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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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김상하의 이게 뭐Z?] 비둘기가 인간이 된다면? 멸치가 롤러코스터를?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3-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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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에 자주 따라붙는 수식 중 하나가 ‘힙하다’는 것이다. 뭔가 특이한 한 끗을 지녔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힙한’ Z세대를 움직이게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와 신선함을 갖춘 아이디어만이 이들의 구미를 당기고 입소문으로 퍼져나간다. 이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Z세대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듯한 톡톡 튀는 콘텐츠가 많이 보인다.

    # 인간이 되고 싶은 비둘기 ‘똘비’

    유튜브 채널 ‘인간이 되자!’의 비둘기 ‘똘비’. [유튜브 채널 ‘인간이 되자!’ 캡처]

    유튜브 채널 ‘인간이 되자!’의 비둘기 ‘똘비’. [유튜브 채널 ‘인간이 되자!’ 캡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저게 사람인지 비둘기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씩씩한 비둘기를 볼 수 있다. 최근 EBS는 이런 비둘기를 모티프로 유튜브 채널 ‘인간이 되자!’를 만들었다. 비둘기 ‘똘비’와 곰 ‘웅끈이’가 인간이 되려고 좌충우돌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두 주인공이 인간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유행 밈을 익히고, 마라탕을 먹고, ‘인간 경력직’인 일타강사 정승제와 유튜버 엔조이커플을 만나는 등 시리즈가 이어진다. 그중 똘비는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포스터를 보고 좌절하는 등 은은하게 돌아 있는 캐릭터라서 벌써부터 “제2 펭수가 될 것 같다”는 호평이 나온다. 아직은 구독자 6000명 수준에 불과한 채널이지만 ‘인간이 되고 싶은 비둘기’라는 콘셉트에 진심인 데다, Z세대를 중심으로 이 채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향후 큰 인기를 구가하지 않을까 싶다.

    # ‘예절숏’ 찍을 포토카드 두고 왔다면

    ‘포토메이커’ 필터로 만든 ‘예절숏’ 예시. [인스타그램 @berryveryloveyou 캡처]

    ‘포토메이커’ 필터로 만든 ‘예절숏’ 예시. [인스타그램 @berryveryloveyou 캡처]

    아이돌 팬덤에 ‘예절숏’이라는 말이 있다. 덕질을 하지 않는 사람에겐 생소할 수 있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의 포토카드를 넣어 사진을 찍는 것을 의미한다. 유래는 불명확하지만 ‘덕후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이라는 뜻에서 예절숏이라고 부르며, 이를 SNS에 올린 뒤 서로 구경하고 노는 게 팬덤 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깜빡하고 포토카드를 집에 두고 온 팬들을 위한 필터도 등장했다. ‘베리’라는 인스타그래머(@berryveryloveyou)가 만든 필터로, 이를 활용하면 포토카드 없이도 예절숏을 찍을 수 있다. ‘포토메이커’라는 필터에 미디어 추가 버튼을 눌러 포토카드를 대신할 사진을 4:3 비율로 넣으면 바로 예절숏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팬들이 소중한 포토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직접 예절숏을 찍어야 했는데, 이젠 필터를 활용할 수 있게 돼 ‘필터 천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아이디어 필터가 더욱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져 아이돌 팬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 롤러코스터 탄 멸치가 컵라면으로

    내 안에 멸칼있다’ CG(컴퓨터그래픽) 콘텐츠의 한 장면. [농심 틱톡 캡처]

    내 안에 멸칼있다’ CG(컴퓨터그래픽) 콘텐츠의 한 장면. [농심 틱톡 캡처]

    최근 틱톡에서 농심의 CG(컴퓨터그래픽) 콘텐츠가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다. 농심은 2020년부터 틱톡에서 CG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해왔는데, 이번 ‘멸치 칼국수’ 광고에서 그 시도가 폭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내 안에 멸칼있다’ 콘텐츠가 그것으로, 현재 조회수 4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인천 송도를 배경으로 멸치 칼국수의 주재료인 멸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컵라면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허무맹랑한 설정일 수 있지만 영상 퀄리티가 무척 좋아 사람들이 실제 옥외광고물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을 정도다.

    사실 멸치 칼국수는 신라면 등 다른 농심 제품에 비해 덜 유명한 제품이다. 여전히 이 제품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광고로 제품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것이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옥외광고 대신 CG로 그에 준하는 효과를 냈다는 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은 ‘배홍동쫄쫄면’ 제품과 관련해서도 하늘에 나타난 애드벌룬에서 고추가 펑펑 터지는 CG 광고를 내놓았는데, 앞으로 이처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광고를 더 적극적으로 선보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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