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징역 15년형이 선고된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가 홍보동영상에 출연한 모습. [YTN 뉴스 화면 캡처]
모집책들은 투자 모금이 불법인 줄 몰랐고, 자신들도 일부 투자한 만큼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처벌을 피하고 있다.
IDS홀딩스가 판매한 투자상품은 FX마진거래라 부르는 장외해외통화선물거래다. 이는 24시간 열려 있는 개인 간 외환거래장으로 일정 증거금만 있으면 증거금의 50배에 이르는 거래가 가능하다.
위험한 투자임에도 피해자들이 속아넘어간 건 투자 수익 외 이익을 낼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매력적인 옵션 때문이다. IDS홀딩스는 2010년 홍콩에 KIS라는 선물거래중개회사를 설립해 수수료 사업을 벌였다. FX마진거래에 수수료는 따로 없지만 매수가와 매도가에 차이가 있다. 이를 수수료(스프레드)라 부른다. 예를 들어 달러를 1350원에 사야 한다면 팔 때는 1300원에 팔아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거래는 시작부터 불법이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FX마진거래는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한다. 해외 중개업체와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FX마진거래는 일종의 파생상품 거래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은 금융업체만 할 수 있다. 하지만 IDS홀딩스는 관련 허가가 없었다. 게다가 IDS홀딩스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차용금을 FX마진거래에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IDS홀딩스가 모은 투자금은 1조 원가량이지만 실제 투자한 금액은 600억 원 남짓이었던 것.
모집책들은 이 같은 내용은 숨긴 채 IDS홀딩스의 FX마진거래가 저위험-고수익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모집책들은 매달 모집 금액의 최소 0.5%에서 최대 5%까지 성과급을 받았다. 이는 다단계판매와 같은 형식으로, 모집 금액이 많을수록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과 모집책들에게 줄 성과급 등을 감안하면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로 최소 연 50%가량 수익률을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일부 모집책은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에 연 12% 수익률을 제시했다. 수익은 매달 1%씩 분할 지급하는 형식이었다. 피해자 A씨는 “지금 P2P(Peer to Peer)업체 광고만 봐도 연 10% 이상 수익률을 강조한다. 물론 은행 이자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긴 하지만 은행에서도 펀드 등 연이율 10% 넘는 상품을 판매한다는 모집책의 설득에 큰 의심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작 우리를 속인 사람은 무죄라네요”
일부 피해자는 모집책 중 지점장으로 불리며 중책을 맡아온 15명을 고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2단독(판사 이형주)은 2017년 11월 20일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IDS홀딩스 지점장 남모(46) 씨 등 1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씨 등은 2011년부터 2016년 8월까지 IDS홀딩스 국내 지점장 역할을 하며 1만여 명으로부터 1조2000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아왔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1년 내 원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재판부는 ‘지점장들이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차별성을 갖긴 했지만 일반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업의 실체를 전달받는 자리는 아니었다. 사기 유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모집책들과 피해자들의 증언이 엇갈린 것도 문제였다. 투자약정서에는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모집책들이 원금보장 상품으로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 피해자들이 찍은 모집책들의 설명회 사진을 보면 발표자료에는 원금보장이 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11월 20일 모집책 15명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피해자연합회)는 이날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을 찾아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은 “모집책들이 IDS홀딩스 상품이 유사수신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모집책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으면서도 해당 상품의 위법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피해자연합회를 지원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지점장의 경우 자신이 투자 유치한 금액의 5%가량을 성과급으로 매달 받아왔다. 이 같은 구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외환거래로 연 50%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재무설계 일을 하는 보험설계사들이 이러한 고수익 상품의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모집책 중 일부는 다단계업체 구조를 이용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점장급 모집책 B씨는 자신의 부인을, C씨는 자신의 동생을 하부 모집책으로 올렸다. 실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모집책 성과급을 0.5%가량 더 받기 위해서였다.
김성훈 대표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자 모집책들은 피해자들을 안정시키려 나섰다. 피해자 D씨는 “2016년 11월 김 대표가 1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자 의구심이 들어 (나에게 상품을 소개했던) 모집책을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집행유예를 받았으니 사기가 아니며 회사 설명회를 들어보라고 했다. 실제로 지점장급 모집책이 설명회를 열었고 원금 손실이 없을 것이라 재차 주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12월 13일 김 대표는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모집책 중 일부는 IDS홀딩스 외에 다른 유사수신업체 상품을 권유하기도 했다. 피해자 E씨는 “(모집책이) IDS홀딩스에서 얻은 수익을 재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른 업체의 상품을 소개했다. 알고 보니 이미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투자상품이었다”고 밝혔다.
무죄이니 다시 유사수신업계로
2017년 12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가 모집책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에서도 기소된 것은 회사 대표뿐이다. 투자상품을 개발하거나 직접 투자자를 모았던 직원들은 수사기관의 눈 밖에 있었다. 이를 틈타 일부 직원은 새 유사수신업체를 차리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16년 4월 고수익을 내세워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투자회사 운영자 P(37)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P씨는 동료 15명과 함께 2015년 6월부터 재테크 전문가 행세를 하며 투자자 1300여 명으로부터 59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직원 출신으로 그 영업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에서 일하던 모집책 F씨는 HnA파트너스(HnAP)라는 유사수신업체 상무이사대우로 자리를 옮겼다. 박모(43) HnAP 대표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건의 양상은 IDS홀딩스와 거의 비슷하다. 2014년 FX마진거래를 통해 월 1%, 연 12% 수익률을 올리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수수료를 통해 원금보장을 한다는 내용도 같았다. 실제로 당시 HnAP의 설명자료를 보면 성공 사례로 IDS홀딩스의 전신인 ‘IDS아카데미’가 명시돼 있다. 이 밖에도 HnAP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현재 검찰이 파악한 피해액은 약 670억 원. 이 중 F씨가 유치한 투자금은 56억 원이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F씨를 다시 고소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F씨가 자신도 돈을 잃었다며 박 대표를 고소한 것. 하지만 피해자들은 F씨가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데다 HnAP 상무이사 겸 자회사 이사를 맡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F씨가 불법 여부를 알고도 투자금을 모집했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자신의 돈을 투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F씨는 2017년 1월 다시 새로운 투자업체를 설립해 HnAP의 채권 양수에 나섰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F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HnAP 채권이 새 업체로 넘어가면 피해자들의 투자금 반환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F씨는 피해자와 접촉해 채권 양도와 소송 진행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면 손해액 일부를 벌충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합리적 투자로 피해자들의 손해가 복구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F씨가 설립한 업체는 아직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F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와 개인 e메일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면 금전적 손해는 물론, 채권 양도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모집책들을 엄벌하지 않으면 관련 범죄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G씨는 “모집책과 동네 친구로 약 20년간 친하게 지냈다. 같은 동네 주민인 만큼 원수가 된 지금도 종종 마주친다. 하지만 (모집책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모집책이) 미안하다며 다른 미인가업체의 상품을 통해 손해를 벌충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내 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