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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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3파전, 현대차·한화·KAI… 미래 먹거리 플라잉카에 ‘진심’

2040년 시장 규모 1723조 원 예상… “도심 정체 해결, UAM밖에 답 없어”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08-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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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 시계방향)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미래형 이동체. 현대자동차그룹의 PAV 콘셉트 S-A1.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사진 제공 · KAI,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왼쪽 위 시계방향)한화시스템의 버터플라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미래형 이동체. 현대자동차그룹의 PAV 콘셉트 S-A1.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사진 제공 · KAI,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더는 ‘뇌피셜’(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을 뜻하는 신조어)이 아니다. 도심을 비행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이 주목받고 있다. 혁신 모빌리티가 미래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으면서 기업들도 UA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에선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다임러와 포르쉐, 영국 애스턴마틴, 일본 도요타, 중국 지리 등 완성차업체들과 보잉,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업,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들이 UAM 개발에 한창이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250개 이상 콘셉트로 UAM 관련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100여 년 전 항공산업 초창기 때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포에서 강남까지 15분 주파 가능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청사진.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청사진.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UAM은 말 그대로 도심을 비행하는 이동수단이다. 전기로 구동하는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를 기본으로 한다. 활주로 없이 헬기처럼 뜨고, 여객기처럼 속도도 빠르다. 소음은 적고 배터리를 동력으로 사용해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자율주행도 뒷받침돼야 한다. 승객을 1명이라도 더 태워야 상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조종사가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조종사 없이 알아서 뜨고 내리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UAM이 상용화되면 교통 혼잡에서 벗어나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일례로 교통체증이 심한 오전 출근시간대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강남구 코엑스까지 UAM을 이용하면 15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현재 택시로는 평균 54분, 지하철로는 1시간 15분이 걸린다. UAM이 대도시 과밀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UAM이 현실화되면 서울 시내 평균 이동 시간이 자동차를 이용할 때보다 70% 단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서울에서만 연간 429억 원, 전국으로 따지면 2735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UAM이 도입되면 승객 수송뿐 아니라 화물 운송 방식도 바뀌게 된다. 현대차는 UAM 기체 양산에 앞서 2026년까지 화물 운송용 무인 항공기(Cargo UAS·Unmanned Aerial System)를 먼저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UAM 양산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는 한편, 무인 항공 운송산업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Cargo UAS는 기존 도로나 수상 인프라로 충족하기 힘든 중형 화물을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물류 서비스 분야에 혁신을 안겨줄 전망이다.



    현대차, 2025년까지 60조 투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에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UAM을 비롯한 자율비행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717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 한화시스템, KAI의 3파전이 예상된다. 먼저 현대차는 2025년까지 UAM을 포함해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60조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직 국제적으로 UAM 절대 강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로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2019년 UAM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미래항공 전문가인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신 부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0’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와 협업을 통해 완성한 UAM 모델 ‘S-A1’을 공개했다. S-A1의 동체 길이는 10.7m, 날개는 15m로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1회 충전 시 100㎞까지 비행 가능하고, 속력은 시속 290㎞까지 낼 수 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비행하지만, 자동 비행 기술이 안정화된 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안팎. 그사이 기체는 고속충전을 실시한다. UAM에서 내린 승객은 환승 거점인 허브(hub)에 도착해 친환경 자율주행차로 갈아탄다.

    한화 “저궤도 위성통신과 시너지 낸다”

    한화시스템의 UAM 버티허브 구축 조감도(왼쪽). 한화시스템의 UAM과 기존 교통체계 연계 플랫폼.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UAM 버티허브 구축 조감도(왼쪽). 한화시스템의 UAM과 기존 교통체계 연계 플랫폼. [사진 제공 · 한화시스템]

    현대차는 S-A1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잡고 있다. 글로벌시장 흐름으로 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신재원 사장은 1월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게 아니다. 제반 조건이 마련되고 시장이 형성될 때 가장 수익성 있으면서도 안전하고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기체를 개발해 그 시장에 제일 처음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안에는 확실히 된다”고 밝혔다.

    방산 전문기업 한화시스템도 2019년 UAM 시장에 진출해 2025년 시범운행 청사진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2월부터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Butterfly)’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오버에어의 ‘최적 속도 틸트로터’(Optimum Speed Tiltrotor·OSTR)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UAM 기체 버터플라이의 상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버터플라이는 기존 틸트로터 기체보다 최대 5배 효율을 자랑하는 OSTR 기술로 2024년까지 기체 개발을 마치고 2025년 서울-김포 노선 시범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시기적으로만 보면 현대차를 앞선다. 기체 개발과 더불어 항행·관제 솔루션, 기존 교통체계와 연동 등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밝힌 2030년 에어모빌리티 사업 예상 매출 규모는 11조4000억 원이다.

    3월에는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성공했다. 해당 자금은 UAM 사업을 비롯해 위성통신 사업에 투자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올해부터 3년 동안 저궤도 위성통신에 5000억 원, 에어모빌리티에 45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며 “저궤도 위성통신체계를 구축하고, 에어모빌리티 기체와 인프라, 관제 서비스 및 항공물류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은 바로 ‘시너지’다.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 에어모빌리티 사업의 핵심인 교통 관리·관제 시스템에 활용된다. 수백m 고도에서 날아다니는 에어모빌리티는 지상 통신망으로 신호를 주고받기 어려워 위성통신기술이 꼭 필요하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시너지를 통해 비용은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버터플라이의 틸트로터는 기존 헬리콥터와 달리 대형 로터 4개가 전방과 후방 날개에 장착돼 있다. 수직 이륙 후 방향을 바꿔 수평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적은 에너지로도 장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틸트로터 4개는 분산 전기추진 방식을 사용해 하나의 프로펠러나 로터가 고장 나도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다고 한다.

    KAI도 UAM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4월 안현호 KAI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 국내 다수 기업이 UAM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진입한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우리 하나뿐이다. 국내에서 UAM을 가장 잘 아는 업체는 KAI”라고 말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한화그룹 등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KAI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UAM 가장 잘 아는 기업은 KAI”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UAM 전체 시장의 90% 이상이 건설, 운항, 금융·보험 같은 서비스나 인프라에 집중돼 있어 대기업은 수조 원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KAI는 UAM 개발에 필요한 전체 기술의 70%를 이미 보유 중이며, 나머지 30% 정도를 UAM에 특화된 신기술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브랜드 경쟁에서는 대기업에 밀리는 만큼 현대차, 한화시스템 등과 컨소시엄을 이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UAM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 선점’이다. UAM은 동력장치와 이착륙, 비행 방식 등 주요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기종이 존재한다. 10년 내 미래 시장을 지배할 표준 기종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2025년까지 UAM 표준 선점을 위해 전기 분산추진, 소음 등 핵심 요소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UAM 독자 모델은 2029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UAM 시장이 완벽히 형성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하면 이 같은 계획도 늦지 않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UAM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관련 인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에는 아직 인증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향후 국내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인증 시스템을 갖춘 국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체 인증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원과 실효성 있는 로드맵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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