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

“풍수는 거대한 정치행위였습니다”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6-05-10 13: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두규교수(우석대 인문학부)는 공식적으로는 독문학자다. 한국외대 독일어과와 동(同)대학원을 나와,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맨발 소녀’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같은 독일 소설을 번역했고 ‘독일 농민문학사’를 저술할 정도로 독일 문학에 해박하다.

    하지만 김교수는 풍수학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풍수학교에서 답사를 벌일 때면 어김없이 핸드마이크를 잡은 그가 나타난다. 거무튀틔한 얼굴 때문에 촌스러워 보이지만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그는 “좌청룡 우백호” 운운하는 일반 풍수론을 뛰어 넘어, 그 묘소의 주인공이 겪었던 당시 정치 상황까지도 적확히 풀어나간다. 김교수는 정치사 속에 녹아 있는 풍수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고려 때 이 땅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풍수는 ‘비보(裨補) 풍수’였다. 비보풍수란 지세가 약한 곳에 탑이나 절 등을 세워 보강해줌으로써, 그곳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케 하는 ‘고쳐 쓰는 풍수’다. 조선 초기의 풍수는 치국을 위한 풍수였다. 여기에 터를 잡음으로써 큰 국(局)을 운영하겠다는 야심이 조선 초기의 풍수에는 깔려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당시의 풍수가들은 튼실한 학문적 지식을 갖춰야 했다. 이러한 풍수는 근본적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추구하기 때문에, 풍수 논의는 거대한 정치행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풍수는 발복을 노리는 특정인의 묏자리를 잡아주는 사술(邪術)로 전락했다. 김교수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래서 국태민안을 위한 풍수를 되살리기 위해 그는 이 책을 저술했다. 큰 국의 풍수를 거론한 풍수사들의 학문적 기반은 무엇이고, 자신의 이론을 실증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되살림을 통해 김교수는 ‘풍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살아 있는 풍수를 거론할 때 김교수의 눈은 더욱 반짝거린다.



    책과 저자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