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대 현모 님, 수고하셨어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 생중계 잘 들었습니다.
현모 ㅎㅎ 감사합니다. 사실 목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바라던 대로, 딱 예상한 대로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기뻐요!!!
영대 그러게요. 방탄소년단(BTS) 3관왕 정말 대단하네요!!
현모 이번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연예인들의 연예인, 가수들의 가수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매체 인터뷰를 보면 가장 기대되거나 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하나같이 BTS를 꼽거든요. 호스트였던 카디 비(Cardi B)의 세 살배기 딸내미가 BTS 팬이라는 건 이미 전 세계가 다 아는 유명한 사실이고요. 이번에 ‘Leave The Door Open’으로 R&B 노래 상을 수상한 실크 소닉(Silk Sonic)의 앤더슨 팩(Anderson Paak)도 아들이 BTS 팬이라 은근히 BTS랑 같이 작업하는 날이 오길 기다리는 눈치였어요. 신인상 후보에 오른 호주 아티스트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 역시 한 유튜브 영상에서 BTS를 언급하며 언제든지 컬래버 문은 열려 있다고 하던데, 혹시 모르죠!? 인터넷에서 보니까 과거 방시혁 프로듀서(현 하이브 의장)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던데요.
11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 ‘페이보릿 팝송’ 등 3개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방탄소년단. [사진 제공·빅히트 뮤직]
현모 그죠. 게다가 수상 소감도 진짜 최고였어요! ㅠㅠ
영대 무려 세 번이나 했다는 사실!
현모 어쩜 그렇게 큰 무대에서 떨지도 않는지. 윤기(슈가) 씨가 당당하게 한국어로 편하게 이야기한 것도 좋았고, 정국 씨는 마치 영어가 모국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지 뭐예요. 마지막에 “Focus on! Focus on!” 하면서 끝내 문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꺅 소리 지르면서 석진(진) 씨한테 붙잡혀 끌려가는 장면은 진짜 재미있어서 열 번은 돌려 봤어요.
영대 팬들이 일명 ‘포커스 온’ 수상소감이라고 하던데, 시상식 무대가 그만큼 그들에게 안방처럼 편안해졌다는 방증인 거 같아요.
현모 무척이나 역사적인 사건인데! 사람들이 많이 알려나 모르겠네요.
영대 그죠.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 대중음악에 획을 긋는 이벤트였으니까요. AMA 입성 4년 만에 이룬 결실이 감개무량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길고 긴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관중과 대면하면서 함께 소리 지르고 춤춘 것도 참 오랜만에 보는 신나는 광경이었어요.
현모 그러니까요. 사전 레드카펫 진행자들이 이제 다시 귀마개가 필요할 거라고 농담하더라고요. BTS 팬들의 함성 때문에 귀가 아플 테니까요.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피날레 무대에서 ‘Butter’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왓 챠]
현모 아으, 갑자기 나도 LA 방탄 콘서트 진심 가고 싶다요….
영대 ㅎㅎㅎ 저도 예전 같으면 갔을 텐데, 지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있네요.
현모 겨울에는 기관지가 안 좋아져 따뜻한 지역으로 피신 가야 한단 말이에요. ㅠㅠ
영대 그러게요. 현모 님 요번에 감기도 오래 가고, 진짜 몸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같아요.
현모 선천적으로 목이 약하게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목청 좋은 사람을 보면 심각하게 부러워요. 회식 자리에서도 목소리가 쩌렁쩌렁 뚫고 나가는 사람, 예컨대 이번에 시상자로 등장한 조조 시와(JoJo Siwa) 아시죠?
영대 네네, 미국 초통령 같은 분.
현모 ㅋㅋ 그 조조 시와가 토크쇼 같은 데 출연해 말하는 거 한번 들어보세요. 모든 음절 하나하나를 엄청 크게 내지르거든요. 와, 전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저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나 진짜 신기해요.
영대 ㅋㅋㅋ 소위 화통을 삶아 먹었다고 표현하잖아요. 현모 님의 부러움 타임 또 시작이네요.
현모 전 남편이 다른 방에서 “여보” 하고 불러도 “왜”라고 대답 못 하고 일단 남편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거든요. 음량을 크게 내는 게 힘들어요. ㅠㅠ 저희 어머니가 교생 실습까지 다 마치고도 목이 아파 교사를 못 하셨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해가 갈수록 점점 이해되고 있답니다.
영대 에고, 직업적으로 애로사항이 많으시겠어요.
현모 입 꾹 다물고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거 같다는.
영대 그나저나 조조 시와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이번에 시상자 면면도 뻔하지 않고 참 구성이 다양했던 거 같아요.
현모 맞아요. 틱톡이 후원사라 더욱 그랬는데, 기존 영화배우나 싱어송라이터 위주가 아니었어요. 조조 시와도 구독자 1200만 명이 넘는 초특급 유튜버고, 방탄소년단에게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시상한 라이자 코시(Liza Koshy)도 어마어마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거든요. 구독자가 1750만 명이 넘어요. 어찌 보면 올해 처음 국내 독점 중계를 담당한 채널도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왓챠였다는 것도 그러한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일맥상통하고요.
영대 원래는 AMA 공식 웹사이트에서 투표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전면 틱톡 투표로 바꾼 것도 획기적 변화죠.
현모 솔직히 틱톡에서 한 번도 투표해본 적 없는 저는 따라가기가 어렵더라니까요!
영대 배우 매들린 클라인(Madelyn Cline)이 페이보릿 트렌딩 송을 시상하면서 옛날얘기를 예로 든 게 고작 2015년이잖아요. ㅋㅋㅋ 그땐 다운로드 횟수로 히트곡이 정해졌다고, 그런데 이제는 틱톡에서 화제가 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맙소사, 저는 ‘뉴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이 내한 공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하하하.
현모 ㅋㅋㅋㅋ 일명 나이 까기(age shaming) 농담한 거죠, 뭐. 저도 심심한 위로를 드리자면 뉴키즈 온 더 블록이 한국에 왔던 게 저 어릴 때이긴 하지만 기억나요.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뉴스에서 난리였고, 언니도 현장에 보러 갔었거든요.
영대 이번에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공연장 압사 사고 소식을 들으니 다시 한 번 떠오르긴 하더라고요.
현모 비극적인 소식이 또 있어 안타깝긴 했어요. 젊은 래퍼 영 돌프(Young Dolph)가 지난주 멤피스 과자 가게에서 총기 사고로 죽었잖아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BTS랑 ‘Butter’ 합동 무대를 준비하던 메간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 막판에 아예 불참을 결정한 것도 그 충격 때문이라고 하니 속상하더라고요.
영대 미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누군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니 무섭긴 해요.
현모 영대 님도 그러니까 투어 안전하게 조심히 다녀오세요~.
영대 투어라고 하니까 제가 뮤지션으로 공연 투어라도 도는 거 같네요. ㅎㅎ
현모 BTS 투어~! 관광통역안내사분들이랑 BTS 관련 명소들을 답사하신다면서요.
영대 네. 코스 개발에 강사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분들에게 해당 장소들의 의미와 BTS 음악 등을 알려드리는 역할이죠.
현모 아, 그럼 혹시 ‘YOU NEVER WALK ALONE’ 앨범 표지를 찍은 그 버스 정류장도 가시나요?
영대 그럼요, 당연하죠! 왜요?
현모 주문진이잖아요. ㅋㅋㅋ 거기 근처에 맛있는 막국숫집 있거든요.
영대 아하하하, 안 그래도 거기 가봤냐고 여쭤보려고 했는데. ㅋㅋㅋ
현모 막국수 코스는 제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ㅋㅋ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