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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주가 하락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도 -18.8%를 기록해 1987년 이후 역대 두 번째 하락을 나타냈다. 신흥국 지수가 가장 많이 빠졌던 상반기는 1998년으로 19.9% 하락했다. 1998년은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 해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때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IMF 구제금융 요청은 1997년 12월 3일 이뤄졌으며 이 시기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연쇄적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해 ‘1997 아시아 금융위기(1997 Asia Financial Crisis)’로 불린다.
전 세계 주가지수 하락폭 20~30%
상반기 주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하락했다. 미국 대형주(S&P500)는 같은 기간 20.6% 하락해 1970년(-21.0%) 이후 52년 만에 -20%대라는 최악의 성과를 보였고 독일, 프랑스 등도 -20% 전후로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 지수인 나스닥은 상반기 29.5%나 떨어졌다.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두 번째로 나빴던 해는 2002년(-25.0%)으로 IT(정보기술) 버블이 꺼진 시기였다. 3위 이후로는 -14% 이내 하락폭이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주가지수에 투자한 경우 하락폭은 20~30% 수준이었으나 실제 투자자가 체감한 손실 폭은 훨씬 컸다. 나스닥 지수 3배 추종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인 TQQQ는 71%나 하락했다. 연초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잔고가 290만 원인 상황이다. 원금이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올해 초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2위는 TQQQ였다. TQQQ의 인기 비결로 과거 우수했던 성과를 들 수 있는데 2019년 126%, 2020년 100%, 2021년 91%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은 순매수 1위는 테슬라였고,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식이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주식의 상반기 성과를 보면 넷플릭스가 -71%로 가장 많이 하락했다. 그다음으로 메타(페이스북) -52%, 테슬라와 아마존 각각 -36%, 알파벳(구글) -25%, 애플 -23% 순이다. 이런 종목이나 산업에만 투자했다면 꽤나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을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서학개미만이 아니다. 코스피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 주가는 상반기 27% 하락해 주당 5만7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초 고점인 9만6800원에서 절반 가까이 하락해 ‘십만전자’를 꿈꾸던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하반기 하락 vs 상승
투자에 나설 때는 상승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위험을 낮추는 일도 필요하다. [GETTYIMAGES]
투자자의 관심은 역대급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약세장을 보이던 상반기 주식시장이 하반기에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쏠려 있다. 상반기 추세가 여전히 남아 있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 의견도 있다. 코스피의 추가 하락을 주장하는 이들은 2000년 IT 버블 붕괴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사례로 든다. 2000년 코스피는 상반기 20.1% 하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39%나 더 빠졌다(표 참조). 2008년에도 상반기에 11.7% 하락한 후 하반기에는 33%나 더 내려앉았다. MSCI 신흥국 지수도 비슷했다. 2000년 상반기 9% 하락 이후 하반기에 25% 추가 하락했고, 2008년에는 상반기 12.7% 하락에 이어 하반기에 48%나 더 빠졌다. 2008년 S&P500 지수는 상반기 12.8% 하락에 이어 하반기 29% 더 빠졌으며, 나스닥 지수도 상반기 13.5% 하락 후 하반기 31% 추가 하락했다.
이런 이야기만 듣는다면 비관이 극단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상반기 주가 하락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주장이 확률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하락 이후 하반기에 반등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1998, 1992, 2013, 1991년 하반기 각각 89%, 23%, 8%, 1% 상승했다. 신흥국 지수는 2020, 2010, 2013, 1994년 하반기에 각각 30%, 25%, 7%, 3% 상승폭을 기록했다. S&P500 지수의 경우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9번 중 5번의 해가 하반기에 상승을 나타냈는데, 상승폭이 6~56%였다. 나스닥은 9번 중 6번이 하반기에 상승했다.
주가 하락 시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에 투자했거나 공매도 등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가가 오르기만 바랄 것이다. 주가 상승을 바라는 마음은 늘 한결같지만 요즘 같은 역대급 하락장에서는 더욱 간절할 테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주가는 투자자의 바람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하반기 주가 향방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뿐이다. 내년 1월이 되면 올해 하반기 주가 방향을 맞혔다는 전문가들이 다시 나올 것이다.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횡보하든 맞힌 이는 늘 나오기 마련이다.
상반기 원/달러 환율 9% 상승
특정 종목, 특정 산업, 혹은 특정 국가 주식에 투자금이 집중돼 있다면 하반기 주가 향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특히 초보 투자자라면 어찌할 바를 모를 수 있다. 주식시장이 늘 상승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많은 투자자가 격하게 느낀 상반기였다.이런 시기 개인투자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위험 감내도다. 위험 감내도란 얼마나 큰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 초보자이거나 큰 위험을 감당하는 것이 불안하다면 기존 투자 방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주식, 국채 등 많은 자산이 하락했지만 상승한 자산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9%나 상승했다. 현금성 자산 역시 포트폴리오를 보호해주는 자산 중 하나다. 이렇게 움직임이 다른 자산에 나눠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고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자산배분 투자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는 투자에 나설 때 높은 상승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위험을 낮추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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