을 선점한 걸로 평가된다. 관련해 주목되는 사건은 2015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약 3개월간 이어진 안철수 탈당 파동이다. 6개월 전 사건이 전당대회의 당심을 가르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이다. 안철수 탈당 파동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의원은 ‘반노’와 비주류의 공세를 적극 방어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이 혁신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 전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당 지도부 안에서도 이른바 ‘비노’의 반발이 거세질 당시 추 의원은 “각자 목소리를 내서 파편조각처럼 내뱉는 말이 멋지게 들릴 수는 있어도 문제 해결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쏘아붙이는 등 문 전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추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탄핵 반대 입장이었다 표결 참여로 돌아선 ‘원죄’가 있지만, 현 상황에서 이것이 친문그룹에게 큰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지는 않다. 표창원, 김병기, 조응천, 김정우 의원 등 전통적인 ‘친노’ 분류법에 해당하지 않는 인물이 많이 입성한 점도 한 원인일 것이다. 그만큼 4·13 총선 이전의 ‘친노’와 그 이후의 ‘친문’은 온도차를 보인다.
다만 ‘추미애 리스크’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는 2010년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당명을 어기고 노동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호남을 겨냥해 “당대표가 되면 새만금 신공항을 이뤄내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돌출 행동 때문에 붙은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칭이 수권을 준비하는 야당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성향 중진 그룹 ‘통합행동’
송영길 의원은 친문그룹 내에서 점수를 일부 잃은 것 같다. 2015년 10월 결성한 ‘통합행동’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이다. 박영선, 조정식, 민병두, 정성호, 정장선, 김부겸 의원 등 중도성향의 중진 그룹이던 통합행동은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이 주도한 ‘반노’ 진영과 일부 거리를 뒀지만, ‘문재인으로는 어렵다’는 공감하에서 움직였던 게 사실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깜짝 등판하면서 흐지부지됐다지만, 당시 통합행동의 태도에 친문그룹은 꽤 서운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송 의원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있다. 한 친문 인사는 “계파에 기대지 않는, 참신한 쟁점을 꺼내 판 자체를 흔든다면 송영길 의원은 다른 차원의 ‘승산’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그룹의 느슨한 연대를 깨뜨릴 ‘필승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변수가 없는 한 당권경쟁이 싱거워지는 분위기라, 당권 이후 상황을 그려보는 게 더 흥미롭다. 김부겸 의원은 단연 주목받는 인사다. 더민주 불모지인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데다 정치 구력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에 몸담은 적이 있지만, 그의 정치적 뿌리는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의 고(故) 노무현에 있다. 애초 그의 당권 도전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구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모습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친문그룹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통합행동에 몸담았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부겸이 대안 부재의 호남 정서를 건드리면 대권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친문그룹 안에 있더라”고 했다.
최근 ‘리베이트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국민의당 내분도 변수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3자 구도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면 호남지역 의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박원순, 안희정의 행보도 주목된다. ‘경선에서 떨어지더라도 몸값을 불려놓겠다’는 각오로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 ‘비상 대권’을 내려놓을 김종인 의원, 충청의 정운찬 전 총리 등 ‘경제 전문가’들의 행보도 더민주 차기 대권구도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