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은 자산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넘쳐나던 유동성이 꺼지면서 자산시장에 발생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리츠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26% 하락했다. 또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동아DB]
미국發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작아
이런 가운데 투자 전문가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지금 주목해야 할 투자자산으로 ‘미국 리츠’를 추천해 관심을 모은다.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는 주로 부동산 개발사업·임대·주택저당채권 등에 투자해 임대료나 개발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증권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고, 주주들에게 매년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한다.홍 대표는 “경제상황과 금리에 따라 뜨는 자산이 따로 있다”면서 “고금리일 때 예금, 저금리일 때 주식(성장주)과 부동산이 떴다면,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내려오는 지금부터는 리츠 투자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홍 대표에게 현 경제상황과 앞으로 주목해야 할 투자자산에 관해 물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미 연준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잡으려 했던 인플레이션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료처럼 후행적으로 조정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책금리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선반영하는 시장금리가 빠지고 있다. 미국 국고채 금리 같은 경우 고점 대비 1% 넘게 빠졌다. 하지만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은행들의 보수적 태도로 모기지(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 리츠를 주목하자”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가 3%대면 모기지 금리는 5%대 정도가 정상인데 현재 6%대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을 중단해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모기지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현재 3%인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최대로 벌어졌을 때 사는 것이 가장 이익이지만 그 시기를 누가 알겠나. 바닥을 모르는 상황에서 적어도 현재 가격이 무릎 아래임은 분명하니 지금부터 시기를 조절해가면서 분산투자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급락하면서 미국발(發) 금융위기 재점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에 투자해도 문제가 없을까.
“미국 전체에 은행이 3700개 정도 있다. 미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관련 규제를 엄청 강화했다고 하지만 중소형 은행, 하위권 은행, 지방은행까지는 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 대신 2008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처럼 국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금융회사들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처음 겪는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이번에는 그때처럼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대형 은행의 경우 혹여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어딘가에 인수를 시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다.”
최근 파산하거나 위기에 처한 은행들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언제쯤 시작될까.
“사실 지금 금리인하만 시작되면 은행들이 망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금융위기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까지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꺾였다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은 듯하다. 그럼에도 많은 금융시장 참가자는 5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마지막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미국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고,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ECD)와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의 감산 결정도 경기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VNQ와 SCHH, 유럽 증시도 매력적
미국 리츠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상품은 무엇인가.“미국 최대 리츠 ETF(상장지수펀드)인 VNQ(Vanguard Real Estate ETF)와 미국 다국적 금융회사 찰스 슈왑이 운용하는 SCHH(Schwab U.S. REIT ETF)다. 두 상품 모두 주거용·상업용·오피스용·산업용 리츠 등 다양한 부동산에 분산투자가 잘 돼 있다. 또 최근 들어 배당금 수익률이 VNQ는 4% 초반, SCHH는 3%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다만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 한꺼번에 사지 말고 시기를 나눠 분산투자할 것을 권한다. 투자할 때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떨어진 지금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리츠 외에 주목하면 좋을 만한 상품이 있다면.
“최근 유럽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은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약 669조 원)를 넘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지만 그 주식은 이미 너무 급등했으니, 같은 명품 주식인 에르메스도 괜찮은 대안이 될 것 같다. 또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벤츠,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 독일 제약·화학회사 바이엘,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같은 대표 우량주 기업도 좋다고 본다.”
반대로 지금 절대 해선 안 되는 투자가 있다면.
“요즘은 코스닥이 가장 무섭다. 신규 진입자가 많은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2008년 코스닥 시가총액 2위였던 태웅이라는 기업이 있다. 스크루(배 후면 프로펠러) 제조회사인데, 풍력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주가가 11만7832원까지 뛰었다. 그런데 전 세계 풍력발전 산업이 10배 커진 지금 태웅 주가는 1만4000원 안팎이다. 유망 산업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공급 과잉 리스크가 발생해 생긴 결과다. 지금 2차전지 열풍에서 태웅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불이 붙은 지금은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 맞고, 이미 시작했다면 성과가 날 때마다 매도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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