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극단 김동수컴퍼니]
프랑스 작가 안나 가발다(49)의 첫 장편소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2002)는 36개 언어로 번역돼 28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2006년 영화로 개봉됐고 이번에는 연극 무대에 올랐다.
평범하던 어느 날 클로에(김은채·함수연 분)의 남편 아드리엥은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고 폭탄선언을 한 뒤 집을 떠난다. 시아버지 피에르(방영·김병순·박일목 분)는 위로차 며느리와 손자들을 시골 별장으로 초대한다. 피에르는 버림받은 며느리의 아픔과 상처가 아닌, 떠난 아들의 괴로움과 불행에 대해 토로한다. 그리고 그동안 차마 꺼내지 못했던 자신과 옛 연인 마틸다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포기하지 못한 피에르로부터 상처받은 마틸다는 떠나고 만다. 평범한 사랑을 동경하던 마틸다에게 관객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다. 마틸다 역은 김은채와 함수연이 1인 2역으로 맡았다.
연극은 소설 속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긴장감은 줄었지만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관객의 감정을 어루만진다.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당위성을 설파한다. 연출자 김동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는 환희와 절망, 집착과 포기를 통해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관객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정서의 상처, 후회, 용기, 선택에 대해 숙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