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동탄점 더 콘란샵 2호점(왼쪽)과 한샘디자인파크 롯데메종 동부산점 전경. [사진 제공 · 롯데쇼핑, 사진 제공 · 한샘]
롯데쇼핑의 경우 한샘 지분 인수 주체인 IMM PE의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다. 투자액은 2995억 원으로 한샘 지분 5∼6%를 확보하게 된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IMM PE가 한샘 경영권을 갖고, 롯데쇼핑은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나중에 IMM PE가 한샘을 되팔 때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롯데쇼핑이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시장 진입 늦은 만큼 속도전
1970년 설립된 한샘은 가구, 리모델링 등 원스톱 토털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조674억 원, 영업이익 93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5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어난 수치다. 향후 리모델링 시장 전망도 핑크빛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41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배가량 성장했으며 올해 6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롯데로서는 이번 양해각서(MOU)를 통해 백화점 경쟁 상대인 신세계, 현대 등과 리빙 시장에서 견줄 만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신세계는 2018년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와 건자재기업 현대L&C(옛 한화L&C)를 인수해 일찌감치 가구·인테리어 시장을 선점했다.
늦은 출발인 만큼 롯데는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샘과 협업해 전국 백화점 점포에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등 체험형 매장을 늘려왔으며, 별도의 리빙 전문관과 편집숍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6월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자사 최초 리빙 전문관 ‘메종 동부산’과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 2호점을 오픈했다. 10월 1일에는 건대스타시티점에 수입가구, 조명, 오디오 등을 선보이는 큐레이션 리빙 복합 매장 ‘테일러드 홈’도 오픈했다. 9월 문을 연 타임빌라스(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 옆에도 2년 내 리빙 전문관 ‘메종 의왕(가칭)’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샘 역시 스마트홈, 렌털사업, 중개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협업이 기대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번 PEF에 롯데쇼핑과 별도로 500억 원을 출자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백화점과 할인점, 쇼핑몰 등 기존 유통 채널에 가전과 가구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가능하고,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빌트인 가구 등 안정적인 B2B(기업 간 거래) 물량도 확보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인수가 고가 논란은 자사주 소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IMM PE는 당초 1조5000억 원 안팎의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인수금융 유치를 위해 한샘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소각 전 인수가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2만 원 내외인데, 9월 기준 한샘 주가가 11만~12만 원대를 오가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거의 2배에 가깝게 주고 사는 셈이었다. 단,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 인수 가격이 17만~18만 원으로 떨어지면 IMM PE와 롯데쇼핑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커지는 인테리어 시장, 법령이 못 따라가”
한편 한샘은 실내건축면허 논란에 휩싸였다. 한샘 공식 사이트에 등록된 리모델링 전문 브랜드 ‘리하우스’ 대리점 552개 중 실내건축면허를 소지한 곳은 45곳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법률상 1500만 원 넘는 공사를 하려면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반드시 소지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형사처벌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한샘 측은 “업계 전반의 문제이고, 이를 보완하고자 본사 직접 시공을 늘리겠다”는 설명을 내놓았다.실제로 한샘뿐 아니라 브랜드 인테리어 시공사 대리점이 대부분 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실내건축공사업협의회 임종진 국장은 “실질적으로 실내건축면허를 취득한 업체가 전국 5000여 곳뿐인 데다, 무면허 시공 하자로 소송을 해도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점점 커지는 인테리어 시장을 법령이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로서는 인수 전 한샘이 가진 역량과 함께 모든 리스크를 고려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구 카테고리가 e커머스 시장에서 핵심 부분으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업계 1위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롯데가 잘한 선택으로 보이며, 한샘 역시 유통회사를 만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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