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 6월 7일 말레이시아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 150여 명이 방문했다. [사진 제공 ·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에는 6월 2일 필리핀 여행사 대표단 11명, 6월 4일 베트남 여행사 대표단 22명이 서울점을 방문했다. 이들은 한국의 쇼핑 환경을 체험하고, 관광 상품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세계면세점에는 5월 27일 베트남 의료기기 생산업체 인센티브 관광객 30여 명과 태국 인센티브 관광객 20여 명이 찾아 쇼핑을 즐기고 돌아갔다.
코로나 직격탄 맞고 암흑기 이어져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면세업계는 내수경기 악화로 인한 불황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매출은 24조 8586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지난해 출입국객 수는 정상 시장 대비 4.7% 수준인 월평균 18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2020년 면세점 매출액은 15조5052억 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매출은 17조8333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70% 수준으로 소폭 회복했다.현재는 신라면세점을 제외하고 롯데와 신세계 모두 적자인 상황이다. 신라면세점은 1분기 매출 9793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 매출 1조2464억 원, 영업적자 753억 원이었고,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8253억 원, 영업적자 21억 원이었다.
면세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5월 30일 마감된 대기업 대상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에는 한 업체도 참여하지 않았다. 2019년 말 57개였던 국내 면세점은 48개로 줄었다. 또한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규모인 롯데면세점은 6월 8일 서울 삼성동에 자리한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2010년 애경그룹 AK면세점을 인수하면서 운영을 시작했는데, 특허 기간이 12월 31일까지여서 하반기에 조기 폐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분산됐던 강남권 면세점 운영 역량을 잠실 롯데 월드타워점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엔데믹(풍토병)을 앞두고 재도약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코엑스점 고객을 롯데월드타워점이 흡수하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등 주변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선 조기 정상화로 면세점 업계 청신호
6월 2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방문한 필리핀 여행사 대표단 모습. [사진 제공 · 신라면세점]
다만 업계에서는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일본 관광객의 수요 회복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아직까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일본 역시 ‘미즈기와’(해외 감염원이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로 불리는 강도 높은 외국인 입국 금지 정책을 펼쳤다. 정책을 완화해 6월 1일부터 해외 입국 인원 한도를 기존 하루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늘렸으나, 아직까지 제한적인 상황이다.
신라면세점은 면세점 최초로 방탄소년단 공식 상품 스토어를 서울점에 오픈했다. [사진 제공 ·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은 6월 13일 슈퍼주니어 신동과 방송인 타쿠야가 메인 MC를 맡아 아모레퍼시픽 계열 인기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였다. [사진 제공 · 롯데면세점]
면세업계 시장 다변화 필요
면세업계에는 앞으로 어떤 과제가 남아 있을까.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중국 등 한 국가나 특정 마켓에 의존하는 시장 형태가 위험하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면서 “특정 국가에 30% 이상 의존하는 시장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시장 다변화를 위한 면세업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면세점과 여행사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관광산업을 커다란 생태계로 보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건강한 상생 관계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면세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된 여행자 면세 한도가 8년째 그대로인데, 한중일 3개국 중 면세 한도가 가장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공격적인 면세 한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면세 한도는 5000위안(약 95만 원)이지만, 관광 명소인 하이난섬을 면세특구로 지정해 면세 한도를 10만 위안(약 1920만 원)으로 높였다. 또한 하이난 방문 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치도 내놓았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세계 1위 면세업체로 급성장했다. 이 교수는 “면세 한도 상향은 고객들도 원하는 정책인 만큼 정부의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5년 단위로 면세점 특허 기간을 정해놓았는데, 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되 특허 기간은 10년 정도로 하는 게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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