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겉모습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전제품이 나왔습니다. LG전자에서 11월 초 출시한 ‘LG 오브제’가 주인공입니다.
02. 네모반듯한 나무 상자 모양은 언뜻 보면 의자 같기도, 또 서랍장 같기도 합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오디오 등 3종류의 제품으로 나뉩니다.
03. 비슷한 종류의 LG 오브제 TV도 특이합니다. TV를 옆으로 밀면 수납장이 나와 셋톱박스, 무선공유기 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30대 한정판으로 출시돼 매장에는 전시돼 있지 않습니다.
04. 특이한 디자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05. LG전자는 기존 초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LG 오브제는 주방가전뿐 아니라 모든 가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06.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특이한 가전제품을 내놨을까요. LG전자 관계자는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이 늘면서 가전과 가구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예술작품 같은 가전제품이 인기”라고 설명합니다.
07. 시장에서는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사람이 점점 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월세로 살아도 자신만의 취향으로 집 안을 감각적으로 꾸미는 가치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08.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정태현 씨는 “의류를 관리해주는 삼성 에어드레서, LG 트롬 스타일러에 관심이 간다. 매번 드라이하기 힘든 코트 등 외투를 새 옷처럼 관리할 수 있고, 와이셔츠도 두세 번 더 입을 수 있어 구매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합니다.
09. 1인 가구뿐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요즘 30, 40대는 프리미엄 가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두고두고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가전제품에 흥미를 보이는 것입니다.
10. 유진투자증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미엄 가전의 매출 증가율은 일반 가전에 비해 월등히 높았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1. 일찌감치 날개 없는 선풍기로 이목을 끈 다이슨의 공기청정기 겸 선풍기는 50만~70만 원에 이르는 고가임에도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600만 원 넘는 독일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나노드론도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늘고 있습니다.
12. 이런 제품들은 디자인이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도 줘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납니다. 40대 주부 주희영 씨는 “가을에 이사하면서 나노드론을 구매했다. 어차피 공기청정기는 사용해야 하는데 디자인까지 아름다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13. 과하게 비싸다 싶은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도 좋습니다. 다이슨은 2년 전 망치 모양의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을 50만 원대에 출시했습니다. 9월에는 기존 제품을 금으로 도금한 ‘슈퍼소닉 23.75캐럿 골드’를 한정판으로 내놨습니다.
14. 10만 원 이하라도 제법 쓸 만한 헤어드라이어가 많은데 굳이 고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요. 30대 주부 박지혜 씨는 “남편한테 한 소리 듣긴 했지만 매일 아침 예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면 내가 소중해진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15. 소비자가 프리미엄 가전을 소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집을 어떻게 꾸미고 무엇을 사용하는지 등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16. 과거에는 무엇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드는지 오프라인에서 겉모습을 보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상의 집 인테리어와 제품 취향으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거죠.
17.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삶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디자인이 가미된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층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18. 전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해외 유수 업체들도 프리미엄 가전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려 한다. 미국의 경우 프리미엄 주방가전을 세트로 맞추면 2억 원이 넘는다. 향후 우리 프리미엄 가전시장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