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를 검색할 때는 중립적인 검색어를 입력해야 한다. [GettyImages]
SNS 부작용, ‘필터버블’
그러나 프레이저는 오히려 지나친 개별화는 거짓에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경고한다. 사용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보수 혹은 진보 연관 검색량 편차가 극명할 테고, 부동산 역시 비관적 혹은 낙관적 성향에 따라 검색 편차가 클 것이다. 개별화된 검색 알고리즘은 검색하는 사람의 비위를 슬슬 맞추면서 검색자와 반대되는 성향의 콘텐츠를 후순위로 추천하거나 심지어 차단해버린다. 이와 같이 개인에게 최적화된 검색 알고리즘이 일으키는 편향적 정보 필터를 프레이저는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명명했다. 필터버블은 ‘확증편향’을 강화해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정보는 ‘틀린 것’으로 단정 짓게 만들고,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한 콘텐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결정짓게 한다.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평균 대비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으며, 국민의 71%가 네이버뉴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구글과 네이버는 개인맞춤형 콘텐츠 제공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곧 유튜브 혹은 네이버뉴스의 명실상부한 핫 카테고리로 자리 잡은 부동산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 모두 필터버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필터버블에 갇혀 부동산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강력해질수록 필터버블을 터뜨리기 위한 정교한 ‘필터바늘’은 건강한 부동산 정보를 습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된다. 지금 당장 주로 방문하는 포털사이트나 동영상 검색 사이트에 로그인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그리고 로그아웃한 채로 동일한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노출되는 콘텐츠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라. 그 차이가 심할수록 이용하는 플랫폼의 필터버블이 강력하다는 증거다. 더불어 로그아웃한 채로 동일한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가 상이하다면 해당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플랫폼의 필터버블이 매우 강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정보 플랫폼의 필터버블 수준을 인지했다면 본격적으로 필터버블을 터뜨릴 필터바늘에 대해 살펴보자. 첫 번째 필터바늘은 우리 스스로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휴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판단 과정이 이미 어느 정도 편향에 오염돼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두 번째 필터바늘은 필터버블을 탄생시키는 씨앗이자 이를 성장케 하는 영양분인 ‘검색어’에 주의하는 것이다. 만약 집값 향방이 궁금하다면 ‘집값하락’(집값폭락) 혹은 ‘집값상승’(집값폭등) 같은 결론이 포함된 검색어 대신 ‘2022년 집값 전망’처럼 중립적 검색어를 검색창에 입력해야 극단적 관점에 치우치지 않은 콘텐츠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에는 다양한 하위 분야가 존재하는데, 만약 부동산 세금에 관심이 많아 ‘세금’과 연관된 검색어를 집중적으로 입력할 경우 부동산 세금 콘텐츠만 보게 될 확률이 높다. 부동산 세제가 수시로 바뀌어 세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세금 이외에 ‘부동산시장’ ‘수익형 부동산’ ‘철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키워드 검색량 비율을 균형 있게 할당해야 부동산 지식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확장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관계형 SNS 역시 필터버블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플랫폼인 만큼, 자신의 관심 분야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팔로잉한다면 이 역시 부동산 지식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트워크 이론의 거장 마크 그래노베터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석좌교수는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평소 빈번히 접촉하는 강한 인맥 네트워크(strong tie)보다 우연히 알게 돼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 약한 네트워크(weak tie)가 훨씬 도움이 된다며 ‘약한 네트워크의 강점’을 주장했다. 즉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에 집중하던 관심 분야의 경계를 넘어선 ‘약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영역을 넘어 최근 불확실성의 진앙이 되고 있는 ‘지정학’ 또는 ‘감염병’ 전문가 등을 팔로잉한다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비효과를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필터바늘은 당장 보고 싶은 콘텐츠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클릭’을 경계하는 것이다. 부동산 콘텐츠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발성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천 알고리즘은 단 ‘한 번’의 클릭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단발성 이슈를 담은 콘텐츠가 양질의 콘텐츠를 자꾸 뒤로 밀어낼 공산이 크다. 자극적 콘텐츠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꼭 알아야 하는 부동산 정보 리스트를 만들어 ‘클릭’ 우선순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필터바늘은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사용자의 웹페이지 이용 패턴 기록이 담긴 ‘쿠키(cookie)’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것이다. 쿠키에는 자신이 검색한 키워드, 방문한 웹사이트 이력, 클릭한 아이템 같은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크릿 모드란 검색 기록을 남기지 않고 비공개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다. 검색 기록은 물론, 로그인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록으로 남지 않아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PC는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시크릿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시군구 대표 단지 알림 설정해야
실거래 가격 등 공공데이터가 민간에 공개되면서 2015년 이후 다양한 부동산 빅데이터 정보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됐다. 실거래 가격 데이터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언론에 주로 등장하는 서울 강남 부동산시장 흐름이 대한민국 부동산을 대변했다. 그러나 모바일로 동네 부동산 실거래 가격 흐름을 알게 된 지금은 시군구별 대장아파트가 실시간 자동 선별돼 지역별로 독립적인 시장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빅데이터 앱은 강남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역별로 독립적이고 투명한 부동산시장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이 역시 필터버블에 따른 ‘확증편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부동산 앱에는 관심 아파트 ‘알림’ 설정이 있다. 사용자는 통상 관심 있는 ‘동(洞)’에 위치한 아파트 몇 개를 알림 설정해놓는다. 몇 개의 아파트만 등록해놓아도 매일 매매, 전세, 월세 시세 정보에 노출된다. 이 경우 알림으로 설정해놓은 몇 개의 아파트가 우리 지역 혹은 상위 도시의 부동산을 대표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간파하지 못하게 된다. 시야를 넓히려면 먼저 관심 ‘동’이 아니라 ‘시군구’를 대표하는 단지 3개를 주택 노후도별(입주 10년 이내, 입주 10년 초과~30년 미만, 입주 30년 이상)로 설정해 ‘주택 고령화’에 민감한 지역인지, 혹은 재건축 호재에 민감한 지역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관심 있는 ‘동’을 중심으로 반경 5㎞ 이내 아파트 단지 3개 정도를 알림 설정해놓는다면 인근 자치구와 비교해 더 넓은 시야로 기회와 위험을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관심 ‘동’과 입지 컨디션이 유사한 인근 자치구의 아파트 시세가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심 지역보다 저렴하다면 인근 자치구로 이주를 고려할 수 있고, 관심 지역과 인근 자치구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면 이를 대세 하락 신호로 받아들여 매수를 보류할 수 있을 것이다.
‘랭킹 함정’에 주의하라
부동산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시세, 거래량 등을 바탕으로 ‘실시간 순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부동산은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팔고 살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니 실시간 순위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관심 지역의 ‘가격 구조’, 즉 이 지역에서는 어떠한 상품 특성(학군, 역세권, 준공 연도 등)이 아파트 가격을 좌지우지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 지역 시세를 4분위로 나눠 ‘남색 > 붉은색 > 노란색 > 회색’ 순으로 보여주는 아파트 실거래가 확인 앱 ‘호갱노노’의 ‘분위지도’ 서비스를 활용하면 아파트 시세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지도 참조).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