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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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의적인가 악당인가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입력2006-07-12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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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꺽정’ 이야기는 벽초 홍명희라는 걸물에 의해 워낙이 높디높은 ‘태산’으로 쌓인 터. 그래서 웬 만한 후배작가들로서는 ‘임꺽정’이란 캐릭터를 갖고 그 높은 산등성이를 넘어갈 엄두를 못내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서점가에는 두 사람의 중진 작가가 바로 이 임꺽정을 갖고 나란히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그 한 권이 조해일의 ‘임꺽정에 관한 일곱 이야기’(책세상 펴냄). 이미 86년에 한 차례 출간됐다가 새롭게 손질해 개정판을 낸 이 책은 허순의 ‘근기야록’을 토대로 하여 쓰였다. ‘소설’이라기보다 짤막한 ‘이바구’들의 모음이라고 보는 편이 맞춤한 일곱 개의 이야기는 서술자의 구구한 ‘설명’을 가능한 배제한 채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생동감 있는 ‘입말’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게 특징. 그래서 문학평론가 고 김현은 이 책을 두고 “알맞게 굳은 찹쌀떡처럼 맛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감칠맛 넘치는 글솜씨, 속도감 있는 진행으로 입에 착착 달라붙은 작품이다. 조해일의 ‘임꺽정’이 벽초의 그것을 본보기 삼아 철저히 영웅적으로 그려졌다면, 구효서의 ‘임꺽정’은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뒤집은 파격적인 인물이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악당 임꺽정’(해냄 펴냄, 전2권). 구효서는 지금까지 ‘의로운 도적’으로 그려져 온 임꺽정을 “신분 해방이라는 대의를 빌미로 자신의 권력쌓기에 골몰한 추악한 인물”로 변신시킨 것이다.

    “임꺽정 이미지에 대한 반복과 답습은 오히려 벽초의 아름답던 동기와 이유까지 반감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꺽정에 대한 이미지 해체, 이미지 모반을 시도했다”는 게 저자의 변. 이같은 시도의 당연한 결과로, 이 작품에는 기존의 임꺽정 전설과는 무관한, 작가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에피소드가 상당 부분 삽입됐다.

    주인공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글을 풀어나가는 속도나 문체는 서로 다르지만, ‘현재의 정치판과 사회에 대한 풍자’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저자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작품 공히 임꺽정이 활동했던 시기의 혼란스런 사회 분위기, 위정자에 대한 민중의 불신을 은근히 오늘의 우리 현실과 빗대어 표현하고, 고발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벽초를 통해 ‘임꺽정’을 만나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두 권의 ‘또다른 임꺽정’ 읽기는 제법 흥미로운 비교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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