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9

2014.03.17

비예능인의 반전… 시청률 빵빵 터져

허 찌르는 예능 캐스팅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입력2014-03-17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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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예능인의 반전… 시청률 빵빵 터져

    배우 김주혁(왼쪽에서 두 번째)은 KBS 2TV ‘1박 2일’에서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의 한 수’라는 말이 있다. 방송가에서는 예상 밖 신통한 성적을 낸 기발한 캐스팅을 이렇게 표현한다. 최근 화제인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시즌3’(‘1박 2일’)과 MBC ‘일밤’의 ‘진짜 사나이’, 그리고 ‘나 혼자 산다’는 모두 ‘신의 한 수’ 덕을 톡톡히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1박 2일’에는 예능과 거리가 멀던 배우 김주혁이 출연한다. 그는 얌전하고 점잖은 외모와 180도 다른 반전 재미를 선보이며 시청자와 가까워지고 있다. 오랫동안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았으나 지난해 꽤 긴 침체기를 겪어야 했던 ‘1박 2일’이 요즘 제2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는 김주혁의 공이 크다. 사극 등 묵직한 드라마와 달달한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던 그는 ‘1박 2일’에서 특유의 감미로운 이미지를 벗고 작정한 듯 망가진다. 뻔뻔하게 영구 표정을 짓거나 몸 개그를 선보이는 등 엉뚱한 ‘허당’ 캐릭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반전은 시청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허당’부터 ‘군대 무식자’까지

    비예능인의 반전… 시청률 빵빵 터져

    ‘군대 무식자’ 캐릭터로 MBC ‘진짜 사나이’ 코너에 새로운 재미를 가져온 슈퍼주니어-M 멤버 헨리.

    ‘진짜 사나이’에서 맹활약하는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M의 멤버 헨리도 눈에 띈다. 캐나다 출신으로 한국어가 서툰 헨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낯선 한국 병영문화를 체험한다. 첫날 선글라스와 요가매트를 넣은 큼지막한 트렁크를 끌고 군부대에 입소해 ‘군대 무식자’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즉시 확실한 캐릭터를 잡으며 예능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한국 병영문화에 대한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는 데다 늘 어설픈 모습이 군대 특유의 딱딱한 문화와 부딪히며 돌발 상황들을 빚어낸다. 황당한 그의 매력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최근 인기가 다소 주춤하던 ‘진짜 사나이’는 헨리의 등장으로 다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나홀로족’의 일상을 그리는 ‘나 혼자 산다’도 최근 프랑스 태생 배우 파비앙을 투입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외국인 파비앙이 능숙하게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한국인 전현무의 요리 솜씨를 타박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줬다. 그의 한국 독거생활 적응기는 김광규, 데프콘, 전현무 등 기존 멤버와는 확실히 다르다.



    세 프로그램 모두 출연진에 변화를 준 뒤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제작진은 이런 보석 같은 예능 새내기를 어떻게 발굴한 걸까. 먼저 김주혁을 캐스팅한 ‘1박 2일’ 류호진 PD는 김주혁 소속사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김주혁을 사석에서 만나 세심하게 관찰한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통하리라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류 PD는 “먼저 사람이 참 좋았다. (‘1박 2일’ 시즌1과 시즌2에 리더 격으로 출연했던) 방송인 강호동이나 배우 김승우처럼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갈 성격은 아니었지만, 은근슬쩍 농담을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바로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주혁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도 “김주혁이 평소 조용하긴 하지만 순간순간 엉뚱함이 나오는 성격이라 예능과 잘 만나면 터질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1박 2일’을 통해 이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관계자의 추천을 통해 새로운 예능 스타를 발굴하게 된 사례다.

    최근 ‘예능 대세’로 확실히 자리 잡은 헨리의 캐스팅은 ‘진짜 사나이’ 제작진이 외국인 샘 해밍턴과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인 어리바리한 박형식을 합쳐놓은 듯한 캐릭터를 적극 물색한 결과다. ‘진짜 사나이’를 연출하는 김민종 PD는 “헨리를 직접 만나보니 솔직하고 자유분방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헨리가 군대에서 차츰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볼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헨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에서 보이는 헨리 캐릭터는 평소 그의 모습과 똑같다. ‘어쩜 저렇게 본인 모습이 그대로 반영됐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제작진의 전략적 선택이 성공한 사례다.

    신선한 매력에 시청자 공감대

    비예능인의 반전… 시청률 빵빵 터져

    프랑스 태생 배우 파비앙을 캐스팅해 시청률 반등에 성공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파비앙도 제작진이 적극 발굴한 경우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애초 프로그램 기획 취지가 다양한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다면, 또 다른 부류의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가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덜었으면 했던 것”이라며 “좀 더 나아가면 후자 중에는 당연히 소수자나 외국인도 있지 않겠나. 이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파비앙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의 성공은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캐스팅으로 이어진 결과다.

    ‘신의 한 수’가 된 이 세 캐스팅의 공통점은 출연자가 모두 예능 문법에 익숙지 않은 비예능인이라는 점이다. 비예능인의 예능 진출이 예능인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긴 하지만 예능 연출자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신선함 때문이다.

    한 지상파 예능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방송 환경에 익숙한 전문 예능인보다 비예능인에게 특화된 방송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 예능인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비예능인의 예능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비예능인의 방송 출연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큰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런 현상은 예능 프로그램 파워가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방증”이라며 “과거엔 비예능인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기피했지만,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매력이나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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