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의 배터리 생산 합작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제공]
“정책이랄 게 없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나타나면서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이 1조 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설비(10GWh·기가와트시)를 짓고 이를 5년간 가동할 경우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242억 원으로 주요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표 참조). 배터리 기업이 같은 조건에서 미국에 투자한다면 지원금 3조550억 원을 받을 수 있고 유럽에서도 최대 4000억 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각국 지원 규모가 24.6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 지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이랄 게 사실상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 기반은 위축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매출액과 출하량 기준으로 각각 30.3%, 25.3%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정부 지원책이 강한 미국 등에 진출하면서 국내 생산 기반의 상대적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한국 내 배터리 생산량은 2022년 기준 1%에 불과하며, 2027년이 되면 이마저도 1%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최저한세에 긴장
글로벌 최저 법인세(최저한세) 적용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5월 20일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김창기 당시 국세청장을 만나 “최근 이차전지 시장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기술 경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원이 절실하다”며 “여러 세제 혜택을 받아 투자 효율을 높이고 재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최저한세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자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세율(15%)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될 경우 그 차이만큼 추가로 과세하도록 한 제도다.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1300억 원)가 넘는 기업이 대상이며,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포함된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받은 AMPC가 약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2000억 원 추가 세액 의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추가 세액 규모는 더 증가하게 된다. 관련 기업이 대부분 미국 정부의 세제 지원에 힘입어 흑자 운영에 들어선 만큼 배터리업계는 최저한세 적용에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양인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특징이 자국법으로 세액공제 등 고유한 혜택을 따로 줄 수 없도록 한 것이라서 마땅한 세제 지원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관련 규정을 우회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겠으나 정공법이 아닌 만큼 세제 외적인 지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철완 교수는 “한국의 정책이 경쟁 국가들과 비교할 때 유연성이 떨어지고 혁신적인 성향이 사라진 지 오래라서 바닥부터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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