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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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고물가 온다… 초보 투자자? 베트남보다 중국을”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이머징마켓 주목하라”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6-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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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것은 없다. 세계경제가 고성장-고물가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식시장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의 말이다. 6월 1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오 부부장은 저성장-저물가에 갇힌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고물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이 각각 10%씩 높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 상황보다 성장률과 물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부양 과정에서 재정정책에 대한 반감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오 부부장은 매크로(macro) 시장 분석, 투자 전략 수립 전문가다. 미국 공인회계사 등 다수의 금융 관련 자격을 보유했다. 유튜브 등에서 복잡한 경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해 개인투자자로부터 ‘금융천재’ ‘갓건영’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투자 전략을 담은 책 ‘부의 시나리오’를 6월 7일 출간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이 6월 1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이 6월 1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美 긴축정책에 전 세계 흔들릴 수 있어”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할 국가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신흥국)마켓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시장이 나쁘게 흘러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미국이 전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비행기로 비유하자면 세계경제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엔진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였다. 미국이 긴축정책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경제가 휘청할 것이다. 싱글엔진 모델은 리스크가 크다. 멀티엔진이 필요하다. 이 경우 미국시장이 과열되더라도 다른 엔진이 작동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머징마켓에 관심을 가지라는 뜻인가.

    “1995년 멕시코가 파산했다. 1997년에는 동아시아 3국이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듬해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1999년에는 브라질이 무너졌다. 당시 모두가 미국 IT(정보기술) 섹터에 투자했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미국 투자 붐이 불었다. 그러다 2000년 IT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다들 이머징마켓으로 몰렸다. 지금 또다시 미국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시장이 지금 좋긴 하다. 좋은 것과 좋아지는 것은 다르다. 앞으로 좋아질 부문에 관심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머징마켓의 범위는 넓다. 특히 주목할 곳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다. 이머징마켓도 발전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베트남의 경우 경제성숙도에서 한국과 차이가 크다. 초보 투자자에게는 프런티어 마켓(신흥 개발도상국)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처럼 성숙한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트폴리오에 가치주 폭넓게 보충해야”

    자료 | ‘부의 시나리오’

    자료 | ‘부의 시나리오’

    책에서 “중후장대(重厚長大) 관련 섹터의 비중을 확대하라”고 권했다.

    “중후장대가 무조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저성장-저물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대형·굴뚝 산업에 관한 비관론이 강했다. 원자재·물류·건설 등에 대한 회의론이 만연했다. 최근 조선업이 실물경제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않나. 시나리오 변화에 대비해 성장주 외에도 가치주를 폭넓게 보유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자체를 중후장대로 꾸리라는 의미는 아니다.”

    건설·조선 산업을 주목할 만하다는 건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IT 산업, 비대면 산업을 제외한 분야의 투자에 부정적이었다. 9월을 지나면서 성장주와 IT 관련주에 먹구름이 끼었다. 최근엔 건설주와 조선주가 많이 올랐다. 이를 스타일의 로테이션이라고 한다. 지금 매크로 환경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강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래 예측이 어려운 만큼 건설·조선주도 포트폴리오에 채워놓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주와 건설주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나.

    “분산도 여러 관점에서 할 수 있다. 첫째, 주식·채권·원자재로 나누는 자산 분산이 있다. 둘째, 주식 내에서 종목을 나누는 스타일 분산이 있다. 마지막으로 시점을 기준으로 해 나눌 수 있다. 저성장-저물가 국면이긴 하나 언제 고성장-고물가 국면으로 바뀔지 모른다. 가치주 섹터 주가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고성장-고물가 시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에 조금씩 담아가는 전략도 괜찮아 보인다.”

    오 부부장은 이어 “고성장-고물가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마찰이 생길 수 있다. 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이 대표적 예다.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을 일정 수준 구비해야 한다. 달러와 금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글로벌 시장의 흐름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유동성에 의해 시장이 흔들릴 때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달러는 보험 성격을 지닌 자산이다. 포트폴리오의 10% 이하 비중으로 달러를 보유하는 편이 좋다”고 권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로금리 유지 결정을 내린 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안정을 위해 매달 800억 달러(약 90조2800억 원) 규모의 국채와 400억 달러(약 45조1400억 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고 있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유동성 공급 추세가 둔화하면서 증시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테이퍼링 계획 8월 발표할 듯”

    마찰 요인 중 하나로 테이퍼링이 꼽힌다. 언제 시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8~9월 중 연준이 테이퍼링 관련 계획을 밝힐 것 같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한다. 매년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금융 전문가들, 정책 담당자들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모여 회의를 한다. 미국 테이퍼링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에 대해 운을 띄운 다음 9월 중순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시행 시기를 선언하리라고 전망한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주식시장을 떠나겠다는 사람도 있다.

    “테이퍼링은 브레이크가 아니다.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 양이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 일시적 충격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의 성장도 같이 바라봐야 한다. 가령 가격이 20% 오를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이 있다고 해보자. 3%였던 대출금리가 4%가 돼도 부동산을 구매할 것 아닌가. 성장이 눈에 보이기에 테이퍼링을 하는 것이다. 깁스는 다리가 나았기 때문에 푸는 것이지, 다리가 나았는지 확인하려고 푸는 것이 아니다.”

    테이퍼링을 앞두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식에 ‘올인’ 했다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맞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시장에 연약한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자산의 일부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가령 강한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을 60%로 전망한다면, 주식과 현금 비중을 6 대 4로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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