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근본’이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인 적이 있다.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쓰였지만, ‘아이돌 근본곡’ ‘드라마 근본 커플’처럼 어떤 장르라도 근본은 있게 마련이다. 투자하기 어려운 시기,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이자 유튜브 ‘연금술사김성일TV’를 운영하는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CIO(최고투자책임자)를 만나 투자 근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여러 투자전략을 만들어온 김 CIO는 연금계좌가 투자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많은 이에게 전파하는 연금 굴리기 전도사이기도 하다. 프리즘투자자문에서는 투자를 어려워하는 이를 위해 자동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도움 서비스 ‘프리즘’을 만들어 연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리치고’를 업그레이드한 서비스로, 빛이 프리즘을 거치면서 여러 갈래로 퍼지는 것처럼 자산을 여러 갈래로 분배하고 부가 증대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초심을 다시 찾고 싶다면 김 CIO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인터뷰는 10월 2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 김성일 프리즘투자자문 CIO. [박해윤 기자]
“앱에 자주 들어가지 않는 것 자체는 좋아요. 스스로 어떤 투자 방법과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 그에 따라 수익을 적게 보는 거라면 굉장히 좋죠. 그런데 무조건 보기 싫어서 덮어놓는 분이 많은데요. 스트레스 받겠지만 너무 안 들여다보면 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높이는 데는 썩 좋지 않습니다. 손실이 난 부분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 자체를 생략해버리는 것이거든요. 언젠가 회복되겠지 생각해 덮어두는 동안 기회비용이 더 나갈 수 있어요.”
최근 주식을 매수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산 리밸런싱 개념으로 접근하면 주식 매수는 당연해요. 자산배분 투자를 하다 보니 포트폴리오에서 빠진 만큼 더 사는 것은 당연해요. 그런데 이 부분을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비중이 높아진 자산을 팔아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총자산에서 국채가 10% 빠졌고 주식이 20% 빠졌다면, 국채 비중이 주식 비중보다 높아지니 손실이 났음에도 국채 일부를 팔아 주식을 사는 게 리밸런싱이에요. 지금이 매수 적기라서 매수하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늘 맞춰야 하기에 반복적으로 하는 거죠. 반대로 주가가 올라도 마찬가지고요. 이 관점에서 11월이든, 12월이든 같은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만의 투자 방법과 계획을 세웠다면 주식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GETTYIMAGES]
주식 사고파는 게 당연한 이유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도 그렇고, 연말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한데요.“자주 받는 질문인데, 저에 대해 잘 아는 분은 알고 있겠지만 전망은 안 합니다. 잘 못하기도 하고요(웃음). 전망에 기반을 두고 투자하는 것도 좀 위험하다고 봐요. 안 맞았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거든요. 연말 대책은 투자를 1년 단위로 끊어서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 있겠으나, 투자라는 게임은 굉장히 장기적이고 반복적이기에 연말에 대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확실히 해가 바뀔 즈음이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습니다. 심란한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이제 투자가 슬슬 힘들고 지쳐갈 거예요. 지금 10개월 넘게 계속 빠졌고, 미국 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죠. 한편으로는 어떤 이슈에 집중해도 수익 내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도 체감했을 것 같아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지 촉각을 세워봤지만 전세(戰勢)와 자신의 계좌가 큰 상관이 없어 보였던 것처럼요.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챙겨 봐도 딱히 나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요.
이처럼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자신의 투자심리를 살펴야 해요. 평소 진짜 공격적인 투자자라고 생각했다가도 계속 마이너스가 나면 ‘아냐, 나는 사실 안정적인 투자자였나 봐’라고 마음이 바뀌죠. 이런 분은 자기 투자 스타일과 철학이 없는 거예요. 자신의 투자전략이 어땠는지 다시 살펴보고 앞으로도 이 전략을 밀고 나갈 건지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스타일도, 철학도 없는 게 남 이야기 같지가 않네요.
“자산배분 투자에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있고 공격적인 성장형 포트폴리오가 있어요. 그런데 가장 좋지 않은 게 이렇게 많이 빠졌을 때 성장형에서 안정형으로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꾸는 거예요. 많이 빠진 다음에는 오르게 되는데, 그 상승 타이밍은 어차피 우리가 잡을 수 없어요. 그럼에도 막연히 일단 돈을 빼놔야겠어, 안정적으로 바꿔놔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게 큰 실수죠. 반대로 주가가 너무 올라 시장에 불이 붙었을 때 안정형에서 성장형으로 바꾸는 실수도 많이 해요. 특히 주식투자를 하다 요즘 같은 시기에 예금으로 돌아가는 게 안 좋은 투자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6%부터 8%까지 고금리 예금 상품이 많이 나오다 보니 관심 두는 분이 많은데요. 안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문제점이 뭐냐면 주식에 대해서는 몇십% 빠진 과거 수익률을 보고, 예금에 대해서는 미래 수익률을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예금에 가입하면 1년 뒤 6% 이자를 받는 거잖아요. 그렇게 친다면 주식도 1년 뒤 수익률을 봐야죠. 지금 1000만 원이 있는데 주식투자를 할지, 예금을 할지 고민할 때 많은 분이 주식은 과거 수익률을 보고 예금은 미래 수익률을 보는데,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맞는 거예요. 그러면 주식도 미래 수익률을 봐야 하는데 주식은 미래 수익률을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봤어요.”
테스트 결과가 궁금하네요.
“올해 초 코스피가 32%, S&P500이 25%, 나스닥이 37% 빠졌습니다. 이렇게 빠졌을 때 투자를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2000년 이후 22년 동안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했어요. 주식이 25% 이상 빠졌다고 가정해 그럴 때만 투자하기로 하고 투자 기간은 예금처럼 무조건 1년으로 했어요. 미국 시장 같은 경우에는 41번의 투자 기회가 있었고 36번 수익, 5번 손실이 났어요. 10번 투자하면 9번은 돈을 번다는 거죠. 그때 수익률 평균이 22%인데 같은 시기 예금을 했다면 수익률은 0.85%가 나옵니다. 비교할 수 없죠. 한국도 테스트해보니 수익 발생 확률이 84%였고 수익률 평균은 33%였어요. 이 시기 예금했다면 이율은 약 5%로, 주식투자를 했을 때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문제도 있어요.”
주식투자 vs 고금리 예금
‘리치고’에서 공개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면 누구나 보고 따라서 투자할 수 있다. [리치고 앱 캡처]
“지금 사람들이 10개월 동안 하락장을 보면서 느낀 공포감 때문에 투자하기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예금이라도 하고 싶은 거거든요. 장점은 6% 이자를 준다지만, 단점도 6% 이자밖에 못 받는다는 거예요. 그러나 앞선 데이터대로라면 주식으로는 33% 수익을 낼 수 있죠. 그런데 100% 수익이 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런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배분 투자가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리치고’ 앱에서 포트폴리오를 전부 오픈해 보여주고 있는데 안정형이나 성장형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수익률을 가늠해볼 수 있어요.”
확실히 스트레스와 공포감을 이겨냈을 때 기대 수익률이 훨씬 높네요.
“성장형, 공격형 포트폴리오가 싫다면 안정형 포트폴리오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최악은 그동안 열심히 주식투자를 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예금으로 돌리겠다는 거죠. 기대수익률 관점에서 굉장히 손해 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라면 투자 시장에 조금이라도 계속 발을 걸치고 있을 것 같아요. 전문가들이 연말이나 내년 1분기, 내년 하반기 등 주식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얼마나 빠르게 주가가 상승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눈치 보다 시장이 올라가는 걸 확인하고 그때 가서 다시 들어가려 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단기채 ETF(상장지수펀드)와 예금 중 어떤 게 낫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요. 예금과 주식투자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요.
“이때도 앞서 말한 오류를 범하는 분이 많아요. 단기채 ETF의 과거 수익률과 예금의 미래 수익률을 보고 비교하는 거죠. 둘을 비교하고 싶다면 같은 선에서 놓고 비교해야 되는데 말이에요.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두 가지 모두 기대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고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금리인상기에는 예금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단기채 ETF도 결과적으로 수익률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지금 올라가는 금리를 놔두고 볼 수 없다면 예금 통장을 쪼개라고 말하고 싶어요. 1000만 원이 있다면 통장을 10개로 쪼개 100만 원씩 넣는 거죠. 이렇게 쪼개두면 자산배분 투자를 하거나 주가가 내려가 저가 매수할 기회가 있을 때 일부만 해지해 활용할 수 있어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으면 추가로 가입하고요. 그렇게 하면 10개 중 절반 이상은 만기까지 가져가서 온전히 금리를 다 챙길 수 있죠. 단점은 굉장히 귀찮다는 것이고, 장점은 눈앞에서 높은 이자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장단점을 고려해 의사결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