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1이 넘는 경쟁률 뚫고 입사했는데…. 더는 못 버티고 다른 직업을 찾겠다는 동료들도 있어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객실 승무원인 20대 후반 A씨(여)는 3월 중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달 중순 국내선 항공기로 업무 복귀했지만, 6월 초 다시 휴직해야만 했다.
휴직 중 급여는 평소의 70% 수준. 현재 정부가 항공업계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어 이 정도 급여가 나오지만, 지원금이 끊기는 9월 이후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A씨는 “회사는 ‘휴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답할 수 없다’고 한다. 항공업계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승무원 관두고 다른 일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승무원이 됐는데, 다시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지난 10년간 항공업은 호황을 누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도 늘어 채용 시장도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중순 일본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시련의 계절이 시작됐다가 코로나19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는 작년 동월 대비 2% 수준. ‘하늘 위 직장’의 꿈을 품었던 청년들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혔다.
2018년 입사해 두 달간 교육을 마치고 일을 시작했을 때, A씨는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객실 승무원의 휴일은 매달 8일인데, 6~7일만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불매운동이 시작되자 회사는 연차 사용을 장려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하루 4편이던 일본행 비행기가 2편으로 줄었다. 그래도 국제선이 아예 뜨지 않는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휴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정규직인 A씨 상황은 비교적 나은 편.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보통 지상직 직원들을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공항에서 체크인 및 수화물 관리 업무를 하는 30대 초반의 지상직 직원 B씨는 “8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연장은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B씨는 3월 중순부터 두 달간 무급휴가를 보냈고, 한 달 출근하다가 현재는 유급휴가 중이다. 그는 “지상직 중 반은 일하고 반은 쉬고 있다. 6월 들어 국내선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급여의 70%를 받고 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유급 휴가 혹은 휴직이라도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B씨는 “지상직 직원의 급여는 200만 원 안팎”이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다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워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재취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꾸려가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A씨도 “서울 월세를 아끼려고 강원도의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C씨는 중학생 때부터 꿈꿨던 승무원의 꿈을 잠시 접고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학년이 끝나는 겨울방학에 토익 점수를 따고 2학년 1학기부터 입사지원서를 쓰는 게 보통인데, 올 상반기 승무원 채용을 하는 곳은 신생 저비용항공사 한 곳 뿐”이라며 “이참에 4년제 학위를 따서 승진에 유리한 조건도 갖추고, 4년제 학위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는 외국계 항공사 취업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항공기 조종사는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하지만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1억 원 이상의 비용과 2~3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국내 항공사의 ‘선선발 후교육’ 예비조종사 프로그램의 막바지까지 온 30대 초반 D씨는 올해 마지막 테스트를 거쳐 정식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이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항공사가 이미 입사한 조종사 훈련생부터 해고하고 있기 때문에, 입사하더라도 앞날을 장담할 수가 없다”며 “선선발 후교육 프로그램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서 항공사 공채를 준비하는 예비 조종사는 더 막막하다. 이제라도 ‘손절’할지, 그간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속어)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D씨는 “‘비행낭인’이 될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비행낭인이란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 취득자 수가 2015년 1000명을 돌파한 뒤 매해 높아져 지난해에는 취득자가 1988명에 달했다. D씨는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기업인 직장을 관뒀고, 훈련비로 쓰기 위해 5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그는 “국내에서 취업하지 못하면 미국에 가서 작은 여객기라도 몰아야 하는데, 비자 문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월까지 기내 통역사로 일한 E씨는 “지난해 입사한 동료는 전원이 휴직 중”이라며 “회사 규정에 휴직이 지속되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어 불안감에 우울증 치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객실 승무원인 20대 후반 A씨(여)는 3월 중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직후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달 중순 국내선 항공기로 업무 복귀했지만, 6월 초 다시 휴직해야만 했다.
휴직 중 급여는 평소의 70% 수준. 현재 정부가 항공업계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어 이 정도 급여가 나오지만, 지원금이 끊기는 9월 이후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A씨는 “회사는 ‘휴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답할 수 없다’고 한다. 항공업계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승무원 관두고 다른 일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승무원이 됐는데, 다시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휴직’…재계약? “물 건너갔다”
4월 27일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조종사노조 시위. [뉴스1]
2018년 입사해 두 달간 교육을 마치고 일을 시작했을 때, A씨는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객실 승무원의 휴일은 매달 8일인데, 6~7일만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불매운동이 시작되자 회사는 연차 사용을 장려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하루 4편이던 일본행 비행기가 2편으로 줄었다. 그래도 국제선이 아예 뜨지 않는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휴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정규직인 A씨 상황은 비교적 나은 편.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보통 지상직 직원들을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공항에서 체크인 및 수화물 관리 업무를 하는 30대 초반의 지상직 직원 B씨는 “8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연장은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B씨는 3월 중순부터 두 달간 무급휴가를 보냈고, 한 달 출근하다가 현재는 유급휴가 중이다. 그는 “지상직 중 반은 일하고 반은 쉬고 있다. 6월 들어 국내선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급여의 70%를 받고 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유급 휴가 혹은 휴직이라도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B씨는 “지상직 직원의 급여는 200만 원 안팎”이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다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워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재취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꾸려가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A씨도 “서울 월세를 아끼려고 강원도의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대기업 관두고 조종사 도전하는데…
승무원 준비생들도 혼란스럽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은 채용 문을 닫은 상태. 항공서비스학과 졸업반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제대로 실습할 수 없는 고충도 겪고 있다. 수도권 한 대학의 2년제 항공서비스학과 학생인 C씨는 “2학년 때 기내식 음료실습 등 취업과 직접 연관된 수업을 듣는데, 비대면 수업이 되자 휴학한 친구도 많다”고 전했다.C씨는 중학생 때부터 꿈꿨던 승무원의 꿈을 잠시 접고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학년이 끝나는 겨울방학에 토익 점수를 따고 2학년 1학기부터 입사지원서를 쓰는 게 보통인데, 올 상반기 승무원 채용을 하는 곳은 신생 저비용항공사 한 곳 뿐”이라며 “이참에 4년제 학위를 따서 승진에 유리한 조건도 갖추고, 4년제 학위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는 외국계 항공사 취업도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항공기 조종사는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하지만 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1억 원 이상의 비용과 2~3년의 시간이 요구된다. 국내 항공사의 ‘선선발 후교육’ 예비조종사 프로그램의 막바지까지 온 30대 초반 D씨는 올해 마지막 테스트를 거쳐 정식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이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항공사가 이미 입사한 조종사 훈련생부터 해고하고 있기 때문에, 입사하더라도 앞날을 장담할 수가 없다”며 “선선발 후교육 프로그램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서 항공사 공채를 준비하는 예비 조종사는 더 막막하다. 이제라도 ‘손절’할지, 그간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속어)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D씨는 “‘비행낭인’이 될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비행낭인이란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 취득자 수가 2015년 1000명을 돌파한 뒤 매해 높아져 지난해에는 취득자가 1988명에 달했다. D씨는 조종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기업인 직장을 관뒀고, 훈련비로 쓰기 위해 50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그는 “국내에서 취업하지 못하면 미국에 가서 작은 여객기라도 몰아야 하는데, 비자 문제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월까지 기내 통역사로 일한 E씨는 “지난해 입사한 동료는 전원이 휴직 중”이라며 “회사 규정에 휴직이 지속되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어 불안감에 우울증 치료를 받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