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양재점 모습. [사진 제공 · 코스트코 홈페이지]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코리아가 ‘얼리 모닝 딜리버리’, 일명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1998년 한국법인 설립 이래 오프라인 유통에만 전력해온 코스트코가 치열해지는 한국 e커머스 시장에서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코스트코가 5월 30일부터 선보인 얼리 모닝 딜리버리는 신선·냉장식품을 물류창고에서 직접 포장·발송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다. 배송은 CJ대한통운이 맡았다. 코스트코 회원에 한해 이용 가능하며, 5만 원 이상 구매 시 주문할 수 있다. 매일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과일·채소, 치즈·버터, 베이컨·소시지, 두부·샐러드·간편식, 음료·우유·요구르트 등 5개 항목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다. 6월 8일 기준 60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 일부다.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코리아가 일명 ‘새벽배송’으로 불리는 ‘얼리 모닝 딜리버리’를 시작했다. [코스트코 홈페이지 캡처]
총성 없는 전쟁터, 새벽배송
2015년 마켓컬리가 처음 선보인 새벽배송은 ‘유통의 혁신’으로 떠오르며 오프라인 시장 판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늦은 밤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원하는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발 빠른 배송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쿠팡·신세계·롯데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은 큰 성장세를 보였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 원에서 2023년 11조9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벽배송이 식품의 메인 라스트 마일(last mile·고객과 마지막 접점) 방식으로 자리할 것으로 관측된다.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시장이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로 통한다. 새벽배송 특유의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시장 진입은 물론, 유지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 위주라 콜드체인이 갖춰진 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야간 근무가 필수라 인건비도 1.5~2배 이상 발생한다. 현재 새벽배송 빅3로 꼽히는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은 모두 적자인 상태다. 서비스를 아예 중단한 기업도 있다. 롯데온은 2020년 5월에 시작한 새벽배송을 올해 4월 18일 종료했고, BGF리테일그룹 계열 온라인 식품업체 헬로네이처도 5월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 새벽배송 역시 수익 제고 면에서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코스트코는 1976년 개조한 비행기 격납고에서 첫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5월 기준 전 세계 809개 매장을 갖춘 미국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막강한 글로벌 상품 소싱 능력과 효율적인 판매·관리비 정책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판매마진이 아닌 회원들의 연회비 수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십 회원 수는 2022회계연도 1분기(2021년 9~10월) 실적 발표 기준 1억1310만 명이며, 당시 연회비가 일반 회원(Goldstar Member·60달러)의 2배인 이그제큐티브 회원(Executive Member)이 더 많이 늘어났다. 2020회계연도 기준 연매출은 1632억 달러(약 205조 원)이고,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526억 달러(약 66조 원)다.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전 세계 500대 기업 중 27위, 미국의 500대 기업 중 12위에 올랐다. 한국에는 16개 매장이 있는데, 지난해(2020년 9월 1일~2021년 8월 31일) 5조3522억 원 매출과 1775억 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만 연간 1000억 원 넘는 영업이익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코스트코가 치열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e커머스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오프라인에서 강한 기업이라도 온라인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법. 실제로 지난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140조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e커머스 시장이 올해 158조 원으로 성장한 뒤 2025년에는 2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은 2024년 비슷해졌다가 2025년 e커머스가 역전해 최대 55% 비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코트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공식 온라인 몰을 열었고, 소비자들 역시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종합쇼핑몰, 오픈마켓 등 12개 분야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자 이용 만족도, 소비자 보호, 피해 발생 등을 평가한 결과 코스트코코리아 온라인 쇼핑몰이 100점 만점에 86.58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코스트코도 온라인 시장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매장이 미국 전역에 100개가 넘는다. 따라서 최근 시작한 새벽배송 역시 온라인 시장 판로 확대를 위한 일종의 테스트로 풀이된다.
온라인 영토 확장 위한 ‘테스트’ 단계
코스트코는 ‘커클랜드’로 대표되는 차별화된 제품을 판매한다. [코스트코 홈페이지 캡처(왼쪽), GettyImages]
결국 미래 유통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정교하게 결합된 회사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코스트코가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온라인’이라는 보험을 들기 위해 새벽배송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스페셜한 서비스가 추가되는 느낌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트코 새벽배송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코스트코는 충성 고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세계적으로 멤버십 갱신율이 89%에 달한다. 충성도 높은 회원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는 여느 쇼핑몰과 달리 ‘커클랜드’로 대표되는 차별화된 제품을 판매한다”며 “이렇듯 바이어들이 엄선한 질 좋은 제품은 새벽배송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벽배송 상품 가격은 매장가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책정됐다. 별도 배송비가 없는 대신 상품 가격에 몇백 원에서 몇천 원 정도 미리 반영된 형태이나, 소비자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상쇄할 방안과 타개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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