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하이브 미디어코프]
‘마약왕’은 1970년대 마약을 제조하고 일본에 수출해 부를 쌓아올린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그리는 갱스터 누아르다. 마약이라는 소재 자체가 폭발력을 가진 데다, ‘1987’이나 ‘공작’처럼 과거를 반추하는 복고풍 영화의 연이은 성공에 기대는 바도 있다. 게다가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 휴머니즘 진한 연기로 관객을 울렸던 송강호가 이번에는 광기 어린 인물이 돼 보여줄 연기의 향연이 궁금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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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70년대 마약 제조와 수출이 어떻게 안정적인 산업이 됐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과 다큐멘터리 클립으로 시작해 이두삼 개인의 삶의 여정에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유신 선언으로 절대 권력을 누리던 박정희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여정에 이두삼의 성공과 몰락이 맞물리며 서사가 진행된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는 이두삼을 비이성과 부조리한 사회가 낳은 하나의 상징물로 놓는다.
전작에서 보여줬듯이 우민호 감독은 온갖 불법과 비리가 판치는 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보는 동시에,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인물의 무지가 결합해 생긴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을 통해 영화를 풍자적인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진지하고 장중한 누아르와 헛웃음 짓게 하는 블랙코미디의 아이러니한 조화가 그의 영화가 주는 남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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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동화될 인물 없이 이두삼으로 분한 송강호의 다채로운 연기의 향연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영화 전체를 채워나간다. 빈틈과 결함을 메우는 신중현의 음악과 정훈희, 김정미의 목소리, 그리고 대조적으로 삽입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휘감지만 비극적 캐릭터가 남길 여운은 급하게 날아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