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중식 기자]
유튜브 구독자 수 83만8000명을 거느린 부동산 투자 전문 크리에이터 정태익 씨는 본명보다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으로 더 유명하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은 부동산 분야 구독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정 씨는 대학 졸업 후 삼성물산 건설 부문에서 7년간 토목시공직으로 근무했다. 스물한 살 때 주식투자를 시작해, 직장생활 2년 차인 28세부터 부동산 투자로 전환했다. 투자금은 월수입의 90%를 저축해 마련했다. 정 씨는 2011년 종잣돈 4600만 원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고 10년간 30채 넘는 아파트와 상가를 사고팔며 부를 축적했다. 자산 규모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 기준 0.1% 안에 들어갈 정도라고 한다.
투자금 늘리기에 노력
정 씨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한 지식을 유튜브에 공유하면서 전업투자자이자 부동산 투자 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부동산 노하우를 집약한 첫 책 ‘운명을 바꾸는 부동산 투자 수업 기초편 & 실전편’(리더스북) 두 권을 펴냈다. 기초편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4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 정 씨로부터 탄탄한 투자 마인드를 갖춰 부자가 되는 부동산 투자법을 들었다.‘부읽남’의 부동산 투자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
“첫 번째 원칙은 투자금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투자수익=투자금×수익률’이라는 절대 공식이 있다. 수익을 많이 얻고 싶다면 투자금을 늘리거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수익률 높이기는 재능이 필요한 영역이라 어렵지만, 투자금 늘리기는 인내심이 있으면 되기에 훨씬 수월하다. 저축과 투자 마인드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저축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하다. 남들에게 궁상맞아 보일까 봐 걱정하거나, 사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소비 통제력이 부족하다. 또 긴 안목을 갖고 단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자기계발 인내심이 약하다. 단기간에 수익률 상승이 가능한 코인이나 주식 같은 변동성 높은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변동성이 크다는 건 상승과 하락 모두에 해당한다.”
투자금은 어떻게 모아야 하나.
“7 대 3 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버는 돈의 70%는 투자금으로 저축해 재투자하고, 30%만 소비하는 것이다. 300만 원을 벌면 90만 원으로 모든 생활비를 해결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껴 쓰는 게 쉽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소득이 늘면서 그에 맞춰 30% 생활비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내가 산 가격보다 오르면 싸게 산 것이다. 투자할 때는 물건 가치를 판단하고 미래에 가격이 더 오를 물건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절대가격이 아닌 상대가격이 저렴한지 여부를 따진다. 상대가격은 미래 가격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 경매처럼 현재 가격 대비 저렴한가일 수도 있다. 최근 4~5년간은 부동산 대세 상승기였고 말 그대로 아무거나 사도 오르는 시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의 본래 가치보다 ‘우선 투자부터 하자’가 중요하게 비치기도 했다. 앞으로는 개별 상승기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동산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건 오르고, 어떤 건 보합이나 하락하며 평균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 본질에 집중해 물건 가치의 변화를 넓게 보는 투자를 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의 기본으로 레버리지 활용을 강조한다.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전세와 대출이다. 전세는 내가 집을 사서 남에게 빌려주는 대신, 전세금이라는 무이자 대출을 받는 것이다. 10억 원짜리 집을 살 때 7억 원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면 내 돈은 3억만 필요하고 7억에 대해서는 이자 지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대출 레버리지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통 사람들은 레버리지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비싼 집을 사는 건 아닌지, 대출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 보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은 돈을 떠나 사람이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심지어 집은 정찰제가 아닌 시세에 따라 변하는 재화로,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돈을 모으는 속도가 집값 상승 속도보다 빠르지 않다면 레버지리를 이용해 집부터 사는 게 맞다. 대출은 저축의 반대 행위일 뿐이다. 무주택자라면 레버리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저축 후 매수가 아닌, 매수 후 저축 전략을 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선저축-후소비로 인내심 갖고 종잣돈 모아야
최소 투자금으로 3000만 원을 제안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부동산 투자는 지역이나 물건 종류, 연식에 따라 투자금이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인천 구시가지의 30년 넘은 낡은 빌라는 1000만 원 안팎의 돈만 있어도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막 시작한 일반인이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투자처다. 불안감을 덜고 싶다면 최소 3000만 원짜리 물건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다면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3000만 원이 안 되는 아파트가 전국에 많다. 유튜브 영상에 ‘3억이 있는데 살 물건이 없어요’라는 댓글이 종종 달린다. 자신이 사고 싶은 지역만 보는 편견을 깨고, 시드머니로 매수 가능한 물건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면 투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3000만 원은 어떻게 모으는 게 좋은가.
“저축을 추천한다. 물론 소득을 높이거나 주식투자 등으로 이득을 보면 좋겠지만, 투자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지출을 줄이는 건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스스로에게 ‘저축하고 싶은 금액이 얼마인지, 어느 기간 안에 모으고 싶은지’ 물어본 뒤 독하게 마음먹고 ‘선저축-후소비’ 방식으로 일상생활을 재설계하는 거다. 일례로 실수령액이 연 3000만 원인데 2년 안에 3000만 원을 모으고 싶다면 매달 50%를 저축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절약하며 생활하는 식이다.”
부자가 되려면 보험부터 해지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저축을 하려면 생활방식을 모두 재설계해야 하는데, 이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보험이다. 보험을 절대로 들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보험을 들지 마라’고 얘기하고 싶다. 부자가 되려면 투자금을 키우고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보험은 미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비용을 쓰는 거다. 질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면 최소한의 보험을 유지하되 연금 종류의 노후 대비 관련 보험은 없애기를 추천한다. 자신의 노후는 보험사가 아닌, 스스로 노력해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리스크는 투자금을 잃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여부로 판단하면 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하면 리스크가 있어도 감당할 수 있다. 만약 무주택자라면 가장 먼저 내 집 마련에 집중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집값이 내려가면 직접 들어가서 살면 된다. 지금 당장 입주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들어갈 수 있게 미리 사놓고 열심히 저축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처음부터 가장 살고 싶은 최종 목적지의 집을 사려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현재 매수 가능한 집이 어디인지 공부하고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직장인이 한 계단 한 계단 승진하듯이 내 집도 단계적으로 키워가는 게 현명하다. 무엇보다 투자는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언젠가 있기 마련이다. ‘절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지금보다 앞으로 좋아질 지역에 집중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일산 신도시 모습. [뉴스1]
“부동산을 공부할 땐 글자에 기대지 말고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게 중요하다. 부동산은 실물 투자다. 실물은 직접 보는 거 말고 더 좋은 공부가 없다. 투자 전 직접 임장하면서 해당 지역의 특장점과 단점 등을 파악하는 거다. 근처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들러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를 얻는 게 필요하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게 부동산 투자다. 소액으로라도 직접 물건을 사보는 게 중요하다.”
입지 분석 노하우가 궁금하다.
“부동산 투자가 유리한 이유는 우리가 모두 주택에서 수십 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뒤 IT(정보기술)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향후 살기 좋은 동네가 어디일지 예상하는 게 훨씬 쉽지 않을까. 좋은 입지라는 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고, 돈을 모아 이사 가길 원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보다 미래에 사람들이 좋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건축 연한이 된 낡은 아파트라고 가정해보면 이곳은 지금보다 재건축 후 새 아파트로 바뀔 경우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할 집으로 바뀐다. 교통도 마찬가지다. 5년 뒤 지하철이 개통되면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어떤 동네는 지금이나 10년 뒤나 딱히 변화될 요소가 없을 수도 있다. 가격 변화는 조건이 바뀌면서 일어난다. 현재와 미래의 조건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어떤 호재가 있는지 어떻게 찾아보면 될까.
“사실 호재를 찾는 건 결코 어렵지 않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해 시장에 떠도는 얘기들을 퍼즐처럼 조합해야 했지만, 요즘은 수많은 정보를 간추리기만 해도 된다. 단순한 예로 ‘◯◯동 개발 호재’라고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다수의 블로그, 뉴스 기사가 뜬다. 시간을 들여 하나씩 읽고 노트에 정리하면 된다. 이후 그 호재로 다시 검색하면서 세세한 정보를 파고들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부터 시작해 범위를 넓히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 호재들이 하나씩 정립될 거다. 지금도 수도권에는 다수의 지하철·도로 개발 호재가 넘쳐난다. 스스로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다.”
차기 정부가 대규모 주택 공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떤 지역을 눈여겨보는 게 좋나.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 총 250만 호 공급을 계획 중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공공택지를 이용해 전국 142만 호(수도권 74만 호)를 공급한다고 돼 있으나, 3기 신도시 물량이 약 30만 호이므로 수도권 74만 호 조성이 현실 가능한 물량인지 의문이 든다. 다만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물량 증가에 강력한 의지가 있으니 30년 넘은 연식의 아파트와 낡은 빌라가 모여 있는 낙후지역을 주의 깊게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노태우 정부 때 대규모로 공급된 1기 신도시(경기 분당, 일산, 부천 중동, 평촌, 산본)는 입주 시기가 모두 1990년대 초반으로 재건축 연한이 동시에 도래하고 있어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상황이다. 그중 분당과 일산, 평촌은 용적률(건축물 각 층 바닥면적의 합계를 대지면적으로 나눈 값)이 낮은 단지가 많아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하다. 이런 곳들은 차기 정부 초기부터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보다 구축이 좋다는 얘기인가.
“지금까지 신축이 대세였다면 당분간은 ‘구축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입지 좋은 곳에 대규모 공급을 어떻게 할지로 부동산 방향이 결정될 듯하다. 이렇게 되면 위치 좋은 곳에 자리한 낡은 단지와 지역이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의 20%가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고, 일반 주택까지 포함하면 50%가 30년 이상 됐다. 1기 신도시가 위치한 경기지역 역시 낡은 아파트가 많다. 교통은 편리한데 오래된 주택이 넓게 분포한 지역 위주로 투자 기회를 찾아보길 권한다.”
교통 편한 구축 주목
소액 부동산 투자로 지방 아파트도 주목받는데.“수도권(서울, 인천, 경기)과 지방의 가장 큰 차이가 수요다. 전국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은 인구가 증가하고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지방 투자는 인구 감소라는 악재도 고려해야 하므로 난도가 높다. 다만 지방 내에서도 광역시와 소도시를 구분하고, 그 안에서도 동별로 인구 증감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모두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순히 지방으로 묶지 말고 특정 지역으로 세분화해 투자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또한 지방으로 갈수록 주변에 논밭이 많아 공급이 쉬운 편이다.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을 세부 지역별로 따져보고,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정체되는 적정 타이밍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전세 가격은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전세에 맞춰 잔금을 내려는 경우 중개사가 말하는 호가를 시세라 믿고 무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호가만 믿지 말고 전세가가 더 낮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 매매를 진행해야 한다.”
수익 실현을 위해 매도 시점도 중요할 거 같다.
“더 좋은 물건이 나타나 갈아타고 싶을 때 팔면 된다. 부동산 투자에 접근할 때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살까 말까’ 혹은 ‘팔까 말까’ 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저점과 고점을 맞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해야 최고점에서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건 마치 답 없는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내가 가진 물건보다 더 오를 물건이 무엇인지, 그런 물건 중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은 지역별, 종류별로 상승 속도가 다르고 시차도 발생한다. 항상 공부하며 더 나은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대안이 나타났다면 그때가 바로 적절한 매수·매도 시점이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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