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평창군 발왕산에 조성된 ‘천년주목숲길’. [사진 제공 · 용평리조트]
최근 완공된 강원 평창군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의 특징과 조성 취지를 묻자 신달순 HJ매그놀리아용평호텔앤리조트(용평리조트) 대표이사의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졌다. 천년주목숲길은 용평리조트가 자리한 발왕산 정상에 조성된 데크 탐방로다. 1975년 개장한 국내 최초 스키장으로 유명한 용평리조트의 새로운 명소이기도 하다. 용평리조트는 최근 발왕산을 mother(어머니)와 nature(자연)의 머리글자를 딴 ‘모나파크’로 이름 붙이고 ‘명산(名山)화’ 프로젝트에 나섰다. 7월 2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신 대표를 만나 용평리조트의 미래 전략에 대해 물었다.
“인성 함양 돕는 ‘천년주목숲길’ 스토리텔링”
신달순 용평리조트 대표이사. [조영철 기자]
“천년주목숲길을 통해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성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숲길에 자리한 나무의 형태와 특성에 맞춰 제각기 의미와 덕목을 부여해봤다. 가령 건장한 마가목을 품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주목엔 ‘어머니왕주목’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식을 보듬는 모성의 가치를 조명했다. 왕수리부엉이의 서식처이자 둘레 4.5m에 달하는 건장한 주목은 ‘아버지왕주목’으로 명명해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끔 했다. 천년주목숲길 곳곳에 있는 나무에 이와 같은 스토리텔링을 담은 안내문을 설치했다. 안내문의 QR코드에 휴대전화를 대면 음성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천년주목숲길이 거대한 ‘나무박물관’이자 ‘나무도서관’인 셈이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 등 인성 교육의 장으로 추천하고 싶다.”
산 정상에 조성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천년주목숲길은 산림청과 평창군, 용평리조트가 함께 만들었다. 산림청과 평창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워낙 가파른 산지라서 중장비 접근이 어려웠다. 건설 자재를 사람이 직접 옮기는 등 조성 과정이 쉽지 않았다. 데크를 설치할 때 사내에서 ‘일부 구간만 계단을 놓으면 수억 원을 아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하지만 돈을 더 들이더라도 계단 없이 누구나 편히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중간 중간 나무가 데크를 설치해야 할 구간을 가로막기도 했다. 휠체어가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확보할 수 있으면 나무를 베지 않고 데크를 놓게 했다.”
사람과 자연의 조화가 관건으로 보인다.
“그렇다. 3년에 걸친 신중한 공사로 자연친화적인 시설이 되도록 신경 썼다. 이미 데크 밑에서 식생이 다시 자라나고 야생동물이 뛰노는 등 주변 환경도 회복됐다. 처음 데크 조성을 추진할 땐 관계기관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다만 수령이 1000년 이상인, 자연가치가 높은 주목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등산객 행렬이 이어지지 않겠나. 발왕산 고목들은 바위틈에서 자라 뿌리가 지면에 노출돼 있다. 탐방 행렬이 이어지면 자칫 훼손되기 쉬운 조건이다. ‘별도의 탐방 루트를 만드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득하자 산림청 관계자도 납득하더라.”
“한류 발상지이자 생태계 보고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의 ‘어머니왕주목’(왼쪽)과 ‘아버지왕주목’. [사진 제공 · 용평리조트]
발왕산 명산화에 나선 이유는?
“발왕산(發王山)은 이름 그대로 왕을 탄생시킬 만한 기운을 담은 산이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는 점에선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닮은 산이기도 하다. 명산으로서 발왕산의 가치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발왕산은 ‘겨울연가’ ‘도깨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여러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다. ‘겨울연가’의 시나리오 작업과 촬영, 편집이 이뤄진 한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의 주무대(용평리조트에서 알파인 스키 등 종목 경기 개최)로 평화의 정신을 드높인 곳이다. 셋째, 발왕산 스키장은 한국의 스키 레저 문화의 발상지다. 넷째, 각종 고목이 군락을 이룬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구체적으로 어떤 생태적 가치가 있나.
“천년주목숲길의 여러 고목에 대해선 앞서 설명했다. 그뿐 아니라 발왕산에는 유독 약재로 쓸 수 있는 유익한 나무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마가목이다. ‘마가목으로 지팡이를 짚고만 다녀도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방에서는 강장제이자 뼈를 튼튼히 하는 약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주목에서 추출한 택솔 성분은 암 치료제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발왕산에는 산목련도 많이 자생하는데 신이(辛夷)로 불리는 산목련 꽃봉오리는 호흡기를 튼튼히 하는 약재로 알려졌다. 이처럼 발왕산은 앞으로 연구할 가치가 높은 천연 자원의 보고다.”
발왕산 약수도 개발했다고 들었다.
“발왕수를 먹고 자란 나무들이 울창한 군락을 이룬 모습을 보면 그 생명력을 가늠할 수 있다. 발왕수 성분을 분석해보니 보통 생수보다 나트륨 성분은 적고 규소 같은 약수 성분은 풍부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발왕수를 사용해 용평리조트가 만든 막걸리, 맥주, 김치 등 식음료는 화학조미료 없이도 풍부하고 깊은 맛을 낸다.”
“미래 비즈니스는 리조트에서 이뤄진다”
발왕산 기슭에 조성 예정인 ‘루송채’ 조감도. [사진 제공 · 용평리조트]
“과거를 답습하거나 남이 하는 걸 카피해선 경쟁력이 없다. 용평리조트는 대한민국 스키 레저의 발상지이자 콘도미니엄, 워터파크 등 전통적 관광 비즈니스 분야에서 줄곧 선두주자였다. 각종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지킨 왕자(王者)다. 다만 앞으론 기존 리조트 산업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영빈관’이라는 개념이 매우 낯선데.
“미래 비즈니스는 리조트에서 이뤄진다고 믿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영상 회의가 보편화됐다. 용평리조트에 여러 CEO(최고경영자)가 머물며 무리 없이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착안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콘도를 짓게 됐다.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과 디지털 기기 등 첨단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한국의 우수한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비즈니스 단지로 조성하고자 한다. 루송채가 자리할 약 10만㎡(3만 평) 대지는 누에를 닮은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다. 천혜의 자연에서 귀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자기 집으로 모시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도 정상급 호텔에서 쓰는 것 이상의 고급 자재를 사용할 것이다. 말하자면 대자연 속 영빈관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용평리조트 운영 방향은?
“모나파크는 어머니와 자연에 착안한 말이자 ‘모두의 행복’ ‘나의 행복’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혼자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리조트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 것이다. 앞으로 어머니와 같은 약 1818만㎡(550만 평)의 대자연을 품은 모나파크에 문화예술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루송채 조성을 통해 프리미엄 비즈니스 콘도라는 새로운 영역도 개척하고자 한다. 우리 용평리조트를 찾는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임직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네이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분기 영업익 첫 5000억 돌파
청년 변호사들이 발로 뛰며 의뢰인 끝까지 책임지는 법무법인 세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