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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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탓 한국 경제 붕괴? 장기 전망 믿지 말라

[홍춘욱의 투자노트] 국민연금 고갈 예측도 불확실

  • 홍춘욱 이코노미스트·경영학 박사

    입력2021-11-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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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댓글창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는 ‘저출산’이다. 지난해 한국 출생아 수가 27만 명에 그쳤다는 뉴스를 근거로 우리 경제와 자산시장이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가 많다. 물론 인구가 감소하고 한 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오면 한국 경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28년 동안 이코노미스트로 일해오면서 깨달은 점 가운데 하나는 ‘장기 전망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학문적으로도 상당 부분 입증된 일이다.

    테틀록 교수는 여러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걸프전, 일본의 부동산 거품, 퀘벡이 캐나다에서 분리될 가능성 등 1980년대와 1990년대 거의 모든 중요 사건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련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예외적인 사건인가? 아니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밥값을 못하는가? 15년 넘게 걸린 테틀록의 연구 결과는 사회과학계를 엿 먹이는 것이었다. 그가 살펴본 전문가들은 직업이 뭐든 간에, 경험이 얼마나 오래 쌓였던 간에, 전공 분야가 뭐든 간에 하나같이 동전을 던져 판단을 내릴 때보다 낫지 않았다(네이트 실버, ‘신호와 소음’, 2014, 88~89쪽).

    필립 E. 테틀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거창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면서 별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는 대다수 전문가를 고슴도치로 분류했다. 반면 고슴도치와 달리 예측력이 뛰어난 소수 사람을 ‘여우’로 분류했는데, 이들은 매우 실용주의적이어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가능성이나 확률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필립 E. 테틀록·댄 가드너, ‘슈퍼예측’, 2017, 112~115쪽). 사회과학계만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책당국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05년 9월 18일, ‘60년대 ‘거지꼴 못 면한다’→요즘 ‘혼자는 싫어요’). 지금 들으면 기가 찰 이야기이지만 사실이다. 필자도 예비군 훈련 중 정관수술을 받고 먼저 집으로 돌아간 선배들을 본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예비군 훈련 가면 정관수술 시켜주던 나라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당장의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고갈 시점 예측이야말로 ‘바뀔 수 있는 미래’에 속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운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국회예산정책처,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2019). 2019~2060년 국민연금 연수익률이 3%에 그치면 고갈 시기는 2054년으로 예측되지만, 캐나다 국민연금(CPP)처럼 연 5.9% 고수익을 낸다면 고갈 시기는 2065년 이후로 늦춰진다고 한다. 참고로 1988년 국민연금 출범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6.3%로 캐나다 국민연금보다 높으며, 고금리 여건이 소멸된 2018~2020년 수익률도 연 6.9%였다. 따라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 예측에만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높은 운용 성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운용역에게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고 운용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인구가 감소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인가”라고 질문하는 독자가 있을 텐데, 필자도 전체 경제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는다. 앞으로 저출산-고령화가 계속된다면 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의 절대 수준 감소가 국민 개개인의 소득 감소를 유발하느냐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그래프1’은 꽤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로축은 2001~2020년 평균 인구 증가율을, 세로축은 평균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을 나타낸다. 한국보다 먼저 인구고령화를 경험한 17개 선진국 사례인데, 인구 변화가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2010~2019년 생산성 증가율 압도적 1위

    선진국의 인당 평균 실질소득이 인구 변화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벽을 넘어선 나라는 대부분 양적 성장 궤도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굴삭기 1대로 운영하는 작업장을 예로 들면 자본 투입량 변화는 굴삭기의 추가 투입에 해당된다. 작업에 투입되는 굴삭기가 2대 혹은 3대로 늘어난다면 노동시간당 생산물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식의 자본 투입 증가 효과는 점점 떨어진다. 굴삭기가 1대에서 2대가 될 때 생산성은 이전보다 100% 개선될 수 있지만, 굴삭기 10대에서 11대가 되는데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는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본이나 노동력 투입 자체보다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총요소생산성)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래프2’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생산성 증가율을 보여주는데, 한국이 압도적 1위임을 알 수 있다. 즉 ‘총요소생산성’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경제성장을 좌우한다. 물론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이 다시 급격히 감소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게 만든 요인, 예를 들어 국민의 교육열과 기업의 기술혁신 노력이 일거에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인구가 감소하면 자산시장은 붕괴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다룰 것을 약속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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