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위플래쉬’(2014), ‘라라랜드’(2016)의 데이미언 셔젤(33) 감독의 ‘퍼스트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을 밟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전기영화다. 1960년대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졌던 미국이 회심의 역전홈런을 날린 시점이 배경이다.
영화는 우주비행사의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강조하며 시작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은 실험용 우주선을 타고 혼자 비행 중이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비행 속도와 기체의 흔들림, 그리고 상하좌우 회전으로 현기증이 나는 가운데 거의 정신을 잃을 뻔한다. 말하자면 ‘퍼스트맨’은 우주선의 ‘우아한’ 바깥보다 그 내부의 ‘죽을 것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데 더 집중한다. 우주인에겐 죽음이 늘 곁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암스트롱은 SF나 웨스턴 영웅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능동적이고 단호하기보다 생각이 너무 많고 내성적이다. 호쾌한 존 웨인이 아니라 심리적 웨스턴 세계의 주인공이던 제임스 스튜어트를 보는 것 같다. 어린 딸의 죽음, 반복되는 동료 우주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 감정에서 잘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달을 밟는 최초의 인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도 그는 실패의 비극과 딸의 죽음을 겹쳐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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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은 아폴로 11호가 1969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순간이다. 미국과 옛 소련의 경쟁에서 전환점이 마련될 때다. 목숨을 희생하는 도전 끝에 성취한 고귀한 정신의 영예일 텐데, 상투성을 넘어서려는 불굴의 투지는 이미 ‘위플래쉬’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퍼스트맨’은 우주인 암스트롱의 투지 앞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 방식도 요란하거나 과시적이지 않다. 깊은 생각에 빠진 암스트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사념에 잠긴 우주인, ‘퍼스트맨’이 그린 우주인의 색다른 초상이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