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왼쪽). 대나무숲에서 설레는 눈빛을 주고받는 ‘더 킹: 영원의 군주’ 커플. [jtbc, sbs]
반면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킹: 영원의 군주’(‘더킹’)는 톱스타 이민호와 김고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도 인기몰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 1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더킹’은 1주 차에 기록한 11%대 시청률이 2주 차 들어 9%대로 떨어졌고 3주 차엔 소폭 반등에 성공해 5월 2일 6회 방송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10.3%)을 간신히 회복한 상태다.
매주 금·토요일 밤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는 두 드라마의 정면 승부는 이렇듯 ‘부부의 세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청률 외에도 여러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30대 여성의 ‘최애’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다복한 가정의 안주인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 사실을 알아채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16부작 드라마다. 영국 BBC에서 2017년 방송된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했다. 원작 작가 마이크 바틀릿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데이아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드라마를 썼다고 한다. 메데이아는 남편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질투와 복수에 눈이 멀어 자식을 망치는 마녀 캐릭터다.‘부부의 세계’ 포스터. [jtbc]
5월 6일 오후 9시까지 ‘부부의 세계’에 달린 네이버 실시간 톡 누적 집계는 170만4000개가 넘는다. 20만9000여 개의 톡이 달린 ‘더킹’보다 5배 이상 높은 관심을 받은 셈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측에 따르면 5월 2일 방송된 ‘부부의 세계’ 12회 시청층은 3050세대 여성이 주류를 이뤘다.
여자를 홀린 여자의 마성
방영 2주 차 ‘부부의 세계’에 대한 중국 평점 사이트의 반응. [더우반 캡처]
극본을 맡은 주현은 드라마 ‘욱씨남정기’와 ‘변혁의 사랑’ 대본을 쓴 신인 작가다. ‘제빵왕 김탁구’ ‘낭만닥터 김사부’ 등으로 이름난 강은경 작가가 2015년 만든 창작집단 글라인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신인 작가의 집필료는 회당 200만~300만 원, 김희애의 회당 출연료는 5000만~60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16부작 미니시리즈는 회당 제작 단가를 4억~5억 원으로 책정하고 출연료 등 인건비 비중이 높아 모자란 자금을 간접광고(PPL)로 충당하는 추세다. 그런데 ‘부부의 세계’는 신인 작가를 기용해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김희애도 드라마 제작에 몸값 이상의 기여를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희애가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링과 블랙홀 같은 흡인력으로 이목을 사로잡고 있어 그의 출연 장면에 자사 제품을 노출하고 싶다는 PPL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부의 세계’에서 세련된 패션 감각을 선보이는 김희애(왼쪽). 당당한 불륜녀의 교본 여다정 역으로 열연 중인 한소희. [jtbc]
40대 남자도 찜한 ‘더킹’
‘더킹’은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 분)과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이 두 평행세계를 넘나들며 공조와 로맨스를 펼치는 판타지 드라마다. 첫 회부터 긴장의 고삐를 죈 ‘부부의 세계’와 달리 이 작품은 방영 초반부터 전개가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대한민국과 대한제국, 두 세계를 오가는 설정에 개연성을 불어넣기 위한 장면들로 방송을 시작하다 보니 그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고 채널을 돌린 이가 적잖다.정은채는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여성 총리 역을 맡았다. [sbs]
이민호 주연의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대한 중국 평점 사이트의 반응. [더우반 캡쳐]
‘더킹’의 국내 주요 시청층은 40대 여성으로 파악됐다. SBS가 TV 시청률만 놓고 분석한 결과 40대 여성이 이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0대 여성, 40대 남성이 뒤를 이었다.
남은 회에서 반전 기대
‘더킹’ 제작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20억~25억 원 선이다. 총 16부작이니 작품을 완성하려면 320억 원 이상이 들어간다. 첨단기술을 동원해 판타지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라인업이 화려해 인건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대한제국 황제의 서재에서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더 킹: 영원의 군주’ 커플(왼쪽). ‘더 킹: 영원의 군주’ 포스터. [sbs]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시청자의 기대치에 비해 반응은 신통치 않지만 손해 날 일은 없을 듯하다. ‘더킹’ 방영권이 넷플릭스 등에 선판매되고 방송 전후 시간대 광고가 완판돼 제작비를 이미 회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킹’이 지금까지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 사실이지만 ‘흥행 실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회를 거듭할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김은숙 작가의 저력을 놓고 본다면 앞으로 남은 10번의 방송에서 시청률 수직 상승이라는 반전이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게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