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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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개문화와 닮은꼴 컨템포러리 아트

  • 최광진 미술평론가·理美知연구소장

    입력2008-03-12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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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개문화와 닮은꼴 컨템포러리 아트

    백남준 작 ‘TV 첼로’.

    김치찌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김치찌개뿐 아니라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생선찌개, 부대찌개 등 한국 사람들은 시원한 국물 맛이 나는 찌개를 좋아한다. 찌개는 출처가 다른 여러 음식을 한데 모아 열을 가해 음식의 개성을 중화시켜 ‘시원한 맛’을 내는 음식이다. 이때 시원하다는 것은 차다는 의미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독특해서 형언할 수 없이 좋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컨템포러리 아트는 이런 찌개문화의 속성과 매우 유사하다. 컨템포러리 아트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처럼 과거의 문화나 출처가 다른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해 찌개처럼 한곳에 모아놓고 텍스트로 짜듯 작품을 만든다. 작가들은 이제 더 이상 창조자가 아니라 조직자이고, 작품은 수많은 의미의 가능성에 개방된 다차원적 공간이다.

    그러나 무조건 섞는다고 다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섞여서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잘 끓인 찌개에서처럼 각 개체들의 궁합과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형언할 수 없는 ‘시원한 멋’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어떤 대상이나 이야기를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섞어 만든 찌개에서 돼지나 김치의 고유성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되듯, 컨템포러리 작품들은 개체의 고유성이 중화된 절묘한 멋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감상자는 컨템포러리 작품에서 특정 대상과의 닮음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의 궁합을 파악하고, 특정 의미에 귀속되지 않는 몽롱하고 독특한 멋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컨템포러리 아트는 우리에게 유전적으로 친숙한 문화가 틀림없다. 백남준이 세계적 거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특유의 찌개문화 유전자가 물을 만나 개화됐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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