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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료 분야 핫 플레이스, CIC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켄들 스퀘어에 위치한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왼쪽).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켄들 스퀘어에 있는 랩 센트럴은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에 실험실과 연구공간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공유 연구개발(R&D)센터다. [사진 제공 · CIC, 사진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보스턴이 이처럼 바이오의료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이유는 인재, 자본, 플랫폼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출신의 우수한 인재가 풍부할 뿐 아니라, 40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VC)의 본사 혹은 사무실이 있다. 따라서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은 인재와 초기 투자를 유치하기가 매우 유리하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5~15년의 긴 시간과 평균 2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투자는 신약 개발의 필수 요건이다. 창업 열기도 뜨겁다. 실제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창업자의 상당수가 MIT나 하버드대 출신이다.
인재와 그들이 세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그리고 자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보스턴 바이오의료 클러스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매스바이오와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랩 센트럴(Lab Central), MIT 산업연계프로그램(Industrial Liaison Program·ILP) 등이 꼽힌다. 그런데 이들 플랫폼은 MIT 캠퍼스와 바로 이웃한, 케임브리지의 켄들 스퀘어(Kendall Square)라는 작은 동네에 집적해 있다(지도 참조). 그뿐 아니다. 켄들 스퀘어에는 세계 10대 제약사 중 9개가 위치하며, 많은 벤처캐피털과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도 진출해 있다. 클러스터의 필수 요건인 ‘집약’을 자생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구인구직 웹사이트 ‘글래스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 최근 이변이 나타났다. 늘 선두를 달리던 구글과 페이스북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컴퓨팅 소프트웨어업체 허브스폿(HubSpot)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5억13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거두고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1억2500만 달러(약 1450억 원)를 조달한 허브스폿의 ‘요람’은 바로 켄들 스퀘어의 CIC다. MIT 동창과 함께 CIC에서 책상을 빌려 허브스폿을 창업한 브라이언 핼리건 대표이사는 2010년 4년간의 CIC 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나면서 “CIC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커뮤니티”라며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훌륭한 곳에서 4년을 보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CIC는 1999년 켄들 스퀘어에 처음 설립된 공유오피스로, 현재 미국 내 7개 도시에 진출, 5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켄들 스퀘어에는 3개 건물에 700여 개 기업이 있는데, 그중 3분의 1가량이 바이오의료 분야로 추산된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다면 책상 하나를 임대한 뒤 CIC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 법률 등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책상 개당 임대료는 자유석이 월 460달러, 고정석이 613달러로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이다. 매달 100개 넘는 공식 이벤트가 진행되고,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CIC 내 카페에서 네트워킹 파티가 열려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실시간으로 정보 나누고 파트너 맺는 소통의 場
11월 1일 미국 보스턴에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오른쪽)과 서광순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회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11월 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매스바이오에서 원희목 회장(오른쪽)과 엘리자베스 스틸 매스바이오 부사장이 오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러한 CIC에 국내 제약사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5월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유한USA(유한양행 미국법인)는 생화학분자유전학 박사인 윤태원 사업개발팀 수석팀장을 켄들 스퀘어 CIC에 입주시켰다. 윤 팀장의 ‘미션’은 기술 도입 후보를 물색하고, 글로벌 신약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며, 전략적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10월에는 GC녹십자도 CIC에 부장급 직원 한 명을 보냈다. 윤 팀장은 “나를 포함해 13명이 한 오피스를 사용하는데, 국적도 나이도 다양하다. 꽤 규모가 큰 제약회사 직원부터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광고대행 비즈니스 등 하는 일도 다채롭다. 함께 맥주도 마시면서 정보를 교환한다”고 전했다. 이보다 큰 이점은 CIC의 방대한 네트워크다. CIC 웹사이트에서 제휴 대상 기업을 찾을 수 있고, 매주 CIC 내 카페에서는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련 정보 및 투자 기회를 물색할 수도 있다. 윤 팀장은 “미국에는 위워크 같은 많은 공유오피스가 있는데, 보스턴 기업인들은 CIC가 네트워크 관리 등 운영을 가장 잘한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브로드웨이 1번지에 자리한 CIC 건물에서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10분만 걸으면 일종의 공유 R&D센터인 랩 센트럴이 나온다. 매사추세츠생명과학센터의 보조금과 MIT의 지원을 받아 2013년 11월 문을 연 랩 센트럴은 잠재력 높은 스타트업을 선정해 연구 및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시설과 공간을 제공한다. 입주사가 부담하는 월비용은 4000달러로 최대 3년간 입주할 수 있다. 이곳은 R&D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VC, 제약사, 금융·법률·특허회사와의 네트워크도 형성해준다. 랩 센트럴과 후원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은 160여 개. CIC도 랩 센트럴의 설립 파트너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교류·협력하고 있다. 랩 센트럴 입주만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지원하고 멘토링 해주고
보스턴 혁신 생태계를 대표하는 플랫폼인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의 내부 공간. 라운지와 회의실 등에서 자연스럽게 입주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이 이뤄진다(왼쪽). 12월 18일 CIC 내부 카페에서 유한USA 후원으로 열린 재미한인제약인협회 연말 파티. 회원 90여 명이 참석해 친목을 다지고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제공 · CIC, 사진 제공 · 윤태원]
보스턴 바이오의료 클러스터에서는 대학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MIT ILP는 전 세계 250여 개 기업을 회원으로 보유, 이들에게 MIT 인력을 연결해준다. 학문적 연구 성과가 바로 창업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계와 긴밀한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명의 프로그램 디렉터가 9~10개 기업을 회원으로 관리하며, MIT와 연계된 1700여 개 스타트업을 연간 600회 이상 ILP 회원사에 소개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생명과학 분야가 20~25%로 적잖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편 매스바이오는 1200여 개 생명과학 분야 회사들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제약·바이오테크·의료기기·진단·디지털헬스·연구병원 등 민관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이 기관은 멘토링 프로그램 ‘매스커넥트(MassConnect)’를 운영하면서 각종 포럼과 심포지엄, 네트워크 행사를 자주 개최한다.
“분명한 목표와 장기적 시각 갖춰야”
혁신은 혼자 이룰 수 없다. 외부와 교류할 때 가능성이 보이고, 모여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CIC의 슬로건은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정신을 제대로 표현한다.‘발명은 혁신을 촉진하고, 밀집은 협동을 자극하며, 목표를 공유하는 것은 공동체 번성을 이끈다(invention propels innovation, density spurs collaboration, and a shared purpose drives a thriving community).’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11월 원희목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보스턴을 방문해 오픈 이노베이션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이미 활성화된 보스턴의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이를 롤 모델 삼아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해가는 것이 당면 과제임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그 첫 시작으로 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CIC 입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은 CIC에 총영사관 오피스를 열어 자국 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인근 건물을 매입해 보스턴에 진출하는 자국 기업에 사무공간을 내주고 있다. 보스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할 예정이다. MIT ILP도 내년 초 서울을 방문해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ILP 참여 방안과 관련해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윤태원 유한USA 팀장은 “분명한 진출 목표를 갖고 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보스턴 생태계를 발판 삼아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