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카레이싱 중계 초창기에는 항공촬영을 위해 헬기를 임대해 촬영했어요. 500만 원을 주고 1시간 동안 촬영해도 10분 방송 분량이 안 나왔죠. 헬기는 원하는 구도와 각도에서 자유롭게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영국에서 러시아제 쿼드콥터(날개가 4개 달린 헬리콥터)를 도입해 쓰레기 투기 단속에 투입한다는 보도를 봤어요. 그 순간 쿼드콥터로 촬영하면 더 생동감 있는 영상을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이 퍼뜩 스치더군요. 곧바로 접이식 항공촬영용 드론을 제작했죠. 처음엔 드론에 기존 카메라를 매달아 촬영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훨씬 생생한 영상을 얻을 수 있었어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드론의 치명적 매력
안정철 드론텍 대표가 드론의 두뇌에 해당하는 ‘비행 컨트롤러’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윤]
“고가의 산업용 드론이 제 기능을 하느냐, 못 하느냐는 FC에 달렸어요. 고가 장비인 드론이 추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비행하려면 FC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는 FC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추락사고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안정성 면에서는 자신 있어요.”
몇 해 전부터 아이들 장난감으로 드론이 널리 보급된 이후 드론은 우리 국민에게도 무척 친숙한 기기가 됐다. 최근에는 여러 산업 분야와 농업에서도 드론 활용도가 높아졌다. 철탑 등 사람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물의 설비를 점검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지형지물을 파악해 지적도를 작성하는 일, 그리고 넓은 농토에 농약을 살포하는 데도 드론이 활용된다.
“드론의 매력은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일례로 산림의 병충해 발생 현황을 사람 힘으로 파악하려면 수많은 사람이 며칠간 일일이 산을 오르내리며 병충해 감염 여부를 직접 파악해야 합니다. 그런데 드론을 활용하면 몇 시간 안에 거뜬히 해낼 수 있어요. 더 좋은 점은 촬영한 영상으로 병충해 발생 지점의 좌표를 파악해 필요한 곳에 약품을 살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방제가 가능한 거죠.”
산림 방재와 농약 살포 등 넓은 면적을 커버하는 데 드론이 효과적이지만, 주기적으로 안전을 점검해야 하는 주요 산업시설에서도 드론의 효용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드론텍이 최근 납품한 한 화력발전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화력발전소는 주기적으로 설비를 점검합니다. 굴뚝이나 발전소 건물에 균열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올라가 점검했는데, 최근에는 드론 영상을 통해 간편하게 점검할 수 있게 됐죠. 가장 효과적인 작업은 연소실 점검입니다. 고온의 연소실에 이상이 없는지 파악하려면 발전기 가동을 중단한 뒤에도 뜨거운 연소실이 충분히 식을 때까지 최소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사람이 들어가도 될 만한 온도까지 내려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드론을 활용해 설비를 점검할 경우 이틀 정도만 지나면 점검이 가능합니다. 80도 고열에서도 드론이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2014년 5월 1일 드론텍 설립 당시 안 대표는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일반인 누구나 조종하기 쉬운 드론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다짐은 구조용 무인항공기 ‘헬프드론’과 농약 살포에 효과적인 ‘팜가드’로 현실화됐다.
야간 정찰과 구조도 가능
안정철 대표와 직원들이 구조용 드론인 ‘헬프드론’을 들고 있다(오른쪽). 농사용 드론 ‘팜가드’를 접은 모습. [이상윤]
드론텍이 개발한 또 하나의 주력 제품은 농약 살포 등 농업 방제를 담당하는 ‘팜가드’다. 팜가드를 활용하면 넓은 농토에 효과적으로 농약을 살포할 수 있다. 안 대표는 “6600㎡(약 2000평)에 농약을 살포하는 데 15분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정확하고 균일한 분사를 위해 지형을 스캔해 분사하는 스마트 방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팜가드의 경우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넓은 농토에 효율적으로 농약을 살포할 수 있는 드론텍의 팜가드가 농업혁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안 대표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세계 드론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 친화적 R&D 지원 심사였으면…
드론텍의 대표 상품 ‘비행 컨트롤러’의 구성품들. [이상윤]
“전년도 매출이 얼마인지 같은 외형 중심, 서류 중심 평가 시스템 때문에 드론의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한 우리 같은 회사는 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비를 지원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R&D 지원제도가 아쉽습니다.”
핵심 부품을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 조립한 뒤 파는 드론업체의 매출액은 드론텍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연구개발비 지원 때 전년도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하는 현 제도 아래서는 드론텍이 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셈. 결국 기술력은 없지만 매출 규모가 큰 회사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지원받아 드론텍에 다시 기술 개발을 의뢰하는 ‘웃픈’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FC 같은 드론의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한 우리 회사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지지만, 드론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이나 대학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요. 그런데 그 회사나 대학은 독자 기술이 없으니까 우리에게 기술 개발을 의뢰하죠. 이런 구조가 정상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