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지호영 기자]
친환경 경영 앞장서
코스맥스는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ODM) 기업으로는 최초로 ESG 경영 A등급을 받아 눈길을 끈다. 코스맥스는 환경 부문 A, 사회 부문 A, 지배구조 B+등급을 받아 모든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향상한 성과를 보였다. 코스맥스는 에스티로더,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등 세계 20대 화장품 기업 중 18곳에 제품을 공급하는 화장품 ODM 기업. 전 세계 화장품 ODM 기업 중 1위가 코스맥스이며, 경쟁사로는 2위 이탈리아 인터코스, 3위 한국콜마가 있다. 코스맥스와 인터코스의 화장품 매출액 차이는 2018년 3611억 원, 2019년 4007억 원, 2020년 5660억 원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맥스의 화장품 총매출은 1조3800억 원이다.1994년 경기 화성시 작은 공장에서 시작된 코스맥스가 29년 만에 화장품 ODM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은 한 발 앞서 변화를 읽어 내고 시대에 맞는 혁신적 화장품을 만들고 K-뷰티를 견인해온 덕분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패키지, 환경에 무해한 성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혁신 경영 중심에 이경수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10여 년 전인 2010년부터 환경 경영, 나눔 경영으로 ESG 경영을 시작했다”며 “최근 몇 년 동안 환경 경영에 집중해 드디어 올해 A등급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환경 경영에 집중한 건 언제부터인가.
“2015년 전 세계 화장품 ODM 기업 중 1위에 오르면서다. 그 당시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에 진출하면서 나라별 현지화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 경영과 나눔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요구하는, 환경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친환경 패키징 개발 가속화
친환경 패키징 개발에 힘쓰고 있는 코스맥스.[사진 제공 · 코스맥스]
“최근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선택할 때 지속가능한 소재와 친환경 용기를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잘 보존하면서도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포장이 대세다. 코스맥스도 친환경 포장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 사이에서도 친환경 패키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로레알, P&G, 유니레버,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고객사의 친환경 패키징 개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로레알의 경우 환경을 존중하고, 사용하는 자원량을 줄이며, 재활용이나 생분해 제품으로 교체하는 3R(Respect, Reduce, Replac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코스맥스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패키징 개발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패키징은 어떻게 개발되나.
“글로벌 화장품 고객사와 함께 친환경 포장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 및 실행 가이드를 정립한다. 그다음 롯데케미칼, SK케미칼 등 글로벌 소재 업체와 협력해 소재의 근본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생분해 및 바이오 등 재활용 소재에 관해 논의하면서 포장재를 개발한다. 고분자화학 전공자들로 구성된 패키지엔지니어팀은 화장품 제형을 용기에 넣었을 때 화학반응을 분석한다.”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에 유해한 화장품 성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5㎜ 이하 미세플라스틱은 정화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유입돼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런 이유로 코스맥스는 스크럽, 클렌징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각국에서 사용 불가한 유해성분들을 리스트업해 개발 단계부터 제외하고 생산한다.”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는 것으로 안다.
“경기 화성, 평택 등 국내 공장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약 15% 감축했다. 6월 기준으로 평택 공장은 전기 사용량의 13%를 태양광에너지로 대체했다. 또한 2017년부터 국내 화장품 ODM 기업으로는 최초로 전 세계 주요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 등을 평가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CDP가 발표한 ‘2020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B등급을 획득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30% 이상 감축하고 CDP A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화장품업계의 생존 전략도 달라진 것 같다.
“한국에서 올해 히트한 제품은 ‘가히’의 멀티밤이다. 이 제품은 마스크를 쓴 채 노출 부위만 스틱으로 쓱쓱 바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면서 립틴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립틴트 단일 품목이 1억 개 이상 판매됐다. 이처럼 시대에 맞는 히트 품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히트 상품은 어떻게 개발되나.
“보통 화장품 제조사는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두발제품 등 2~3개 팀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한다. 반면 코스맥스는 10개 넘는 랩 형태로 구성돼 있다. 스킨케어와 색조화장품 연구원이 한 랩에 소속돼 있기도 하다. 파운데이션 연구원과 크림 연구원이 같은 랩에서 크림에 파운데이션 색조를 넣거나 파운데이션에 영양성분을 넣는 것을 연구하는 식이다. 이런 조직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입사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가히 멀티밤은 5년 차 연구원의 작품이다.”
모바일 시대, 스피드가 기업 생존 결정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코스맥스 본사의 화장품 연구 랩. [지호영 기자]
“아직은 AI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반드시 화장품업계에 들어와야 한다. 예전에는 화장품 회사가 소비를 리드했다면, 요즘은 소비자가 트렌드를 만든다. 유통 부문에서 소비자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화장품은 소비자 개개인 맞춤으로 가야 한다. 브랜드사든, 유통사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빨리, 좋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때 법적 요건, 안정성 등 실수를 해선 안 된다. 이런 부분을 AI가 해결해줄 것이다.”
빅데이터 활용도 중요할 텐데.
“화장품 처방은 물론, 신제품 개발까지 빅데이터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맞춤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뛰어넘어 브랜드,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을 온라인으로 옮겨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제품 개발부터 유통까지 속도가 관건인 듯하다.
“맞다. 모바일, 인터넷이 가져온 시장 변화는 스피드가 생존을 결정한다.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량 생산부터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와 세계 각국에 직접 배송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갖출 계획이다.”
코스맥스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예상 실적은?
“화장품을 포함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2조1000억 원이었다. 올해는 20%가량 성장해 2조4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들어 중국 매출이 40% 증가했고, 국내시장은 10% 이상 성장했다. 올해 중국시장 매출액은 6200억 원 정도다. 중국 상하이 단일 공장에서 10월 한 달 동안 5000만 개 제품을 생산했다. 보통 한 공장에서 100만~200만 개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해 엄청난 생산량이다.”
내년 매출 목표는?
“올해 국내시장 화장품 매출액을 8500억 원으로 예상하는데, 내년에는 1조 원을 기대한다. 중국시장에서 화장품 매출은 2023년 1조 원이 목표다. 미국시장에서는 지난해 초 알코올 생산으로 겨우 버텼는데, 최근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화장품 회사들이 신제품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내년 1분기부터 미국시장 매출이 증가하면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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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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