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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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 멍냥이가 산책을 너무 좋아해요

반려동물은 나이 상관없이 산책·운동 원해… 부상 여부·컨디션 잘 살펴야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12-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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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동물은 나이와 상관없이 산책 같은 신체적 자극을 원하고 그 자극을 충족해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은 나이와 상관없이 산책 같은 신체적 자극을 원하고 그 자극을 충족해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사람에 비해 수명이 짧은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빠르게 노령견, 노령묘가 됩니다. 통상 반려묘는 8~9세부터 중년, 13세부터 노년에 접어든 것으로 봅니다. 반려견은 몸집이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수명이 짧기에 구분에 약간 차이가 있는데요. 소형견(10㎏ 이하)은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중형견(11~25㎏)은 7~8세부터 중년, 10~11세부터 노년으로 분류됩니다.

    관절 걱정된다면 수영 적절

    노령견을 기르는 보호자는 반려견의 체력 수준을 파악해 반려견용 유모차 등 이동 보조수단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GettyImages]

    노령견을 기르는 보호자는 반려견의 체력 수준을 파악해 반려견용 유모차 등 이동 보조수단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GettyImages]

    노령견, 노령묘를 기르는 보호자가 흔히 오해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이 든 반려동물은 산책이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적 자극을 원하고 이를 충족해주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노령인 반려동물에게 충분한 신체활동 시간을 제공하되 부상을 입거나 컨디션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합니다.

    반려견의 경우 노년에 접어들면 선호하는 산책 방식에 변화가 생깁니다. 여전히 산책을 좋아하지만 예전처럼 오래 걷기나 뛰기가 힘들다 보니 짧고 정적인 산책을 원하는 것입니다. 이때 보호자는 반려견의 체력 수준을 미리 파악해 산책 거리, 이동 보조수단 지참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갔다 돌아올지, 돌아올 때 반려견용 유모차가 필요하지는 않을지 등을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15세 이상 아주 고령인 반려견은 냄새 맡기 같은 사회적 환경 탐색 능력을 잃은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는 반려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려견용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려견의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체력을 아끼면서 외부 환경 자극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는 거죠. 서로 다른 나이의 반려견을 여러 마리 기르는 집은 이동 보조수단이 필수입니다. 연령별로 선호하는 산책 방식이 다른 만큼 모두가 즐거운 산책을 하기 위함입니다.



    산책을 대체할 만한 운동으로는 수영이 있습니다. 노령견이 산책을 너무 좋아해 함께 나가기는 하지만 관절 건강이 우려된다는 보호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푸들, 치와와, 포메라니안 등 태생적으로 관절이 약한 견종을 기르고 있다면 더 그럴 텐데요. 이때는 수영을 시도해볼 것을 권합니다. 수영은 관절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관절 주변 근육을 발달시킵니다. 최근 노령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수영시설이 늘고 있고 집에서도 욕조, 미니 풀장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유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수영은 노령 반려묘에게도 좋습니다. 물에 거부감이 없는 이른바 ‘수속성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면 도전해봄직 합니다.

    고강도 훈련은 지양해야

    노령 반려동물이 지양해야 할 운동도 있습니다. 어질리티, 프리스비, 플라이볼 같은 고강도 훈련이 그것입니다. 어릴 때 이 같은 훈련을 잘 수행한 반려견이라도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활동의 기준은 ‘웰빙(well-being)’에 맞춰져야 합니다. 고령인 반려견이 이 같은 훈련을 계속하기를 원하더라도 서서히 강도를 낮춰가는 것이 좋습니다. 프리스비, 플라이볼을 던져줄 때 높이를 낮추거나 너무 멀리 보내지 않는 등 반려견의 체력 수준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다른 운동에 흥미를 붙이도록 유도할 것을 권합니다.

    반대로 노년에 접어들면서 아무런 신체활동을 하지 않으려는 반려동물도 있습니다. 이전에 다친 경험이 있는 노령 반려동물이라면 통증에 대한 불안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할 때 두려움이 앞설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억지로 움직이게 하지 말고 보호자가 직접 도움을 주는 게 좋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 엉덩이를 받치거나 걷기 힘들어할 때 안아주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보호자를 향한 반려동물의 신뢰가 커지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움직일 의지를 갖게 될 것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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