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생길랭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서버. [사진 제공 · 구글]
인텔 독주에 제동 건 AMD
2010년대 스마트폰, 태블릿PC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정체된 컴퓨터 시장이 오랜만에 호황을 맞았다. 호황의 최대 수혜주는 역시 CPU(중앙처리장치). 빠른 구동 속도를 확보하려면 위해선 컴퓨터 핵심 부품인 CPU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CPU 시장은 오랫동안 인텔 독주체제였다. 서버, 노트북, PC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90%로 압도적 선두 주자였다. 여기에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및 개발 전문업체) AMD가 인텔 왕좌에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AMD는 최근 노트북용 CPU ‘Ryzen 5000’ 시리즈와 차세대 데스크톱 CPU인 ‘Ryzen 7000’ 시리즈를 출시해 인텔과 성능 경쟁에 나섰다. 고성능 프로세서 개발 및 공급에 박차를 가한 AMD의 시도가 지난해부터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인텔이 특히나 압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서버 시장부터 균열이 감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시장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다. 시장 규모가 커지자 빠르게 기회를 포착한 AMD의 시장점유율도 과거 한 자릿수에서 최근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CPU 시장 판도 자체에 지각변동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윈텔(Wintel: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인텔의 합성어)이라고 부를 만큼 인텔과 가까웠던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1)에서 AMD 측 키노트에 등장해 전방위 협력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에 힘입어 AMD의 가정용 컴퓨터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애플은 M1 맥북 모델을 내세워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컴퓨터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엔비디아, 퀄컴 등도 독자적으로 CPU를 개발하고 있어 시장 판세는 혼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그래픽 칩셋 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을 가진 엔비디아는 노트북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지포스RTX 3080Ti’를 출시했다. 그래픽카드의 CPU라고 할 수 있는 GPU 시장에서 인텔의 외장 GPU에 맞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강자인 퀄컴도 컴퓨터용 CPU와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한 XR 프로세서에 뛰어들어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그래픽 칩셋 시장 상황을 요약하자면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건 AMD, 저력의 엔비디아, 고개 드는 퀄컴”이라고 할 수 있다.
CPU, GPU, AI 등 니즈 다양
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 2200. [사진 제공 · 삼성전자]
CPU가 탑재되는 디지털 기기 생산 업체들도 아예 자체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애플은 자사 제품에만 탑재하는 전용 칩셋 ‘실리콘’을 내놨다. 클라우드 시스템 운영이나 인공지능(AI) 등 특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용 칩셋 개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이 각각 사업 영역에 맞는 칩셋 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CPU를 포함한 다양한 비(非)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우리 주변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서비스와 사업이 온라인·디지털화되면서 반도체 칩셋 수요 또한 늘어날 것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CPU, GPU, AI 등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칩셋에 대한 니즈도 커질 수밖에 없다. CPU와 칩셋 등 관련 시장의 합종연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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