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장에서 한강벨트는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구를 제외한 8개 선거구에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기 때문이다. 의원 면면을 봐도 결코 간단치 않다.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의원을 차치하더라도 정청래, 홍익표, 고민정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적잖게 포진해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 하나 맘 편히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앞서는데…
새해를 맞아 4·10 총선까지 100일을 남겨두고 있다. [동아DB]
실제로 지난 총선 이후 한강벨트의 표심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20대 대선 당시 한강벨트가 속한 5개 자치구는 모두 윤석열 후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용산구가 56.44%로 한강벨트 가운데 가장 높은 윤 후보 지지율을 보였다. 득표율이 가장 낮았던 광진구도 윤 후보를 지지한 구민이 48.82%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을 1.63%p 차로 앞질렀다. 당시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 격차가 0.73%p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강벨트에서 윤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45%까지는 상승해야 국민의힘 입장에서 기존에 넘보지 못했던 지역도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에서 머무른다면 한강벨트는커녕 서울 8석을 지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론 추이를 봐도 상황은 간단치 않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9일부터 사흘간 리서치앤리서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최근 여론조사를 비교할 때 한강벨트 5개 자치구에서 두 정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34.5%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5.1%p 앞질렀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양당 후보 지지를 유보한 비율이 24%에 달하는 만큼 어느 당도 총선 막바지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리턴매치 펼쳐지나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동아DB]
광진을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관측된다. 광진을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5선을 지낸 곳으로 민주당 텃밭 지역으로 분류된다. 특히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이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보수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현역의원은 민주당 고민정 의원으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와 맞붙어 50.37% 득표율로 승리했다. 올해 광진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이 고 의원과 맞붙을 전망이다. 오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을 사퇴한 후 국민의힘 광진을 당협위원장직을 맡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한번 가서 광진을 새롭게 발전시켜보라’는 (오 시장의) 권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마포갑은 지난해 국민의힘에 합류한 조정훈 의원과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 지역구에서 4선을 지낸 노웅래 의원이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출마가 불투명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이은희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 이지수 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힘, 서울 6곳 우세 분석에 충격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당에서 유일하게 한강벨트 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뉴스1]
‘익숙한 인물’로는 판세를 바꿀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6곳에서만 우세라는 판세 분석이 나오면서 당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 정당 우세 지역인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을 등 6곳을 제외하면 서울 전역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쉽지 않으리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총선기획단장이 “최악의 경우 경합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 지는 것을 가정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위기감은 여전하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양당이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대진 구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만큼 현 상황에서는 승패와 유불리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종훈 대표는 “전국적으로 ‘긍정적 인지도’가 있거나, 참신한 후보가 나서야 상대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모두 대규모 물갈이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 상황에서 판세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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