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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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팝에 대한 매혹적 답안 BTS 정국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3-11-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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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정국이 11곡이 수록된 첫 정규 솔로 앨범 ‘GOLDEN’을 발표했다. [빅히트뮤직 제공]

    BTS 정국이 11곡이 수록된 첫 정규 솔로 앨범 ‘GOLDEN’을 발표했다. [빅히트뮤직 제공]

    11월 3일 정국이 11곡이 수록된 첫 정규 솔로 앨범 ‘GOLDEN’을 발표했다. BTS(방탄소년단)의 보컬리스트이자 ‘막내’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다. 7월부터 싱글 ‘Seven(feat. Latto)’과 ‘3D(feat. Jack Harlow)’ 등이 빌보드 ‘핫 100’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곡 ‘Standing Next to You’는 UK 개라지(Garage) 스타일로 차갑게 흐르는 ‘Seven’에 비해 뜨겁다. 드럼 연타와 브라스, 블루지한 기타가 뒤섞이는 도입부부터 펑키한 무드를 힘 있게 풀어낸다. 정국의 음색 역시 열정적으로 힘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곳에서 공기처럼 가볍고 촉촉하게 들린다. 그는 이전부터 가요적인 꾸덕함보다 투명한 음색과 창법으로 BTS의 음악적 조색에 특별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가성을 많이 섞은 이 곡에서 정국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얇지 않은 부피감 속에서 중량감을 낮춘 기색이 두드러진다. R&B의 끈끈함을 많이 덜어낸, 그러면서도 선명한 리듬감을 확보한 가창이다. 특히 후렴으로 돌입하는 과정에서 잔잔하게 잦아든 반주 위에 흐르는 엇박, 그리고 이후 맹렬하게 두들기는 사운드와 병렬로 리듬을 밀고 당기는 대목은 백미라 할 만하다.

    ‘Standing next to you’를 반복하는 리프레인은 앞선 강렬함과 낙차를 그리며 은근하고 긴장된 섹시함을 보여준다. 또한 곡의 마무리 부분은 더욱 간소화된 편성으로 보컬 없이 진행돼 약간의 공백을 마련한다. 듣기에 따라 청각적 자극이 낮아지는 대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는 곡 자체가 주류 팝 방식의 일관성과 통일감을 가지고 흐름이 구성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K팝 식 진행이었다면 특유의 과격한 장면 전환이 주는 긴장이 더 큰 동력을 제공했을 테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이 대목들에서 K팝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직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곡은 그 같은 사전정보를 갖지 않고 듣더라도 긴장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우아한 품위를 드러내는 배합에 성공했다.

    정국이 만들어가는 편안한 팝송

    앨범의 전반적 기조가 그렇다. 매끄러운 흐름으로 자리 잡은 트랙리스트는 곡마다 고유의 테마로 덜컹거림 없이 움직인다. 어렵지 않고, 현대적으로 편안한 팝송들이다. 정국의 목소리 역시 군데군데서 감정 연기와 창법의 다변화를 충실히 보여주지만, 곡들에서 내내 일관된 캐릭터의 음색을 만끽하게 해준다. 날렵하면서 담백하게 직설적이고, 꼭 한 발짝 거리에 서서 촉촉하게 노래하는 듯 로맨틱하고 섹시하다. 그 조합이 주는 내밀감과 세련미는 화려한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때로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정국의 목소리가 앨범을 지배하게 만든다.

    K팝 앨범이 영어로 채워지거나, K팝 문법보다 해외 팝의 그것에 방향성을 맞추는 일이 새삼스럽지도 않은 시절이 됐다. 그것이 해외 시장을 노리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일마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정국의 ‘GOLDEN’이 흥미를 더하는 건 그런 맥락이다. 앨범에 담긴 그의 스타성과 매력은 섹시함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또한 세계 팝의 취향을 겨냥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차별점을 마련하기도 한다. ‘K팝 아티스트’냐 ‘월드 스타’냐 하는 해묵은 이야기는 차치해도 좋다. 이것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티스트가 세계 팝을 만드는 준수하고 매혹적인 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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