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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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페라리, 신차 없는 전시 왜?

[조진혁의 Car talk] 더 나은 미래 위한 유산 돌아보기… 현대차 ‘포니의 시간’ 눈길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3-06-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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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에서 열리는 포르쉐코리아의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포스터. [포르쉐코리아 제공]

    덕수궁에서 열리는 포르쉐코리아의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포스터. [포르쉐코리아 제공]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없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6월 19일부터 덕수궁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 제목은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로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 박물관에 소장된 고종의 선물 3종을 재현했다. 고종이 선물을 보낸 해가 1899년이라고 하니, 페르디난트 포르셰 박사가 창업하기 32년 전 일이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전시에 포르쉐코리아가 참여한 이유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외교 선물에 반영된 역사적 상징성과 가치, 문화유산 전승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함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포르쉐코리아는 사회공헌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포르쉐 퓨처 헤리티지’라는 무형문화재 계승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포르쉐 자체 차량을 생산한 1948년으로부터 75주년이 된 올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돌아보는 전시와 행사도 가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유산을 돌아보는 행위는 한 브랜드만의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다. 급격한 변화를 겪는 자동차시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브랜드 유산에서 미래 전략 찾아

    현대자동차 ‘포니의 시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포니의 시간’.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화제를 모은 전시는 서울 강남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6월 9일부터 8월 6일까지 열리는 ‘포니의 시간’이다. 포니를 비롯한 현대자동차(현대차)의 헤리티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전시로,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현대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다. 55년이 넘은 브랜드가 이제야 헤리티지를 돌아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만큼 미래를 위해 달려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전시 주인공은 한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다. 전시는 포니가 겹겹이 쌓아올린 시간의 층위를 따라 내려오면서 개발 당시 시대적 배경과 설계 과정에서 철학적 고민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는 형식이다.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 회고 자료도 전시돼 있어 포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오리지널 포니였다. 1세대 포니를 비롯해 북미 시장에 수출했던 포니2 CX, 왜건, 픽업이 현대차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이탈리아 현대 리유니온 행사에서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도 전시됐는데, 1970년대 디자인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래적인 감각이었다. 이와 함께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N 비전 74’도 같은 공간에 전시돼 그 의미를 더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하필 지금 브랜드 유산 복원에 나섰을까. 그 답은 전시 오프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 답을 찾기 위해 시작을 돌아본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에만 해당하는 진리는 아니다. 과거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역사는 종종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패턴을 이해하면 유사한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고, 현 문화와 가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미래 변화와 트렌드에 대응하는 방법인 것이다.

    역사 깊은 브랜드일수록 헤리티지 강조

    페라리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우니베르소 페라리’. [FMK 제공]

    페라리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우니베르소 페라리’. [FMK 제공]

    브랜드의 역사, 전통, 가치가 담긴 헤리티지의 중요성은 역사가 깊은 브랜드일수록 강조한다. 6월 4일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페라리의 세계를 한눈에 보는 전시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했다. ‘우니베르소 페라리’에서는 페라리의 정체성 및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스포츠카와 F1 레이스카들이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F1 레이스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가 모델인 유명한 248 F1을 비롯해, 페라리의 클래식 모델들인 250 GT, F40, F50, 엔초 페라리 등 차량 19대와 프로토타입 모델 3대를 포함한 총 22대의 페라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페라리 같은 슈퍼카 브랜드일수록 헤리티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페라리의 오랜 모터 레이스 역사와 우승 경험은 제품 품질과 신뢰성으로 이어진다. 헤리티지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고, 나아가 시장에서 다른 슈퍼카들과 차별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앞선 현대차 사례처럼 브랜드 헤리티지를 미래 전략의 지침으로 삼을 수도 있다. 성공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슈퍼카 브랜드로서 급변하는 미래에도 가치를 이어가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는 지난 역사에 담겨 있다. 그렇다고 옛 영광에 취하라는 뜻은 아니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미래를 향한 혁신과 변화를 거듭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와 미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브랜드 가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우리는 미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지식과 경험이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아이디어가 된다는 뜻이다. 자동차시장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전력 생산량, 친환경 연료의 등장, 시장 재편성 등 끊임없이 새로운 걸림돌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는 다시 탈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또 언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환경 예측이 불가능할 때는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각 브랜드가 자사의 헤리티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 수도 있다. 헤리티지에는 브랜드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핵심 아이디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찾고자 한다면 전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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