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가 열렸다.
살다 살다 ‘롤드컵’을 경기장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른 시절에도 경기장에는 간 적 없던 기자가 10월 2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3층에 있는 ‘롤파크(LoL PARK)’를 찾았다. 2018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예선전을 보기 위해서다.
롤드컵은 라이엇게임즈의 인기 게임 롤의 글로벌 e스포츠 리그로, 세계 최대 e스포츠 축제 가운데 하나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월드컵보다 인기가 더 많다. 롤은 독특한 전장과 지형에서 상대팀과 전투를 벌이며 승리하고자 치열하게 전략을 겨루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게임이다. 롤 플레잉(Role Playing) 게임에 전략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고 전투 액션을 가미했다. 140여 가지의 챔피언 캐릭터를 고를 수 있으며, 어떤 챔피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구사 가능한 전략이 달라진다.
라이엇게임즈가 서울 한복판에 5280㎡(약 1600평) 규모의 롤 복합공간을 열었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함정이 있다면 기자는 ‘롤’ 놓고 ‘리신’도 모르는, 그야말로 ‘롤알못’이라는 점. ‘롤알못’이어도 즐길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롤 인기, 이 정도였어?
롤파크에 전시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크리에이터 공모전 수상작.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챔피언으로 분장하고 포즈를 취한 모델들의 모습.
이날 ‘한국 팀’ 경기는 없었다. 한국 대표 3팀(‘KT 롤스터’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은 지난해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기록한 우수한 성적을 반영해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건너뛰어 그룹 스테이지로 직행했기 때문.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2017 롤드컵에서는 ‘삼성 갤럭시(현 ‘젠지 e스포츠’)’가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SK텔레콤 T1’을 꺾고 우승했다. ‘젠지 e스포츠’는 3년 연속 롤드컵에 진출한 강팀으로, 2016년에는 준우승, 2017년에는 우승을 기록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한국 팀은 10월 10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팀의 유니폼이 전시된 공간.
‘카페 빌지워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속 도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공간이다.
그랑서울 3층은 온전히 ‘롤 유저’를 위한 공간이다. 왼편에는 ‘라이엇 PC방’, 오른편에는 ‘LCK 아레나’가 있다. 중앙에는 ‘카페 빌지워터’와 롤 공식 머천다이징 상품을 살 수 있는 ‘라이엇 스토어’가 있다.
‘LCK 아레나’에서는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기간인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공식 경기가 펼쳐지며 일반에게도 공개된다. 4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으로, 위에서 중앙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중앙 무대 상부에는 5.5×3m 크기의 3면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이 설치돼 어디에 앉아도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6m 높이의 경기장 외벽에는 롤 세계관 속 10개 지역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출입할 때마다 가방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손전등, 레이저 포인트 등 경기에 방해될 만한 물품이나 위험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선수들을 워낙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보니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부터 PC방까지
‘라이엇 PC방’에서는 최고급 성능의 컴퓨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왼쪽) 중국 팀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응원도구를 나눠주고 있는 팬들.
게임을 즐기거나 경기를 보다 중간에 쉬고 싶을 때 어디로 가면 좋을까. 100여 개 좌석이 마련된 ‘카페 빌지워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거나 ‘라이엇 스토어’를 구경하면 좋겠다.
‘라이엇 스토어’에서는 라이엇게임즈의 공식 굿즈를 살 수 있다.
‘라이엇 스토어’에서는 라이엇게임즈의 공식 굿즈를 살 수 있다. 2018 롤드컵 윈드브레이커(13만 원)와 봄버재킷(7만 원) 외에도 마우스패드(2만5000원), 배지(8000원) 등을 팔았다. 아무무, 티모, 티버 머그컵은 각 1만5000원. ‘XL 월드 챔피언십 애쉬 피겨’는 3만 원이고, 크로마 버전은 이미 품절이었다.
2029년까지 롤 전용 공간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챔피언 아리(위쪽)와 우디르. 어떤 챔피언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라이엇게임즈는 롤파크를 조성한 공간을 2029년까지 사용하기로 계약해놓은 상태다. 라이엇게임즈는 임차료와 인테리어, 방송 장비, 인력 투자까지 합하면 투자금만 1000억 원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9월 17일 열린 오픈하우스 행사에는 e스포츠 프로선수 외에도 각 구단의 서포터스 대표, 방송 관계자, e스포츠 파트너사와 팬 크리에이터, e스포츠 매체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한국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선수와 팬, 그리고 롤과 롤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롤파크를 마련했다”며 “업계의 발전 및 미래를 생각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갔다 3시간 가까이 눌러앉아 여러 경기를 즐겼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도 경기지만 현장에서 게임을 해설하는 캐스터들의 입담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 전까지는 유튜브나 아프리카에서 남이 게임하는 영상을 뭐 하러 시청하나 싶었는데 이번 취재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롤을 사랑하는 10, 20대 남성 외에도 여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과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중국 여성 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늦게라도 롤의 세계에 빠져볼까. 하지만 원체 ‘얼빠’여서 캐릭터가 예쁘면 스킬은 보지 않고 애정으로 키운다는 주의라, 어떤 챔피언을 고를지 고민이다.
“처음 플레이하는 거면 상상도 못 한 다채로운 욕을 먹을 수 있으니 채팅창은 꺼두고 해야 선배의 멘탈 건강에 좋을 거예요”라던 후배의 조언을 떠올리며 컴퓨터에 롤을 설치했다. 야구 경기도 야구장에서 직접 봐야 더 재미있는 것처럼, 게임 경기도 ‘직관’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직관의 명소가 종로에 있다.
한편 롤파크에서 열린 엿새간의 경기 결과 중국 ‘EDG’, 북미 ‘클라우드9’, 유럽 ‘G2 e스포츠’, 대만/홍콩/마카오 ‘지-렉스’가 그룹 스테이지에 올라갔다.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은 또 한 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 결과는 11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