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체로 펀드를 어려워한다. ‘투자’에 대한 정서적 불안감을 제외하면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첫째, 펀드 종류가 너무 많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만 해도 수천 개가 넘는다. 좋은 펀드를 선택하려면 그 모든 펀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힌다. 두 번째, 펀드마다 이름이 너무 어렵다. 예를 들어 ‘◯◯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A’ ‘◯◯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W’ 이런 식이다. 특히 해외펀드 이름은 더 복잡하다. 거기에 환율 위험까지 감안해야 하면 해외펀드는 ‘꾼’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펀드를 선택하는 일도, 그렇게 선택한 펀드를 가끔씩 들여다보는 일도 괜히 머리 아프고 짜증마저 난다. 그렇기에 일반인은 딱 한 가지, 수익률만 생각하려 한다. 가입할 때도 수익률만 물어보고, 가끔씩 펀드를 점검할 때도 수익률만 쳐다본다. 그러니 금융업 관계자들은 이들을 자기 창구에 끌어다 앉히기만 하면 쉽게 상품을 팔아먹을 수 있다. “수익률 괜찮은 펀드가 있는데, 한번 투자해보실래요?”라는 이 말 한마디에 솔깃하지 않을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펀드 투자가 계속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다. 1분기, 즉 올해 1월에서 3월까지 석 달 동안 국내 펀드들이 기록한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크게 인기를 누렸던 펀드들이 거의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듭하던 펀드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저 수익률만 쳐다보고 가입했던 고객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한다. ‘나는 펀드와 인연이 없어.’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주식 운용 방법, 수수료 계산만 알아도
하지만 나는 당신의 선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수익률이 남다른 펀드는 대체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경기 흐름에 잘 편승했거나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이 탁월했을 수도 있다. 물론 수익률이 항상 좋은 펀드는 없다. 늘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 투자, 즉 펀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할 땐 좋았지만 지금은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좀 더 지켜보는 편이 좋다. 그러나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몇 가지 더 확인한 후 선택할 것을 권한다.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 후 수익률 변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사람들 표정은 대부분 떨떠름하게 바뀐다. ‘그 복잡한 펀드를 내가 어떻게?’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를 분석한다는 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먼저 관심 있는 펀드를 몇 개 정해보자. 뉴스 경제면을 살펴보면 최근 잘나가는 펀드들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그다음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테고리에서 증권을 선택하고 해당 펀드 이름을 검색창에 넣어보자. 예를 들어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특정 펀드는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를 검색해보자. 이때 ‘펀드’라는 단어는 지우고 검색한다. 그 결과 총 19개 펀드가 검색되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밸류10년투자’ 뒤에 붙는 글자들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과 ‘배당증권자투자신탁’은 누구나 일반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펀드다. 특히 ‘배당증권자투자신탁’은 배당주 펀드로 주로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다. 그러나 ‘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고, ‘연금증권전환형투자신탁’은 연금저축 가입자가 가입하는 펀드다.
‘주식’이란 표현은 주식형 펀드, ‘채권혼합’은 주식과 채권에 나눠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를 의미한다. 혼합형 펀드는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혼합형, 채권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으로 구분된다. 즉 채권혼합형은 주식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위험이 적고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보다 위험이 많은 혼합형 편드이지만, 주식혼합형에 비해 위험이 좀 더 낮은 펀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위험이 낮다는 것은 기대할 수 있는 수익 역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잠재력 있는 펀드에 집중
다음으로 ‘C’나 ‘종류A’와 같이 뒷부분에 따라붙는 단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들은 해당 펀드에서 판매 수수료를 떼는 방식이나 가입 방법 등을 의미할 뿐, 펀드 자체의 본질적인 속성은 아니다. 펀드 수수료는 크게 판매 수수료와 운용 수수료로 나뉘는데 판매 수수료는 펀드를 판매하는 쪽(증권사, 은행)에서, 운용 수수료는 펀드를 만들고 직접 운용하는 쪽(자산운용사)에서 가져간다. 반면, 인터넷이나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가입하면 판매 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아주 저렴하다.펀드 판매 수수료는 돈을 납부할 때 원금에서 떼는 A형(선취형), 적립금에서 떼는 B형(후취형), 선취도 후취도 아니지만 연간 수수료가 비싼 C형으로 나뉜다. 또한 인터넷으로 가입할 수 있는 펀드는 펀드 이름 뒤에 E, 펀드슈퍼마켓에서 가입할 수 있는 펀드는 S가 붙어 있다. 펀드 이름 뒤에 따라붙는 숫자는 펀드 순번을 의미한다. 펀드 규모가 너무 커지면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자 같은 펀드를 새로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정도 이해한 다음 펀드를 클릭해보자. 해당 펀드에 대한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다. 가장 위에 나오는 내용은 주로 수익률에 대한 것이다. 물론 중요하지만 펀드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우선순위는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수익률은 항상 달라진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내용은 해당 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다. ‘가치투자’ ‘장기투자’ ‘저평가종목’ ‘성장잠재력이 있는 종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톱10 보유 주식을 보면 상품 운용 철학과 원칙에 따라 이 펀드가 현재 투자하는 주요 종목을 알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을 어느 정도 이해한 다음, 관련 경제 뉴스와 함께 해당 펀드의 수익률을 본다면 현재의 성적이 왜 이런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야만 비로소 펀드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알고 나면 무척 쉽다. 마치 자신이 펀드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이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각 증권사 인터넷 홈페이지나 펀드슈퍼마켓 등을 적극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