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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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당첨되면 3억원!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 시세차익 더 커져…조합원은 부담 늘어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9-08 18: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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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약통장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무주택자는 청약통장을 쥐고 청약시장을 기웃거리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한숨을 쉬게 된다. 8·2 부동산대책으로 청약가점제가 부활했지만 가점이 낮은 20, 30대 신혼부부는 진입장벽이 더 높아졌다. 또 투기지역의 경우 매매가의 40%까지만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어 가점은 높아도 돈이 부족해 분양가를 맞추지 못하는 40, 50대 중·장년층은 은행 대신 다른 자금줄을 알아보러 다닌다. 

    이런 가운데 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은 더욱더 그림의 떡이 됐다. 서초구 반포동의 옛 신반포6차 아파트 자리에 들어설 예정인 신반포센트럴자이는 일반분양이 예고되기 전부터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서울지하철 3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 대표적인 ‘백세권’(백화점 인근 지역) 아파트로 교통, 인프라, 학군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 9월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마련된 신반포센트럴자이 본보기주택에는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사람이 몰린 데는 저렴한 분양가도 한몫했다. 7월 사전 분양설명회에서 GS건설 관계자들은 “지난해 분양한 신반포자이의 프리미엄이 1억 원가량 붙었고, 현재 반포지역 시세가 3.3㎡당 평균 48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4000만 원대 후반에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GS건설은 예상을 깨고 분양가를 3.3㎡당 425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신반포센트럴자이 분양홍보 담당인 ㈜더피알커뮤니케이션의 강현구 본부장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 방침에 맞춰 분양가를 낮췄다”며 “부동산 경기가 요즘처럼 좋지 않으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따라 시세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데, 신반포센트럴자이가 주변 시세를 올리는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본보기주택에는 사흘 동안 2만5000명이 몰렸다. 2순위 청약접수까지 열어뒀지만 1순위 청약접수에서 마감될 것으로 보였다. 1순위 경쟁률도 인근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강 본부장은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당첨만 되면 3억 원가량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본보기주택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도 청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가 집단대출을 막았지만 신반포센트럴자이는 건설사 보증으로 신한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케 했다. 그 덕에 자금이 부족한 사람까지 청약에 나설 기회를 얻었다.





    “집 있어도 일단 넣어봐야죠”

    남편, 자녀와 함께 본보기주택을 찾은 30대 여성은 “집이 있기는 하지만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와 둘러보러 나왔다”며 “1순위 청약통장이 있어 일단 넣어보려 한다. 84㎡는 75%까지 가점제로 뽑고 나머지 25%는 추첨으로 선발한다니 운 좋으면 당첨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40대 여성은 “무주택자라 가점이 높겠지만 물량이 142가구로 워낙 적은 데다 마음에 드는 84㎡는 20여 가구밖에 없어 당첨은 안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시세보다 싸게 나왔고 믿을 만한 건설사가 좋은 입지에 짓는 아파트라 접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손해를 보게 됐다.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 본부장은 “분양가 책정은 건설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조합 승인이 필요하다”며 “이번 저가 분양에 대해 해당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도 일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해 합의했다”고 말했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인 신반포센트럴자이는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췄지만 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 모양새다. 9월 5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 개선 내용을 포함한 후속 부동산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공택지에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민간택지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9월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적용됐다 2015년 4월 이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조건이 엄격해져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이번 후속 대책 발표에서 “현행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는 사실상 적용이 어렵다는 비판을 고려해 제도 적용 요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적용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선정 기준을 살펴보면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0% 이상이거나 △연속 3개월간 청약경쟁률이 20 대 1을 초과하거나 △최근 3개월간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경우 적용됐다. 그러나 집값이 연간 40% 이상 뛰는 경우는 거의 없고, 청약경쟁률 기준도 분양이 없던 달을 포함하면 연속 3개월간 20 대 1을 넘기는 어렵다.



    개정된 분양가 상한제, 로또 기대감 증폭

    이에 정부는 앞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가운데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경우 △최근 12개월간 해당 지역 평균 분양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힌 경우 △분양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 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 청약경쟁률이 10 대 1을 초과한 경우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가운데 하나에 포함되는 지역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표 참조). 이 같은 기준은 9월 8일 입법예고된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10월 말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분양가 상한제 시행 조건에 따라 지난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던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12개 구 투기지역에서 노원구를 제외한 11개 구와 동작구,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이다. 따라서 하반기 분양을 앞둔 개포시영(래미안강남포레스트), 청담삼익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3.3㎡당 평균 5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인근 반포주공1단지, 반포경남, 신반포15차 등 재건축 대어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3.3㎡당 4000만 원대 초반에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시세가 약보합세를 유지한다면 2년 뒤 일반분양 당첨권의 시세차익은 3.3㎡당 평균 1000만 원으로 3억~4억 원까지 누릴 수 있다. 특히 이들은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여서 시세차익을 이보다 높게 전망하는 이도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9월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가 그다지 로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포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강하다 보니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이후 분양하는 물량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신반포센트럴자이 분양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당첨을 노려볼 수 있다. 청약은 한 번 당첨되면 5년간 재접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분양 시기와 전략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 자체가 연기될 공산도 크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이후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분양 시기를 미뤘다. 이로 인해 한동안 분양이 끊겼다.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재건축 주택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강남권 사업시행인가 사업장은 2006년 14곳에서 2007년 2곳, 2008년 1곳, 2010년 2곳으로 확 줄었다.

    건설사는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건설 비용을 높여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산 금액 이하로 제한된다. 이 중 택지비는 해당 민간택지의 감정평가금액에 택지 가산비를 더한 값으로 산정된다.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를 더한 금액으로 정해진다. 여기서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는 이견 없이 고정값으로 결정되지만, 택지 가산비와 건축 가산비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양가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건설사들의 이 같은 눈치 보기로 분양이 미뤄지면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공급 부족은 자연히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또다시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악순환이 우려된다. 온라인 주택거래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의 김은진 리서치센터 팀장은 “물론 다른 변수도 봐야겠지만 수급만 놓고 따지자면 3~4년 뒤 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공급대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지연, 공급 부족 등 우려

    분양가 상한제를 바라보는 조합원의 속은 타들어간다. 일단 정부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는 초과이익환수제도 처음 시행된다. 여기에 10월 이후 분양가 상한제까지 덮치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남구 개포동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없도록 막았는데, 이런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 가치가 없다”며 “조합원은 입주 때까지 팔지도 못하고 들고 있어야 한다. 3~4년 바라보고 여유자금으로 접근한 이들이야 상관없지만, 투자한 사람은 진행이 빨리 되기를 원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조합원이 많긴 하지만,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곳은 앞으로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강화하면서 전매가 불가능하도록 막았다. 재건축 조합원 가운데 장기적으로 입주를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한 사람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재건축 진행이 늦어질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아파트를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자고 사업을 계속 연기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은 시장 관망세로 돌아설 개연성이 크다. 김 팀장은 “이런 단지들은 여러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재건축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향후 규제 완화를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분양가 상한제의 순기능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세는 변동하지만 분양가는 고정됐기 때문에 집값을 안정화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염두에 둔 지역은 강남 같은 특수시장이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은 고공 행진해왔다. 집값을 떨어뜨리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분양가를 인하함으로써 인근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차단해 시세를 안정화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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