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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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 발등에 떨어진 또 다른 불, 이란 ICBM

우주개발 명분으로 인공위성용 대형로켓 시험에 박차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01-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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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이 시모르그 로켓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우주국(ISA) 홈페이지]

    이란이 시모르그 로켓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우주국(ISA) 홈페이지]

    이란에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신(神)과 같은 존재다. 호메이니는 1979년 2월 11일 무능하고 부패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면서 이슬람 혁명에 성공했다. 그는 또 같은 해 4월 1일 이슬람 성직자가 통치하는 신정(神政)체제의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1989년 6월 3일 사망한 호메이니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종교와 정치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란에선 호메이니를 이맘이라고 부른다. 이맘은 수니파에선 단순히 종교지도자 또는 설교자라는 의미지만, 시아파에선 이슬람 창시자이면서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후계자이자 신앙 지도자를 뜻한다. 호메이니가 숨진 지 30년이 됐지만, 이란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숭배 대상이다. 각종 건물 외벽이나 공공건물 등에는 어김없이 그의 초상이 붙어 있다. 또 수도 테헤란 중심부의 이맘호메이니 광장을 비롯해 이란 곳곳에는 그의 호칭과 성(姓)을 딴 장소들이 있다.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220km 떨어진 셈난의 이맘호메이니 국립우주센터도 대표적 장소다. 

    2004년 건설된 이곳은 2015년부터 대대적인 개·보수와 확장 공사를 거쳐 2017년 7월 공식적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당시 이란 정부는 인공위성 탑재용 우주발사체(로켓) 시모르그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페르시아 신화 속 상상의 새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 인공위성용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북한이 2012년 12월 12일 인공위성용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하는 모습. [노동신문]

    시모르그는 페르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다. 페르시아어로 불사조(不死鳥)라는 뜻으로, 스스로 몸을 불태워 죽고 그 재 속에서 부활한다고 한다. 이란 정부가 우주발사체에 시모르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도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모르그는 길이 27m, 무게 85t의 3단 로켓이다. 

    1단 추진체는 29tf(톤포스·추력)의 엔진 4개로 구성돼 있다. 발사할 때는 130tf가 된다. 시모르그는 무게 250kg의 인공위성을 탑재해 지상에서 500km의 지구 저궤도까지 쏘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주·미사일 전문가들은 시모르그가 북한의 기술 이전으로 개발됐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로켓인 은하 3호와 매우 닮았거나 똑같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은하 3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은하 3호는 길이 30m, 최대 직경 2.4m의 3단계 로켓으로, 발사 초기 추진력은 120tf로 추정된다. 은하 3호는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했다. 북한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 4호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 500km 지점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은하 3호 이후 로켓 명칭을 광명성으로 바꿨다. 

    이란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로켓과 인공위성 제작을 통해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해왔다. 또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ICBM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때마다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고자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란은 2005년 10월 러시아 로켓을 통해 러시아에서 제작한 인공위성 시나 1호를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집요하게 우주개발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이란은 2008년 자체 개발한 사피르(대사) 로켓에 자체 개발한 오미드(희망)라는 인공위성을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란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인공위성들을 발사해왔고, 2013년 2월에는 원숭이를 태운 인공위성을 발사해 무사히 귀환시키는 데까지 성공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페르시아력(曆)으로 1400년인 2021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反이란 연합 전선

    이란이 각종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

    이란이 각종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시험발사하고 있다. [이란 파르스 통신]

    문제는 이란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북한이 깊숙이 개입해왔다는 것이다. 북한과 이란이 1980년대 후반부터 각종 미사일 개발을 협력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란은 북한 노동미사일을 수입해 샤하브 3호 미사일을 만들었고, 이를 개량한 가드르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특히 북한과 이란은 추진력을 대폭 강화한 신형 로켓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 4호가 신형 로켓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7월 ICBM급 화성-14형에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란도 북한의 이런 행보를 그대로 밟을 개연성이 높다. 

    이란의 로켓 발사는 핵 협정의 명백한 위반이다. 이란은 1월 15일 시모르그 로켓에 인공위성 파얌(메시지)을 탑재해 발사했지만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로켓 발사가 실패했음에도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의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31호를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주요 6개국이 핵 합의를 타결하면서 결의 2231호를 채택했다. 결의 내용은 이란은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개발 등 관련 활동을 하지 않으며, 그 대가로 주요 6개국은 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지원 활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란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을 통해 자국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국제법은 없다”며 “앞으로도 로켓 발사를 강행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핵 및 ICBM 개발을 막고자 국제사회와 함께 반(反)이란 연합 전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2월 13〜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70여 개국이 모이는 대규모 국제회의가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중동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영향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번 회의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로선 북한에 이어 이란의 ICBM 개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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