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골목을 밝히는 카페, 편의점이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이 투자 가치가 높다. [조영철 기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라지만, 여전히 수많은 예측 단서는 우리 일상에 숨어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데이터보다 일상의 실마리가 더 훌륭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한다. 공공 또는 민간에서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가 조사 시점과 공표 시점 사이의 시차 때문에 ‘바로 지금’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부동산 현장에서 ‘길거리 데이터’를 발견하고 검증해왔다. 이는 탁상 위 데이터보다 더 세밀하게 시장의 ‘결’을 알려줬다.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에서 통하는 일상의 미래 신호, 길거리 데이터에 대해 살펴본다.
간판 낡은 부동산중개업소가 믿을 만
매물 게시판에 전세가 사라지고 매매가 쏟아질 때가 ‘매수 타이밍’이다. [GETTYIMAGES]
그래서 사업지 검토를 위해 현장 조사를 나가는데, 그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이 해당 동네의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다. 그 동네 아파트를 누가 매수하는지(‘외지인 매수가 증가하고 있나’), 호가 대비 실제 거래 가격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대표적인 시세통계인 KB부동산 시세는 호가에 가깝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 가격을 공개하지만, 한두 달 전 데이터다), 주민들이 가장 관심 갖는 개발 호재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소도 중개 업력에 따라 시장 이해도가 다르다. 중개사마다 시장을 지극히 낙관적으로, 혹은 비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지난 10년간 전국 300여 곳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다니면서 신뢰할 만한 곳을 찾는 노하우를 익혔다. 우선 ‘오래된 간판’이어야 한다. 간판 색이 바랬다는 것은 그 동네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존재해왔다는 증거다. 이러한 곳의 대표 중개사는 수십 년 중개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할 만한 시장 판단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풍부한 거래 경험만으로는 복잡다단한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에 뭔가 좀 부족하다. 이를 보완해줄 단서는 ‘최신 지도’. 즉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걸린 지도가 최신 개발계획(토지이용계획, 교통개발계획,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지, 초중고교 예정 부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라면, 해당 사무소는 경험에 따른 직관과 동시에 ‘미래 데이터’를 겸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동네인지는 무엇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바로 점심시간에 힌트가 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면 점심시간에도 상담 손님이 있거나 ‘식사 중’ 대신 ‘외출 중’ 팻말이 걸려 있을 것이다. 더불어 주말이나 공휴일 저녁에도 사무소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이 역시 거래가 잘되는 동네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부동산중개업소가 쉴 틈 없는 곳이 뜨는 동네인 것이다.
한편 뜨는 동네라는 단서는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게시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세 매물이 압도적으로 많던 게시판에 매매 매물이 점차 늘어난다면 얼었던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부동산중개업소의 중개사가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게시판에 매매 매물이 늘어날 때가 바로 부동산 거래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는 순간이다.
언택트 트렌드가 2층 상가 부활시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임차인들은 임차료 대비 매출이 유리한 2층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DB]
그런데 1층 상가가 텅 비었다는 것은 2층 상가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이미 스타벅스 등은 1층은 출입구 용도로 작은 면적만 임차하고, 2층을 본 매장으로 넓게 사용하면서 임차료를 절약하고 있다. 은행도 모바일뱅킹 활성화로 1층에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놓을 공간만 임차하고, 2층을 본 영업소로 쓰는 곳이 늘고 있다.
따라서 상가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상가 측면이나 후면이 아닌 전면부로부터 바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접근 편의성이 확보된 2층을 눈여겨봐야 한다. 더불어 1층 상가 대비 아쉽지 않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상권이라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2층 상가가 1층 대비 얼마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지는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2층 효용비율’이라는 지표로 파악 가능하다. 만약 어느 상권의 효용비율이 40%라면 해당 상권의 2층 상가 임대료는 1층의 40% 수준이라는 의미다.
효용비율이 50% 이상인 상권이라면 투자 가치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1층 상가 임대료의 절반만 받아도 4%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TIP 참조). 2020년 1분기 현재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효용 비율이 50%를 초과하면서 공실이 적은 상권으로는 압구정~도산대로가 꼽힌다. 소위 ‘미용성형 산업벨트’로 불리는 상권이다.
상가 투자? 주차장이 유료인지 살펴야
상가 주차장이 유료라는 것은 그만큼 상권이 살아 있다는 의미다. [GETTYIMAGES]
공실이 많은 상가는 집객을 유도하고자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한다. 점차 공실이 줄고 상권이 살아나면 주차장이 수시로 만차가 되면서 유료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제 막 입주가 시작된 고층 오피스 상가라면 건물 내 상주인구가 적어 별다른 엘리베이터 운영 방안이 필요 없다. 하지만 오피스 내 상주인구가 늘고 상가에 입점 점포가 증가하면 짝수·홀수층, 저층·고층으로 엘리베이터를 나눠 운영하게 될 것이다.
평소 관심을 둔 상가의 주차장이 유료로 전환되고 엘리베이터가 2개 조로 나뉘어 운영된다면 계산기를 켜고 기대수익률을 계산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인 가구 중 오피스텔 거주자는 여성이 약 60%이다. 이는 오피스텔 제1 조건인 ‘역세권’ 외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방범’ ‘치안’이다. 꽤 규모 있는 오피스텔은 24시간 경비가 보장되지만, 문제는 늦은 밤 오피스텔까지 오는 귀갓길이다. ‘여성 안심귀가서비스’ ‘안심 애플리케이션(앱)’의 등장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다.
도시건축 전문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저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초등학교 안전을 위해 주변에 단층 상가를 구획한다면, 이것이 자연적인 보안 감시자가 돼 더욱 효과적인 치안 유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늦은 밤 으슥한 골목을 통과해야 하는 오피스텔보다, 24시간 편의점이나 카페가 한밤에도 불을 밝히는 길목에 자리한 오피스텔에 여성 임차 수요가 몰릴 것이다. ‘역으로부터 도보 ○분, 수익률 ○%’ 같은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지 않는 숨은 니즈는 역시 길거리에 있는 것이다.
똘똘한 오피스텔을 찾는 중이라면 역세권 여부만 따져선 부족하다. 늦은 밤 직접 찾아가 ‘자연 감시자’가 길목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TIP> 왜 효용비율 50% 이상인 2층 상가를 찾아야 하나
- 가정 -① 매매가 : 1층 상가 10억 원, 2층 상가 5억 원
(※ 실제 지난 15년간 2층 상가 분양가는 1층 상가의 50% 수준이었음)
② 수익률 : 4%
(※ 저금리의 뉴노멀을 감안할 때 4%가 현실적인 수익률)
*해당 수익률은 단순 추정으로써 대출금, 이자율, 취득세 등 개별 조건은 반영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