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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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 break

No 근엄, 명랑한 차(茶) 생활

다도(茶道)는 잊어라…‘힙’하게 즐기는 요즘 차 문화

  • 문현선 중국문화 전문가 asianmyth@naver.com

    입력2021-03-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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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층 캐주얼해진 
차 문화. [사진 제공 · 티에리스 티 테이스팅룸]

    한층 캐주얼해진 차 문화. [사진 제공 · 티에리스 티 테이스팅룸]

    차(茶)가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1980~2004년생)와 만나면서 ‘힙한 놀이’가 되고 있다. 예부터 왕실이나 귀족이 즐긴 값비싼 사치품, 승려나 선비가 몸과 마음을 닦는 수련 도구로 써온 차가 웰빙 음료로 주목받으면서 캐주얼하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차 사랑을 선언한 이효리, 집에 고급스럽게 다실을 꾸며놓고 차를 즐긴다는 류승룡 같은 차 마니아 셀럽의 등장도 이런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서울 한남동, 서촌, 홍대 앞 일대에는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2030세대가 즐겨 찾는 다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커피에 비해 대중화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차가 아직 생경하다면 기본적인 차 종류부터 익혀두자. 차 종류만 알아도 차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차는 크게 불발효차와 발효차로 나뉜다. 대표적인 불발효차는 녹차다. 일반적으로 녹차는 구수한 향기와 담담한 첫맛, 깔끔한 뒷맛을 지닌 어린 녹차를 으뜸으로 꼽는다. 청명(4월 5일 무렵) 전 따는 명전차, 곡우(4월 20일 무렵) 전 따는 우전차가 가장 비싼 이유다. 그러나 실제 가장 맛있는 녹차는 입하차(5월 5일 무렵에 딴 차)다. 다성(茶聖)으로도 불리는 초의선사는 ‘동다송(東茶頌)’에서 “차는 곡우 전후에 따면 너무 이르고, 입하 후에 따야 좋다”고 이른 바 있다. 어린잎은 대개 가루로 만든 뒤 따뜻한 물에 풀어 맛차로 마시는 반면, 우려마시는 차는 어느 정도 여문 찻잎으로 만들어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 맛차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한국 맛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맛차가 대중화한 일본과 대만처럼 한국에도 티소믈리에가 만든 다양한 그린티 블렌딩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겼다. 

    영국식 홍차는 발효차를 대표한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 웨지우드, 트와이닝스, 립톤, 아마드 등이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다. 최근에는 대만과 중국을 중심으로 백차, 황차, 청차, 흑차 등 색다른 발효차가 소개되고 있다. 중국 안후이성, 윈난성 홍차는 영국식 홍차와는 또 다른 전통 기법으로 만들어져 그것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발효차는 발효 정도와 방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한다. 찻잎을 효소로 발효시킨 차가 청차와 홍차고, 효소를 억제해 다른 방식으로 발효시킨 차가 황차와 흑차다. 지방 축적을 막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보이차도 흑차와 같은 후발효차에 속한다.


    차를 즐기는 3가지 방법

    차 관련 문화나 트렌드를 캐주얼하게 즐기는 티카페, 티바, 차모임도 늘고 있는 추세다. 보기만 해도 멋진 다식으로 눈이 절로 호강하는 티카페의 애프터눈 티세트, 티소믈리에가 블렌딩한 오리지널 티를 맛볼 수 있는 티바, 인적 네트워크로 모인 사람들의 어울림이 좋은 차모임 등 설을 맞아 젊은 감각으로 차를 즐길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올봄에는 ‘차는 까다로운 격식과 예법의 음료’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명랑하게 즐겨보자.




    티카페의 애프터눈 티세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카페 델마르’의 
애프터눈 티세트. [카페 델마르 홈페이지 캡처]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카페 델마르’의 애프터눈 티세트. [카페 델마르 홈페이지 캡처]

    스콘, 수플레, 마카롱, 초콜릿 등 차와 어울리는 달콤한 다식이 인증샷을 부르는 티카페의 애프터눈 티세트. 특히 따끈따끈한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스트로베리 잼을 곁들인 티테이블은 마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한 장면에 초대받은 듯한 즐거운 상상을 자극한다.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카페 델마르’, 서울 회현동 레스케이프 호텔 ‘르 살롱’, 서울 신사동 메종 에르메스 ‘카페마당’의 애프터눈 티세트가 유명하며,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굿애프터눈’은 ‘혼족’을 위한 애프터눈 티세트도 선보인다.


    티바의 티테이스팅 코스

    티바에서는 
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알디프 티 바&라운지 홈페이지 캡처]

    티바에서는 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알디프 티 바&라운지 홈페이지 캡처]

    ‘차’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티소믈리에가 티테이스팅 코스를 제공하는 티바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홍대 앞에 있는 ‘알디프 티 바&라운지’ 티테이스팅 코스에서는 5가지 종류의 오리지널 블렌딩 티를 만날 수 있다. 서울 합정동 ‘티에리스 티 테이스팅룸’의 티 코스는 차 본연의 맛에 좀 더 충실해 차 세계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강원 영월군에 자리한 ‘든해 티 하우스’에서는 오프닝 티, 메인 티, 베리에이션 티와 다식으로 구성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든해 티 하우스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업 중이다.



    차모임의 캐주얼한 자리

    차를 즐겁게 마시는 차모임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 명랑 차 생활 연구회]

    차를 즐겁게 마시는 차모임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 명랑 차 생활 연구회]

    캐주얼한 차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이 모임은 대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모인 ‘청년청담(靑年淸淡)’은 20~40대 청장년들이 편하게 차를 마시려고 만든 모임이다. 매월 한 차례 정기 모임을 통해 차를 배우고 즐긴다. 서울 인사동의 ‘명랑 차 생활 연구회’는 일상에서 차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모임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좋은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중국 전문서점 지나북스에서 열리는 ‘수다회(水茶會)’는 수요일마다 모여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임이다. 중국차는 물론, 중국문화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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