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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70대 중반 남성 박모 씨는 유튜브를 통해 각종 정보를 검색한다. 최근에는 아예 집 안에 TV를 없애고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찾아본다. 박씨는 “ TV 뉴스나 종이신문 등 기성언론을 더는 신뢰할 수 없다”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유튜브 이용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87.7% “유튜브로 뉴스 본 적 있다”
유튜브가 남녀노소에게 친숙한 매체가 된 것은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은 전국 성인 남녀 50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발표했다. 언론재단은 2018년 처음으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 양상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33.6%에 달했다. 특히 동영상 플랫폼으로 뉴스를 시청한 이들의 91.6%(복수응답)는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연령별로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는 50대(94.7%)가 가장 많았다. 60대 응답자의 87.7%도 유튜브로 뉴스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5월 15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회사 ‘와이즈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자 3만3000여 명이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쓴 앱은 유튜브였다. 그 가운데 50대 이상 사용자는 유튜브를 인당 평균 1045분 시청해 30대(988분)와 40대(781분)를 앞질렀다. 심지어 연령대별 전체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경우 101억 분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물론, 60대 이상 노년층으로까지 확산되는 유튜브의 인기 속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다양한 이력을 가진 ‘우파 유튜버’의 약진이다.
지난해 12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튜브 계정 ‘TV홍카콜라’를 만들어 5월 기준 28만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치인 홍 전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기는 했지만 우파 유튜브계는 대체로 언론인과 정치평론가 유튜버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의 경우 언론인 출신으로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힌 ‘조갑제TV’(구독자 수 23만여 명)와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구독자 수 45만여 명)가 대표적이다. 후자로는 ‘고성국TV’(구독자 수 34만여 명), ‘황태순TV’(구독자 수 16만여 명) 등이 대표적으로 정치평론가로서 TV 시사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다 유튜브에 안착했다.
하지만 정치인, 언론인, 정치평론가 등 인지도 높은 인사만 ‘우파 유튜버’로 나선 것은 아니다. 50대 이상 연령대의 일반인 유튜버도 있다. 이들은 ‘아스팔트 우파’를 자처하며 주로 우파 정당이나 시민단체 집회에 동행하고 유튜브를 통해 현장을 생중계한다. 때로는 유명인 유튜버 못지않은 구독자 수를 확보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로 시선 돌린 ‘아스팔트 우파’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오른쪽)에게 질문하는 기자의 취재 모습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 [‘오뚜기방송’ 캡처]
“네, 현재 광화문광장에서 애국 시민들의 집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휴대용 스마트폰 거치대(속칭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꽂고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에 마이크를 달거나 여러 대의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촬영하는 우파 유튜버도 간혹 보였다. 정체가 궁금하던 차에 시위에 참가한 주모(64·여) 씨가 “저 사람 ‘허준선생TV’로 유명한 유튜버다. 나도 구독한다”며 귀띔해줬다. 저녁 8시로 예고된 서울시 측의 철거를 앞두고 농성장을 지키러 왔다는 허씨뿐 아니라 주변 집회 참가자들 모두 우파 유튜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태극기집회’와 우파 유튜브, 정파 따라 달라
유튜버 ‘봉주르방송국’ 지대홍 씨가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최근 주말마다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이른바 ‘태극기집회’는 주최 세력이나 성향이 조금씩 다르다. 태극기집회는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로 시작됐지만 2017년 박 전 대통령 석방, 2018년 문재인 대통령 탄핵 등으로 핵심 의제가 변해왔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는 크게 4가지의 태극기집회가 병존하는 실정이다.
먼저 광화문광장 일대의 경우 교보빌딩 앞 ‘자유대연합’과 군 출신 인사가 주축이 된 동화면세점 앞 ‘일파만파 애국자연합’의 시위를 꼽을 수 있다. 시청 방면에서는 태극기집회 원조격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대한애국당이 깊이 관여한 ‘박근혜대통령 천만 석방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 시위가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다. 복수의 태극기집회를 모두 다니며 촬영하는 우파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특정 주최 측과 관계가 좀 더 긴밀해 현장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한애국당은 홈페이지에 ‘유튜브 채널’이라는 코너를 마련해뒀다. 해당 코너에는 여러 우파 유튜버가 1000여 개 영상을 게시했다. 대한애국당 홍보 담당자는 “홈페이지의 해당 코너는 당원, 비당원을 막론하고 유튜버들이 자유롭게 게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당 행사를 촬영하는 유튜버의 활동도 비속어 사용 및 진행 방해 금지 등 최소한의 기준만 지킨다면 보장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리는 당 행사에 10명 안팎의 유튜버를 선정해 초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지대홍(68) 씨는 2016년 11월 19일 처음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 반대 시위 때부터 유튜브 생중계를 계속해온 ‘아스팔트 우파’ 초창기 유튜버 중 한 명이다. 주변 시위 참가자나 유튜버들도 지씨를 ‘유튜브 도사’ 내지는 ‘원조 애국 유튜버’로 치켜세운다.
지씨는 유튜브 계정 ‘봉주르방송국’(구독자 수 7만4000여 명)을 운영한다. 매일 오후 12시부터 3시까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생방송을 중계하고 오후 10시부터는 음악방송을 진행한다. 하루를 거의 유튜브 활동에 쏟는 셈. 젊은 시절 방송국에서 라디오 관련 일을 하고 인터넷방송을 해본 가닥도 있어 영상 자체에 친숙한 편이란다. 유튜버 활동에 따른 수입을 묻자 “매달 유튜브에서 1500달러(약 180만 원)가량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아직 구독자 수가 적어 활동이 어려운 유튜버나 태극기집회 동료들과 식사나 술 한잔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유튜브 수입은 ‘활동비’로 쓰고 실제 생활비는 주로 연금에 의존한다고.
“편집은 간단히, 구독자가 원하는 우파인사 촬영”
5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애국당 시위 현장. [김우정 기자]
지씨는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뛰어들기 전부터 자신과 같은 ‘아스팔트 우파’ 유튜버들이 우파 유튜브 생태계를 성장시켰다고 자임한다. 이에 따라 50여 명의 군소 유튜버와 ‘자유대한민국수호 우파유튜브연합회’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대표를 맡아 유튜브 활동 노하우는 물론, 촬영 장비나 공간 등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태극기집회에 매주 참석하는 것에 대해 자식들은 혹시 다치면 어쩌냐며 걱정이 크다. 유튜브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지인들과도 사이가 멀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힘닿는 데까지 유튜버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제까지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우파 유튜브계에 젊은 바람이 부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50대 이상에 국한되던 유튜브를 통한 시사 콘텐츠 소비에 20, 30대 젊은 남성들이 뛰어든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5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기존 우파 유튜버들은 ‘현장 중계’가 핵심이다. 대한애국당이나 우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태극기집회에 직접 참여해 뚜렷한 정파성을 드러낸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특징이다.
반면 젊은 우파 유튜버는 정당이나 ‘아스팔트 우파’ 단체와의 연계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드물다. 우파라는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시사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이나 ‘분석’을 내세운다. 유튜버가 홀로 출연해 방담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주요 포맷이다.
최근에는 ‘성제준TV’(구독자 수 18만여 명)나 ‘지식의칼’(구독자 수 13만여 명)처럼 사회 이슈를 리뷰하는 유튜버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성제준TV는 초반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칼 포퍼 등의 고전 서평처럼 대중성이 높지 않은 콘텐츠로 시작한 우파 유튜버다. 이후 고전 리뷰를 통해 보수주의 가치를 그 나름대로 규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시사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특이한 사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해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우파 유튜브계의 ‘혜성’으로 불린다. 올해 초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돼 구독자 수 18만여 명을 돌파했다.
‘같은 듯 다른’ 젊은 우파 유튜버도 성장세
유튜브 계정 ‘성제준TV’ 를 운영하는 성제준 씨. [‘성제준TV’ 캡처]
당초 젊은 우파 유튜버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당정치의 담론 지형에서 간과되던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규정하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게임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젊은 층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문화 요소를 정치 풍자 혹은 조롱에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단기간에 구독자 수 6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유튜브 세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윾튜브’. 게임 리뷰 콘텐츠로 유튜브에 데뷔한 윾튜브는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피력하며 구독자 수를 늘려갔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상에서 음모론을 퍼뜨리는 노년층을 ‘틀딱’이라고 멸칭하며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하는 등 ‘객관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조롱, 모욕성 발언으로 페미니스트를 비난해 젊은 남성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윾튜브가 인기를 끌자 이후 가면을 쓰고 익명을 유지한 채 진보 세력이나 페미니즘을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는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윾튜브의 흥행을 이끌었던 자극적인 소재와 표현은 결국 몰락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윾튜브가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2014년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모욕한 사실이 밝혀진 것. 여기에 한의학과 한의사를 비방한 콘텐츠로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고소까지 당하며 윾튜브는 유튜브에서 영구 퇴출됐다.
일부 우파 유튜버, 가짜뉴스 유통으로 사회적 물의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는 3월 8일 제16차 통신소위 정기회의와 4월 26일 제29차 통신소위 임시회의에서 각각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유튜브 영상 30건과 39건에 ‘접속차단’ 의견을 냈다. 해당 유튜브 영상들이 왜곡된 사실을 전달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일부 우파 유튜버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가짜뉴스의 온상이라고 지적받는 것과 관련해 대한애국당의 입장을 묻자 조원진 의원은 “대한애국당과 함께하는 50여 명의 유튜버는 자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유튜버들의 자정 활동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오후 3시 40분 무렵 조 의원과 기자가 주고받는 이 같은 문답을 현장의 10명 가까운 유튜버가 촬영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모욕이나 협박 등 실정법에도 저촉되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 등 업체 측의 삭제를 의무화하는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우파층과 노년층이 유튜브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습득해 콘텐츠 생산과 소비는 물론, 정치적 의견 개진까지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극단적인 혐오 표현이나 가짜뉴스 생산에는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면서도 “이들의 견해를 마냥 억누르기보다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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