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이 영화는 고시 공부에 매달리던 한 젊은 여성의 각성과 성장을 그린다. 제목처럼 그녀는 몸을 만든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고 싶어서다. 주인공과 함께 떠나는 잠깐 동안의 여정에서 우리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전하는 감각을 느낀다.
자영(최희서 분)은 대학 졸업 후 8년간 행정고시 준비생으로 살았다. 번번이 시험에 떨어져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순간 남자친구마저 떠난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그는 “시험은 포기해도 사람답게 살아라”는 어쭙잖은 충고를 남긴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자영에게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 분)가 나타난다. 생기가 흐르는 몸을 가진 현주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영은 현주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사진 제공 · 영화사 진진]
자영은 삶의 반경이 그리 넓지 않다. 교감인 엄마와 중학생 여동생, 아르바이트 일을 주는 친구 민지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의 전부다. 그런 단순한 자영의 인간관계에 들어온 현주는 어느새 자영의 달리기 스승을 넘어 닮고 싶은 여성이 된다. 무소유 지향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생활습관은 꽤나 쿨해 보이고, 직접 담근 술을 마시려고 운동을 한다는 말도 멋지다. 운동으로 단련된 날씬한 신체는 바라만 봐도 기쁨을 주며, 소설가를 지망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그녀와 나누는 각자의 성적 판타지에 대한 대화 역시 낯선 즐거움을 준다.
좋은 동네친구가 생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매일 밤 달리다 보니 자영은 몸만 탄탄해진 게 아니라 자신감까지 얻는다. 그렇게 조금씩 생활의 즐거움을 맛보나 싶더니 비극은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다시 무너져버릴 즈음, 그녀는 현주와 나눴던 성적 판타지를 이상한 방식으로 실현해본다. 이제 자영은 정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홀로 달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큰 즐거움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점을 성찰하며 깨우치도록 돕는 영화다. 자기만의 성적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주인공의 건투를 간절히 빈다.
자영을 연기하는 최희서는 영화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 역 이후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 영화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여성에서 해방감을 만끽하는 여성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연기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