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2

..

“반려견의 타고난 사회성 이해하면 개물림 사고 예방도 가능합니다”

[Pet♥Signal] 반려견 훈련사 대부 신귀철 한국애견협회장 “기질평가 통해 개 행동 예측”

  • reporterImage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23-08-11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반려견을 기르는 이가 늘어나면서 개물림 사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선 매년 2000건 이상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고자 내년 4월부터는 맹견을 기를 때 특정한 조건과 허가를 받도록 하는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된다. 맹견을 사육하려면 시도지사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육 허가 여부는 ‘기질평가’ 등을 거쳐 결정된다. 법정 맹견은 도사견·핏불테리어·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스태퍼드셔불테리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들이며, 맹견 견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람이나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기질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

    국내 최대 애견단체인 한국애견협회는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개의 공격적 기질과 통제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하에 개 기질평가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9년 전문가 풀을 구성한 뒤 2020년부터 독일의 개 기질평가인 ‘베젠 테스트’를 접목해 140여 마리를 대상으로 기질평가와 공격성 완화 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5월에는 저먼셰퍼드협회(SV)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 베젠 테스트를 실시하고, 베젠 테스트 국내 전문 심사위원 양성교육을 진행했다. 7월에는 베젠 테스트를 토대로 3년여 동안 정립한 국내형 기질평가 항목을 제안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8월 8일 신귀철 한국애견협회 회장을 만나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맹견 기질 테스트에 관해 자세히 들었다. 신 회장은 1970~1980년대 각종 애견대회를 석권하면서 반려견 훈련사 대부로 통했다. 1988년 한국 최초 애견단체인 한국애견협회를 설립한 데 이어 한국인명구조견협회를 세워 실종자 구조 및 동물매개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귀철 한국애견협회 회장. [한국애견협회 제공]

    신귀철 한국애견협회 회장. [한국애견협회 제공]

    한국형 베젠 테스트 평가 기준 제시

    맹견사육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맹견 기질평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 기질평가는 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척도로, 개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회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기질평가를 통해 맹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면서 맹견 훈련 및 관리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와 지침을 제공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 기질평가는 우선 개의 행동 패턴과 성격 특징, 선호도를 이해하고 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고유 특성을 고려한 훈련과 사회화,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며, 개의 잠재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도 유용하다. 행동 문제를 유발할 특정 기질이나 성격적 특징을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개의 성격과 특성을 이해하면 더 적합한 소통 방식과 훈련 방법 선택이 가능해 개와 보호자 사이에 긍정적이고 원활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최근 한국애견협회가 ‘베젠 테스트’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는데.

    “베젠(Wesen)은 영어로는 ‘social character’로 번역되는데, 개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회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적기는 생후 9~14개월이며, 심사위원 3~4명이 진행하고 마리당 평가 시간은 15분가량이다. 독일에는 주 정부에서 시행하는 베젠과 저먼셰퍼드협회 등에서 시행하는 베젠 테스트가 있다. 이 중 저먼셰퍼드협회의 베젠 테스트는 사역견에게 적용되는 평가로, 굉장히 합리적이고 군더더기가 없어 이번 세미나에서 경찰견, 군견, 인명구조견 등을 사역하는 공공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사역견 기질 평가는 무의식적인 자신감, 사회적 행동, 소음 민감도, 동작·움직임에서 안정성, 놀이와 포식성 드라이브, 스트레스 상황에서 행동, 기질 등을 평가한다. 맹견 평가 여부는 테스트 전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사회적 행동 평가 중 다른 사람이나 개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다.



    베젠 테스트는 독일 이외 다양한 나라에서 시행되는데, 나라별로 평가 항목이 너무 많거나, 기질평가와 사회화훈련평가가 혼재돼 있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애견협회 기질평가위원회(위원장 이준규)는 독일 니더작센주 등 연방정부가 맹견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기질평가를 3년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이번 세미나에서) 제안했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사역견을 운용하는 공공기관 담당자 및 대학, 현장 전문가가 다수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애견협회에서 맹견 기질평가를 체계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어떤 효과가 있나.

    “반려견의 기질을 평가하면 행동 예측이 가능해져 문제행동을 개선하면서 상호작용을 한층 원활히 할 수 있다. 개체마다 개성이 다르므로 이를 고려해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이해한다면 행복한 동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반려인에게 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반려견과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문제행동을 예방한다면 유기견도 줄어들지 않을까. 또한 교육이 잘된 반려견은 이웃과 원활히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5월 한국애견협회가 실시한 베젠 테스트 모습. [뉴스1]

    5월 한국애견협회가 실시한 베젠 테스트 모습. [뉴스1]

    반려견 사회화 교육 필요해

    한국이 도입하거나 참고할 만한 외국 사례는.

    “독일은 대형견 번식에 기질평가, 훈련시험, 번식적합시험(종견선정) 등 단계별로 갖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기질평가를 통해 공격성이 있거나 겁이 많은 개체는 번식에서 제외되도록 체계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일례로 독일이 원산지인 도베르만의 경우 과거에 사나워서 물림사고가 많았는데, 문제가 심각해지자 독일협회는 성품 테스트를 강화하고 공격성이 있는 혈통의 번식을 강력히 제한했다. 법정 맹견인 로트와일러도 그런 과정을 거쳐 성품이 많이 온순해졌다. 또한 사육 두수를 제한하고 훈련교육도 반드시 시켜야 한다. 또한 독일은 동네마다 훈련클럽이나 ‘훈데슐레’라는 개 전문 교육시설이 있어서 강아지 시절부터 다양한 훈련교육을 시킬 수 있고 정보 교류도 가능하다. 애견훈련소와 유사한 기능인데, 한국은 위탁업으로 분류되고 근린생활시설에서만 영업이 가능해져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산책 가능한 운동장을 갖춘 시설이 많이 사라졌다. 중대형견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애견놀이터나 운동장 등 시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행복한 반려견 문화를 위해 추천할 만한 캠페인이나 활동이 있다면.

    “한국애견협회는 반려견 사회화 프로그램인 ‘SMART DOG’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SMART에서 S(Socialization)는 사회화, M(Manner)은 기본 예절교육, A(Activity)는 활동, R(Responsibility)은 반려인으로서 책임감 교육, T(Training)는 훈련을 의미한다. 사람이 의무교육을 받는 것처럼 개들도 반려견으로서 사람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반드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교육과 훈련이란 가족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일컫는다. 훈련이 잘된 개라면 가정에서든, 공공장소에서든 다른 개들이 다가올 때 매너 있게 행동하고 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건강한 반려동물 번식 환경과 유통 중요

    국내 500만 넘는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이 중 개가 많은 수를 차지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한국애견협회는 반려견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전국 어디서나 반려인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화제인 반려견 기질평가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과 베젠 테스트 전문 강사진도 갖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건강한 부모견에서 건강한 강아지가 태어날 수 있고, 질병이 없어야 반려인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건전하고 건강한 반려동물 번식 환경과 유통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어떤 견종에 전문성을 갖춘 번식자가 소수의 개를 키우고 번식시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체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개가 충분히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수원서 헌당식 “이웃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 전할 것”

    내년 핵심 소비 트렌드는 ‘옴니보어’… 고정관념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