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4월 4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검은돈을 숨기거나 탈세한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인물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매형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강력한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 주석으로서는 도덕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 이번에 공개된 페이퍼 컴퍼니에는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 류윈산(劉雲山) 언론 및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인척도 이사와 주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 주석을 포함해 현직 정치국 상무위원 3명과 리펑(李鵬) 전 국무원 총리의 딸 등 전직 상무위원 5명의 가족 및 친인척 이름이 공개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진상조사 대신 관련 보도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나섰다. 이번 스캔들로 사임 의사를 밝힌 아이슬란드 총리 등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후폭풍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국민 사이에서는 ‘특권층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ICIJ가 발표한 ‘파나마 페이퍼스’ 보고서가 중국 공산당 지도층의 도덕성과 정통성에 입힐 내상(內傷)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 페이퍼스’ 보고서는 남미 최대 로펌 ‘모사크 폰세카(Mossack Ponseca)’가 1977~2015년 업무를 맡은 고객사(개인과 업체) 21만4488곳의 각종 금융 주식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ICIJ가 공개한 자료 1150만 건에는 전·현직 정상 12명을 포함해 총 200여 개국 1만4153명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돼 있다.
‘베스트 이펙트 엔터프라이즈’는 홍콩 섬의 한 회사를 주소지로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주소에 없었다. 홍콩 ‘밍(明)보’는 “두 회사 모두 시 주석 집권 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덩 씨는 2014년 1월 ICIJ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버진아일랜드에 ‘엑설런스 에포트 프로퍼티 디벨럽먼트’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설립 시점은 2008년 3월로 덩 씨는 이 회사의 대표이면서 지분 50%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덩 씨 부부는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다(萬達)의 자회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발단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일부 중국 고위층과 측근이 완다그룹의 주주로 등록돼 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기사 내용을 부인하던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은 10월 29일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2009년 완다그룹 산하의 ‘완다상업부동산’이 사모(私募) 방식으로 투자를 받을 때 덩 씨 부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베이징친촨다디(北京秦川大地)’라는 부동산투자회사도 참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회사가 홍콩에서 상장되기 약 2개월 전인 2014년 10월 덩 씨 부부는 보유 주식을 헐값에 매도했다”고 말했다.
덩 씨 부부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 시 주석 본인이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공개된 페이퍼 컴퍼니가 탈세를 위한 것이었는지 등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최고 권력자의 가족인 이들 부부가 부동산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것만으로도 시 주석의 ‘반부패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덩 씨 부부는 과거 부동산개발회사를 세워 치 씨가 회장, 덩 씨가 사장을 맡았다. ‘블룸버그 통신’이 2012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덩 씨 부부와 딸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7억6000만 달러(약 8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펑 전 총리의 딸로 전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인 리샤오린(李小琳)도 2014년 ‘1차 폭로’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리 전 회장은 부친이 총리로 재직하던 당시 남편 류즈위안(劉智源)과 함께 ‘리히텐슈타인 재단’을 세웠으며 이 재단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코픽 인베스트먼트’의 단독 주주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리 전 회장은 리펑의 딸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홍콩 여권과 이력서에 이름을 ‘샤오린 리우 리’로 표기했다고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는 꼬집었다.
ICIJ의 2014년 1월 폭로 당시에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최고지도자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친인척 이름도 명단에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최고 지도부의 가족과 친인척이 유령회사 설립에 가담한 내용이 폭로되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관련 내용을 부인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 역시 덩 씨 부부를 포함해 고위층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창이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검색이 되지 않게 만드는 온라인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5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운동이 ‘이중 잣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이후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호랑이(고위 부패 관리)와 파리(중·하위직 부패 관리)’를 합쳐 75만 명 이상의 당원이 부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여우사냥(獵狐)’이라는 이름으로 국외 도피사범 검거 작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WSJ는 “시 주석은 강하고 깨끗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반부패정책을 밀어붙였지만 결국은 권력 강화를 위한 정치적 숙청이라는 비판도 제기돼왔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진상조사 대신 관련 보도에 대한 철저한 통제에 나섰다. 이번 스캔들로 사임 의사를 밝힌 아이슬란드 총리 등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후폭풍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 국민 사이에서는 ‘특권층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ICIJ가 발표한 ‘파나마 페이퍼스’ 보고서가 중국 공산당 지도층의 도덕성과 정통성에 입힐 내상(內傷)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 페이퍼스’ 보고서는 남미 최대 로펌 ‘모사크 폰세카(Mossack Ponseca)’가 1977~2015년 업무를 맡은 고객사(개인과 업체) 21만4488곳의 각종 금융 주식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ICIJ가 공개한 자료 1150만 건에는 전·현직 정상 12명을 포함해 총 200여 개국 1만4153명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돼 있다.
골칫덩어리 매형, 다시 한 번 걸림돌로
시 주석이 ‘형제자매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밝히곤 했던 사람은 큰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67)다. 그의 남편이자 시 주석에게는 큰매형인 덩자구이(鄧家貴·65)가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명단에 오른 장본인이다. ICIJ에 따르면 덩 씨는 2009년 9월 버진아일랜드에 ‘베스트 이펙트 엔터프라이즈’와 ‘웰싱인터내셔널’ 등 2개 회사를 설립했다.
‘베스트 이펙트 엔터프라이즈’는 홍콩 섬의 한 회사를 주소지로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주소에 없었다. 홍콩 ‘밍(明)보’는 “두 회사 모두 시 주석 집권 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덩 씨는 2014년 1월 ICIJ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버진아일랜드에 ‘엑설런스 에포트 프로퍼티 디벨럽먼트’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설립 시점은 2008년 3월로 덩 씨는 이 회사의 대표이면서 지분 50%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덩 씨 부부는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다(萬達)의 자회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발단은 지난해 4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일부 중국 고위층과 측근이 완다그룹의 주주로 등록돼 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기사 내용을 부인하던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은 10월 29일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2009년 완다그룹 산하의 ‘완다상업부동산’이 사모(私募) 방식으로 투자를 받을 때 덩 씨 부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베이징친촨다디(北京秦川大地)’라는 부동산투자회사도 참여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회사가 홍콩에서 상장되기 약 2개월 전인 2014년 10월 덩 씨 부부는 보유 주식을 헐값에 매도했다”고 말했다.
덩 씨 부부가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 시 주석 본인이 어떤 관련이 있었는지, 공개된 페이퍼 컴퍼니가 탈세를 위한 것이었는지 등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최고 권력자의 가족인 이들 부부가 부동산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것만으로도 시 주석의 ‘반부패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덩 씨 부부는 과거 부동산개발회사를 세워 치 씨가 회장, 덩 씨가 사장을 맡았다. ‘블룸버그 통신’이 2012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덩 씨 부부와 딸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7억6000만 달러(약 8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펑 전 총리의 딸로 전 중국전력국제유한공사 회장인 리샤오린(李小琳)도 2014년 ‘1차 폭로’에 이어 다시 등장했다. 리 전 회장은 부친이 총리로 재직하던 당시 남편 류즈위안(劉智源)과 함께 ‘리히텐슈타인 재단’을 세웠으며 이 재단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코픽 인베스트먼트’의 단독 주주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리 전 회장은 리펑의 딸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홍콩 여권과 이력서에 이름을 ‘샤오린 리우 리’로 표기했다고 미국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는 꼬집었다.
“고위층 가족은 특권층인가” 불만 고조
이번 명단에는 장가오리 부총리, 류윈산 언론 및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인척과 함께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외손녀인 재스민 리(李紫丹)의 이름도 들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이던 2009년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하비스트 선 트레이딩’이라는 회사의 단독 주주로 등록됐다는 것. 이 회사는 2010년 12월 중국 명품 시계 체인업체 ‘헝더리’ 창업자인 장위핑(張瑜平)이 단돈 1달러에 리 씨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밍보’는 전했다. 리 씨는 또 버진아일랜드에 만들어진 ‘신성인베스트먼트’의 단독 주주로 등재됐으며 이 회사는 베이징에 2개 자문회사를 가지고 있다.ICIJ의 2014년 1월 폭로 당시에는 덩샤오핑(鄧小平) 전 최고지도자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친인척 이름도 명단에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최고 지도부의 가족과 친인척이 유령회사 설립에 가담한 내용이 폭로되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관련 내용을 부인한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 역시 덩 씨 부부를 포함해 고위층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인터넷포털사이트 검색창이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검색이 되지 않게 만드는 온라인 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5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운동이 ‘이중 잣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이후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호랑이(고위 부패 관리)와 파리(중·하위직 부패 관리)’를 합쳐 75만 명 이상의 당원이 부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여우사냥(獵狐)’이라는 이름으로 국외 도피사범 검거 작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WSJ는 “시 주석은 강하고 깨끗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반부패정책을 밀어붙였지만 결국은 권력 강화를 위한 정치적 숙청이라는 비판도 제기돼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