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서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라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교육철학이 담긴 말이다. 금융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주린이’나 ‘재린이’에게도 통용된다(주린이는 ‘주식 어린이’, 재린이는 ‘재테크 어린이’의 줄임말로 주식투자나 재테크에 초보인 이를 가리키는 신조어). 당장 돈이 될 투자처를 찾을 것이 아니라, ‘투자로 수익을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낫다.
주식투자에서 ‘물고기 잡는 법’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크게 3가지 방법을 얘기해보겠다. 물고기 잡는 법 3가지는 낚시를 하거나, 작살을 쏘거나, 그물을 펼쳐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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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견뎌야 하는 가치투자
첫 번째, 낚시를 하는 방법은 물고기가 있을 만한 바다에 적당한 깊이로 미끼를 꿴 낚싯바늘을 던져놓는 것이다. 기다리다 보면 물고기가 미끼를 물게 되고 이때 팽팽해진 낚싯줄을 끌어올린다. 이는 주식에서 기본적 분석투자 혹은 가치투자와 비슷하다.기본적 분석투자란 투자 대상의 내재가치를 투자자의 정해진 계산방식으로 분석한 후 시장 가격과 비교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매매하는 방식이다. 내재가치 분석은 수치로 쉽게 표시할 수 있는 부문을 분석하는 정량적 분석과 최고경영자(CEO)의 능력 등과 같이 수치로 계산하기 힘든 부문을 분석하는 정성적 분석으로 나뉜다. 정성적 부문이라도 정한 기준에 따라 수치화해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운용 측면에서 기본적 분석투자에 100% 가까이 의존하는 투자를 가치투자라 부르기도 한다.
기본적 분석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재무제표를 이해할 회계 지식이 필요하고, 경영 환경을 이해해야 하며, 회사별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또한 분석할 회사가 너무 많고, 분석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개인투자자 또는 직장인은 관심 있거나 일부 친숙한 회사만 분석하게 돼 투자 대상이 좁아지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 분석에 근거한 가치투자는 인내하고 고통을 참아야 하는 방법이라 실천이 꽤 어려울 수 있다.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수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주식가격을 ‘미인 선발대회’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내가 심사위원일 때 내 생각에 가장 예쁜 사람을 뽑아도 다른 사람들이 뽑지 않으면 그 후보는 탈락한다. 이때 내 심사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뽑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한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주식, 저평가 가치주를 골라도 사람들이 그 주식을 사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케인스는 가치투자 방식이 특별히 옳다고는 믿지 않았다고 한다.
가치투자는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한다.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시장의 외면을 견뎌야 한다. 낚시 역시 비슷하다. 물고기를 낚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어떤 날은 한 마리도 못 잡는다. 물때와 어종의 특성, 미끼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물고기를 낚을 확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행보다 이해가 먼저
물고기를 잡는 두 번째 방법은 작살을 쏘는 것이다. 물안경을 쓰고 바다에 직접 들어가 물고기를 향해 끝이 뾰족한 작살을 발사해 잡는 방법이다. 작살을 이용하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행해진 직관적 방법이다(현재 국내에서 작살을 이용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투자 방법에서는 모멘텀 투자가 작살 쏘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모멘텀 투자란 시장 분위기와 뉴스, 테마, 종목 정보, 투자심리, 수급, 가치 판단, 기술적 분석 등의 요소를 재료로 한다. 투자자 직관이나 영감으로 이 재료들을 종합해 자산가격을 전망하고 이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퀀텀펀드라는 유명한 헤지펀드를 창립한 짐 로저스와 조지 소로스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모멘텀 투자자다. 판단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종합해 결국 투자자 직관으로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는 모멘텀 투자는 사람의 본성에 지배받을 개연성이 높다.
모멘텀 투자자가 자산가격 상승이나 하락을 전망해 매수 또는 매도하는 것은 추세 추종 전략이다. 시장 상황에 민감해야 하고 투자 타이밍도 중요하다.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볼 수 없는 직장인에게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초보투자자가 쉽게 접하는 방법이지만 이로 인해 실패하기도 한다. 이른바 작전주, 테마주 등과 같이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돈을 벌려는 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원시시대부터 작살로 물고기를 잡아온 본성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고기를 잡는 세 번째 방법은 그물을 펼쳐놓는 것이다. 광범위한 그물에 물고기가 걸려들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투자에 적용하면 포트폴리오 투자법이라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하는 방법이다. 바이오나 2차전지 같은 특정 섹터 주식에 분산하는 것은 주식 포트폴리오 투자다. 이 방법은 해당 섹터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상승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으나 어느 종목이 오를지 알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분산하는 방법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다. 어느 자산군이 오를지 알 수 없고, 상승과 하락 타이밍을 알 수 없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미리 분산해놓은 자산 중 가격이 상승한 자산을 일부 팔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산을 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춘다. 이를 통해 저가 매수, 고가 매도를 반복하게 된다.
자산배분 투자는 투자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직장인에게 유리한 투자 방법이다. 시장의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거나, 알더라도 대응하기 어려운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변동성이 낮으며 적정한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에 노후 대비 연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 같은 장기 자금을 굴리는 데도 적합하다. 물론 작살을 쏘는 것처럼 직접적이고 강렬한 희열을 주지는 못한다. 또한 낚시의 손맛 같은 것을 알려주지도 않지만, 잔잔하고 꾸준한 수익으로 물고기를 획득할 수 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이 그러하듯,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많은 투자 대가 역시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투자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어떤 방법이든 투자자 본인이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성일은…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국책은행에서 IT(정보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원이 아닌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평범한 월급쟁이로서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한 끝에 자산배분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MBA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마법의 돈 굴리기’ ‘마법의 연금 굴리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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