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제작 유튜브 영상은 소박하면서도 기분 좋아지는 매력이 있다. [GETTYIMAGES]
현모 그냥요. ㅎㅎㅎ
영대 SNS에는 죄다 일하는 모습밖에 없어서 일만 하고 사는 줄 알겠어요. ㅋㅋㅋ
현모 ㅋㅋㅋ 그죠. 좀 공적인 것 위주로 올리긴 하죠.
영대 요새는 모든 걸 콘텐츠화하는 세상이잖아요. 없는 것도 어떻게든 쥐어짜고 침소봉대해 좀 있어 보이게 만드는 세상인데, 왜 그 황금 같은 콘텐츠들을 사장하는지…. 아까워요!
현모 요즘 사람들은 SNS에 올라온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한다고 믿는 거 같아요. SNS에 없는 모습은 제 모습인 줄 모르는 거죠. 하지만 어디서 누굴 만나고, 뭘 먹고, 뭘 샀는지까지 일일이 올려야 될 필요는 없잖아요.
영대 물론 그건 그런데, 현모 님은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워낙 많이 다니시니까 혼자만 즐기지 말고 유튜브 채널 같은 걸 만들어서 공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워낙 관심사도 다양하잖아요. 본인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한텐 전부 재미있고 신기하다니까요.
현모 저도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식으로 더 편하고 가깝게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는 들더라고요. 하지만 온갖 재미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나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 하루에 업로드되는 유튜브 동영상이 66년 분량이라잖아요. 이것도 몇 년 전 기준이니까 지금은 매일 한 100년 치가 올라오지 않을까 싶네요.
영대 요즘은 전문 방송 제작진이 만드는 영상이 많은데,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지 마시고 그야말로 그냥 스마트폰 한 대 놓고 소박하게 ‘개인방송’처럼 시작해보세요. 스마트폰이 단순히 전화기입니까. 고급 카메라, 고급 녹음기, 고급 편집기, 고급 인터넷 단말기의 집적체이잖아요. 그거 하나로 다 해결하는 게 고(故) 스티브 잡스 형님이 꿈꾸던 이상적인 세계 아니었을까요.
현모 ㅎㅎㅎ 하긴 요새는 대형 방송사도 유튜브에 사활을 걸고, 얼핏 개인 채널 같지만 알고 보면 뒤에 TV 프로그램보다 더한 규모의 제작진이 동원돼 만드는 유튜브 채널도 참 많아졌어요.
영대 유튜브의 본질은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존 방송국이나 스튜디오가 단순히 플랫폼만 유튜브로 건너온 형태의 채널보다는 조금 조악하더라도 원맨쇼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진정한 1인 방송이 왠지 더 정감 가고 좋더라고요.
현모 그러고 보니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도 이제는 그런 게 거의 없어요. 심지어 완전 거대 매체가 운영하는 채널들을 주로 보고 있었네요. 최애인 ‘더 레이트 레이트 쇼’의 ‘파파모찌’ 제임스 코든이 곧 CBS와 계약이 끝나 하차한다고 해서 너무 아쉽. ㅠㅠ ‘엘렌쇼’에 이어 또 한 명과 굿바이라니.
‘트윈 픽스’ ‘블루 벨벳’ ‘이레이저 헤드’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유튜브 채널‘데 이비드 린치의 날씨 예보’. [유튜브 캡처]
현모 와, 그 지겨운 걸 과연 언제까지 하시려나. 뭔가 그분 특성상 차기작과 연관된 일종의 실험이나 티저 같은 프로젝트 아닐까요.
영대 모르죠. 볼 때마다 저는 그런 사소하고 목적성은 없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늘 해요.
현모 ‘트윈 픽스’ 등등 말하기도 입 아플 만큼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영화감독이 하루도 빠짐없이 쓸모도 없는 ‘오늘의 숫자’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 반전 매력이네요.
영대 영세한 제작 방식 때문에 끌리는 유튜버가 또 있어요. 베이시스트인 릴런드 스크라(Leland Sklar)라는 분이에요. 여러 가수의 공연에 참여하는, 그 나름 유명한 세션맨이죠. 그가 허세나 가식 없이 소소하게 그날그날 자신의 연주나 콘서트가 어땠는지 두런두런 뒷이야기를 들려줘요. 가끔 각도도 엉망이고 누구의 조력도 없이 스스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찍는다는 게 대놓고 티가 나요. 그래도 영상을 틀어놓으면 엄청난 내용이 아닌데도 구수해서 기분 좋아지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현모 아, 제가 그래서 한때 ‘김영대 LIVE’ 애청자였죠. ㅋㅋㅋ
영대 저만 해도 그거 시작할 당시 콘솔도 사고 방송용 마이크니 조명이니 갖추느라 돈도 상당히 투자했거든요. 장비발을 아무리 세우면 뭐 해요. 지속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갈수록 깨닫고 있어요.
현모 어쨌든 창작의 영역인데 지속한다는 게 쉽진 않죠. 여간 성실하지 않으면 못 할 일 같아요. 저한테는 편하게 쉬면서 흘려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로 ‘밀라논나’가 있었어요. 진행자이신 장명숙 님은 저희 어머니랑 동갑이신데, 구독자가 90만 명이 넘어요. 그동안 힘드셨는지 얼마 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밝히셨어요. ‘신사임당’으로 활약한 주언규 님도 지난달 과감하게 채널을 양도하고 ‘은퇴’를 선언하셨더라고요. 영원한 건 없겠죠.
영대 헉, 듣자 하니 현모 님이 애청하는 건 다 끝나나 봐요.
현모 헉??? 설마요. 지금 그런 것만 골라서 말해 그렇지, 제가 보는 채널 중에 잘나가는 것도 얼마나 많다고요. 이동진 평론가님의 ‘파이아키아’, 유현준 교수님의 ‘셜록현준’, 최재천 교수님의 ‘최재천의 아마존’, 오은영 박사님의 ‘오은영의 버킷리스트’, 그리고….
영대 ㅋㅋㅋ 아니 언제까지 보기만 할 거냐고요. 안현모의 땡땡땡도 얼른 계정 팝시다! ‘안현모TV’ ‘안현모여라’ ‘안현모이자’ ‘안현모두모두’… 이름도 무궁무진하네. ㅋㅋㅋㅋ
현모 ㅡ.ㅡ 그럼 본인 것도 대충 ‘김영대가리’로 하시지 그랬어요. ㅡ.ㅡ+
영대 ㅍㅎㅎㅎㅎㅎ 결국 언젠가는 하실 거잖아요.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이 없으면 집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이곳저곳 불려 다니는 떠돌이 노릇만 하지 말고요, 본거지를 마련해 온전한 주인공이 되시길 바랄게요. ^^ 큰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마시고, 이런저런 뱃사공 없이 오롯이 현모 님만의 목소리, 색깔, 개성으로 채우길 추천하는 바입니다.
현모 와, 설득력 있네요. 방송은 어디까지나 잘 짜인 각본과 편집이 있으니까요.
영대 하신다고 하면 제가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릴게요.
현모 ㅎㅎㅎ 막상 한다고 생각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결정장애가….
영대 일단 하세요. 뭐든지요!
현모 헉!!!!! ‘안현모든지’!!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