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하던 한류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요즘,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잇템’이 탄생했다. 대규모 콘서트장에서 유용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틱 ‘망고스틴 스윙(mangosteen swing)’이 그것. 일명 ‘문재인 시계’로 유명해진 시계 제조·유통 전문기업 ㈜거노코퍼레이션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망고스틴 스윙을 만들었다.
2017년 12월 26일 망고스틴 스윙의 탄생 배경과 문재인 시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자 서울 금천구 가산동 거노코퍼레이션 사무실로 향했다.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한 김건호(50)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사무실 벽에 걸린 3개의 상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최근 망고스틴 스윙은 국내외 주요 디자인 어워드 3관왕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먼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2017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Winner)’를 수상했고, 아시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2017 K-디자인 어워드’에서 ‘골드위너(Gold Winner)’를 받은 데 이어 최근 ‘2017 굿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했다.
굿디자인 어워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자인상으로 198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상품의 외관, 기능, 재료,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디자인 우수성이 인정된 상품에 ‘GD’ 마크를 부여하며 호주 굿디자인과 상호인증으로 ‘GDA’ 마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상품 개발은 2016년 산업자원통상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주최한 ‘한류를 활용한 해외시장 개척 아이템 공모’에 참여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요즘 콘서트장에 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야광봉이잖아요. 망고스틴 스윙은 단순히 불만 밝히는 게 아니라 광원의 잔상 효과를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허공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습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다양한 문구를 입힐 수 있어요. 문구 입력란에 ‘워너원 짱’ ‘EXO 오빠 멋져요’ ‘BTS 너뿐이야’ 등 다양한 글자를 넣을 수 있죠.(웃음)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하나의 문장을 만들 때는 ‘팀 스윙’ 버전을 선택하면 돼요.”
문구 · 색깔 마음대로 지정
잔상 효과를 이용해 허공에 글자나 모양을 만들어내는 LED 스틱 ‘망고스틴 스윙’.
스틱 뒷면에 충전식 배터리가 장착돼 있고, 손에 쥐고 흔드는 과정에서 스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손목에 걸 수 있는 가죽끈을 달았다. 탈부착이 가능한 가죽 끈은 야외 레저 활동 중 조명으로 사용할 때도 편리하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 덕에 망고스틴 스윙은 총 27건의 지식재산권(특허 등록·출원, 디자인 등록·출원, 상표 등록·출원)을 획득했다.
이쯤 되면 김 대표를 ‘굿즈계의 아이디어맨’라고 부를 만하다. 망고스틴 스윙은 한류 열풍의 매개체로 상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먼저 B2B(Business to Business)로 양산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거노코퍼레이션은 2018년 상반기 아이돌 기획사 및 한류 콘텐츠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상품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돌 콘서트장뿐 아니라 팬클럽 모임, 제작발표회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작은 스틱 하나로 한류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이 없죠.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수출 작업을 함께 진행 중이에요. 향후 제품 인지도가 올라가면 개인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게끔 유통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LED 스틱은 어두운 곳에서 조명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캠핑, 하이킹, 등산 등 레저·스포츠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파티, 데이트 등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만하죠.”
여성 주얼리 시계 ‘망고스틴 서울’ 인기
1999년 설립된 거노코퍼레이션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 기념품 시계를 납품하는 업체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일반인은 청와대 기념품을 살 수 없다 보니 한때 이 손목시계는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에 판매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시계 앞면 상단부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과 함께 무궁화 문양이 들어가 있고, 하단부에는 ‘대통령 문재인’이란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다. 또한 시계 뒷면에는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인 ‘사람이 먼저다’가 각인돼 있다.
봉황과 무궁화 문양을 황금색이 아닌 로즈골드 컬러로 장식한 게 인상적인데,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통령 표장에 주로 쓰던 황금색 대신 로즈골드 컬러를 적용해 관행 타파와 변화를 표현했다. 또 돔형 유리와 양가죽 시곗줄로 부드러움을 강조해 탈권위와 유연함을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거노코퍼레이션의 대표 브랜드는 ‘망고스틴 서울’이라는 여성용 시계다. 이 브랜드는 스위스나 일본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세계 시계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현재 독일, 중국, 일본,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서울의 트렌디한 패션을 내세운 망고스틴 서울은 국내 시계 최초로 기내 면세점에서도 판매 중이다. ‘하이서울’ 브랜드 인증도 받아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내 유명 종합상사 출신인 김 대표는 젊은 시절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면 이라크·예멘·시리아 등 전장 지역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업계에서 ‘난 놈’으로 통했다. 그러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내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 발로 회사를 나왔다.
“서울 신림동 낡은 아파트에서 전화기와 팩스 한 대를 놓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당시 아내가 첫째를 임신한 상태였는데 앞으로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 막막하더군요.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 바이어가 다른 대기업 종합상사를 다 뿌리치고 저하고만 거래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죠. 그때 사업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착실하게 사업 기반을 다져나간 김 대표는 직원들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출산휴가, 학자금, 가족수당, 자기계발비 등 직원지원제도를 잘 갖춰 2016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에게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고스틴 스윙, 망고스틴 서울 제조 및 수출 업무와 더불어 새해에는 주얼리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질 좋은 제품으로 한류의 세계화, 그리고 서울의 패션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