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4

2008.02.26

“니들이 상하이 게맛을 알아”

만두·닭·새우 등 중국 전통 요리 총집합 그중에서도 세계적 명성 ‘게 요리’ 백미 손꼽혀

  • 조창완 작가· ‘차이나 소프트’ 저자 jochangwan69@hanmail.net,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사진&자료 상하이관광청 www.shanghaitrip.net

    입력2008-02-20 1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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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이 상하이 게맛을 알아”

    중국의 경제수도인 상하이는 요리의 수도이기도 하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 가이드에게서 중국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찬미하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중국 사람들은 평생 세 가지를 못해보고 죽습니다. 하나는 수십만 자에 이르는 한자(漢字)를 다 익히지 못하고, 또 하나는 거대한 중국 땅을 다 여행해보지 못하고, 마지막은 헤아릴 수 없는 중국요리를 전부 맛보지 못하고 죽는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바로 상하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상하이만 꼼꼼히 돌아다녀도 대륙의 유명한 음식을 대부분 맛볼 수 있다”며 조용히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상하이는 ‘중국 10대 음식’에 속하는 상하이 음식의 본고장이지 않은가!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수도다. 대개 중국 사람들은 돈을 벌면 가장 먼저 먹는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는 중국의 소문난 요리사들이 가장 선망하는 지역 중 하나다. 과거엔 홍콩이 큰 음식 경연장이었던 반면, 지금은 상하이에 가서 문을 열고 자신들의 실력을 가늠한다.

    전국의 갖가지 음식이 집결했다지만 상하이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음식은 역시 상하이 음식의 자존심인 게 요리다. 상하이 게는 따자시에(大閘蟹)라고 부른다. 상하이 게의 최고봉은 양징후(陽澄湖)에서 나는 게다. 이곳은 영양분이 풍부한 데다 상하이에서 멀지 않아 신선하고 질 좋은 게가 나온다. 게를 먹기 가장 좋은 때는 10~11월이다. 이때 게들은 영양분을 가득 함유하고 산란을 준비한다. 배 안에는 누런 알이 차는데 그 빛이 밖에서 보일 정도다.



    “니들이 상하이 게맛을 알아”

    상하이 게 요리인 따자시에는 가을에 제 맛이 난다.

    게 요리집 ‘왕바오허지우지아’ 260여 년 전통

    양징후에 게가 살찌는 가을을 ‘홍루몽’의 작가 조설근(曹雪芹)은 “엄지발을 묶어 쌍쌍이 아름다운 옥(게)이 차면, 요철(게를 먹는 도구)을 든 손에는 향기가 스미네( 封娜玉雙雙滿賣凸紅脂塊塊香)”라고 묘사했다. 사실 상하이 게는 천정부지인 가격과 달리 먹을 수 있는 양은 매우 적다. 따라서 게를 맛있고 효과적으로 먹을 수 있는 도구가 여덟 가지나 된다. 작은 망치, 가위, 집게 등이 그것이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깨끗한 증기에 찌는 칭쩡(淸蒸)이 있고, 파와 생강을 볶는 총장차오시에(?姜炒蟹)도 게의 비린맛을 없애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따라서 여행하기에도 좋고 게가 익는 10월이면 홍콩이나 대만은 물론 상하이의 요리 마니아들이 달려와 게 요리를 즐긴다. 이때부터 상하이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고단백의 상하이 게와 샤오싱(紹興) 황주(黃酒)로 보신(補身)하는 게 상하이인들의 겨울 준비다. 다만 게라고 해서 다 상하이 게는 아니다. 시장엔 온갖 ‘짝퉁’ 상하이 게가 널려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양징후 200여 게 농가에서 나는 2000여t의 게 껍데기엔 ‘양징후따자시에(陽澄湖大閘蟹)’라는 표식이 돼 있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갈 수 있는 곳은 상하이의 유명 게 요리 전문점이나 게 판매장이다.

    상하이 게 요리로 가장 유명한 집은 난징루 남단의 푸저우루(福州路)에 자리한 왕바오허지우지아(王寶和酒家)다. 이곳은 상하이 게 요리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청나라 건륭 9년(1744)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문을 열면서 상하이 게 요리를 전파한 일종의 원조격이다. 주의할 점은 높은 가격이다. 보통 게 한 근(500g)에 280위안인데 한 사람이 세 근은 먹어야 양에 찬다. 결국 한 사람이 우리 돈 10만원은 소비해야 그나마 먹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보다 역사는 짧지만 신광지우지아(新光酒家)의 게 연회도 이름 높다. 홍치아오디엔(虹橋店), 톈진루디엔(天津路店), 헝산루디엔(衡山路店) 등도 유명하다. 이런 음식점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상하이 게를 즐기지 못할 것은 없다. 상하이의 대형 마트에선 때가 되면 항상 상하이 게를 판매한다. 대형 마트들은 자기 브랜드를 걸고 영업하는 만큼 품질에도 신경을 쓴다. 이마트나 까르푸도 무방하다. 이곳에서 게를 구입해 호텔이나 숙소에 가서 쪄먹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맛 샤오롱만토우 여행객 발길·입맛 잡아

    상하이 여행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샤오츠(小吃)나 디엔신(點心)이라 불리는 작은 먹을거리들이다. 여행자들은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부담되는 전통 요리보다는 쉽게 즐길 수 있는 작은 먹을거리를 선호하는데, 상하이는 그런 면에서 여행자들에게 천국이다.

    우선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은 먹을거리는 샤오롱만토우(小籠饅頭)다. 이 만두는 이름처럼 작은 대나무 조롱에서 익는 음식이다. 원래 중국에서 만토우는 속에 내용물이 없는 것인데, 상하이의 샤오롱만토우는 속이 꽉 차 있다. 따라서 만토우라기보다는 빠오즈(包子)나 지아오즈(餃子)로 불러야 하는데도 이렇게 불린다. 어떻든 이름을 떠나 샤오롱만토우는 상하이 여행자들이 즐기고 가지 않으면 안 될 먹을거리로 취급받고 있다.

    샤오롱만토우의 최고봉은 위위안(豫園) 구곡교(九曲橋) 앞에 자리한 난샹만토우디엔(南翔饅頭店)이다. 이곳 만두는 껍질이 얇고, 속 국물이 신선할 뿐 아니라 고기가 야들야들해 상하이인들도 줄을 서서 먹는다. 특히 상하이인들은 해를 보낼 때 만두점 옆에 서 있는 청황먀오(城隍廟)의 완화등(完花燈)을 보고, 이 집 만두를 먹는 것이 전통이어서 줄은 더욱 길어진다.

    이 가게는 3층으로 돼 있는데, 1층은 1롱(籠)에 16개 든 돼지고기 만두를 10위안에 팔며 테이크아웃이다. 2층엔 의자가 있고 역시 1롱(16개)에 18위안 하는 게살만두를 맛볼 수 있다. 3층은 최상급으로 특제 게살만두를 비롯해 다양한 만두 세트를 80위안에 먹을 수 있다. 샤오롱만토우는 얇은 만두피 안에 뜨거운 육즙이 들어 있는 만큼 충분히 식은 뒤 먹어야 입천장이 벗겨지는 ‘참사’를 면할 수 있다.

    역시 즐거운 작은 먹을거리로 성젠만토우(生煎饅頭)가 꼽힌다. 이 음식은 일반 만두와 비슷하지만 채소의 조리를 덜해서 신선한 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유명한 가게는 차이지성젠(蔡記生煎)인데, 난징루 보행거리에서 멀지 않은 윈난중루에 있다.

    너무 달아 우리에겐 좀 익숙하지 않지만 상하이의 가장 유명한 작은 먹을거리는 선다청(沈大成)의 케이크들이다. 이 집은 작은 만두로 일가를 이뤄 난징루 최고 번화가에 점포를 두었을 만큼 번성을 누리고 있다.

    “니들이 상하이 게맛을 알아”

    1_ 상하이의 별미인 샤오츠 요리.<br>2_ 칭둔스즈토우 요리. ‘맑은 물에 고운 게와 사자머리’라는 뜻으로 수나라 때 유래된 상하이 대표 요리다.<br> 3_ 상하이를 대표하는 요리인 샤오롱만토우.



    매운맛 파바오라장이면 밥 한 공기 뚝딱

    중국에서 닭 요리는 비교적 귀한 음식에 든다. 우리나라처럼 보양식으로 즐기는 오골계도 있지만 중국 요리에서 닭은 냉채(冷菜)라도 많이 먹는다. 상하이 닭 요리의 대표격으로는 전딩지(振鼎鷄)의 싼황지(三黃鷄)가 꼽힌다. 향이 우리나라와 좀 다르지만 닭고기를 좋아한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이 요리는 청나라 때 민간의 음식점에서 시작됐다. 양념 없이 삶은 닭을 찢기 편하게 올려두고 가게 특유의 샤즈장요우(蝦子醬油)에 찍어 먹는다.

    상하이인들은 짜게 먹지만 맵게 먹는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파바오라장(八寶辣醬)이라 불리는 요리인데, 상하이에서 가장 매운맛이 강하다. 고추로 기본 소스를 하고 새고기, 육고기, 과일에 녹두나 새우 등을 같이 해서 만든 파바오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손쉽게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기에 좋은 음식이다. 파바오라장으로 유명한 가게 중 하나가 뤼보랑(綠波廊)이다.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지역에 구별이 없는 수이징샤런(水晶蝦仁)도 상하이에서 시작된 유명한 요리 중 하나다. 살찐 강새우를 상하이 특유의 비법으로 볶아 요리하는 수이징샤런은 맛뿐 아니라 영양도 최고라 할 수 있다.

    칭둔스즈토우(淸燉獅子頭)도 상하이가 자랑하는 이름난 음식이다. 이젠 인스턴트 식품으로도 나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상하이만의 특색을 지닌 음식이다. 완자를 닮은 이 요리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상하이 게 요리의 주인공인 따자시에의 전분이다. 전분과 돼지고기를 가늘게 다듬어 석류만한 크기로 만든다. 이후 가게만의 노하우로 충분히 익혀 내는 요리다. 이 요리의 또 다른 주의사항은 계절에 따라 원료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봄에는 강조개(河蚌獅子頭)를, 청명 전후로는 죽순(筍獅子頭)을, 여름엔 당면(面筋獅子頭), 가을엔 게(蟹黃獅子頭)를 주원료로 해야만 보양에도 좋다.

    상하이 주요 먹자거리



    “니들이 상하이 게맛을 알아”

    상하이 난징루의 간식거리.

    푸저우루(전통 상하이 요리 백화점)

    앞서 소개한 음식점들의 원조는 상당수 푸저우루에 있다. 푸저우루는 런민광창을 가로지르면서 청스구이화짠스관의 맞은편에서 와이탄 쪽으로 가는 길의 이름이다. 첫 번째는 유명 젠빙(煎餠)집인 차이지성젠(蔡記生煎)이 있다. 다음으로는 게 요리 본가인 왕바오허지우지아(王寶和酒家)가 있다. 좀더 가면 중국 4대 요리의 하나인 화이양(淮陽) 요리의 전통 가게인 라오판짜이(老半齋)가 있다. 청나라 광서 31년(1905)에 만들어진 곳으로 장쑤성 북부에 있는 화이하이 지방과 양저우 지방 요리를 하는 곳이다. 닭 요리로 유명한 전딩지(振鼎鷄)도 이곳에 있다.

    신톈디(술집뿐 아니라 음식도 지존)

    상하이의 대표적 바(bar) 거리인 신톈디는 음식거리이기도 하다. 가로 100m, 세로 3000m 정도의 작은 광장이자 거리지만 안쪽으로 다양한 바와 음식점, 패션숍이 자리한다. 가볼 만한 먹을거리 가게로는 베이리(北里)에 스타벅스, VA BENE 이탈리아 음식점, 상하이 음식점 신즈스지우루(新吉士酒樓), 비엔나 아이스크림, 태국 음식점 톈타이(天泰) 등이 있고, 난리(南里)에는 건강식을 주로 취급하는 바이차아주안지(百草傳記), 공연과 음식을 겸한 차이디에쑤완(采蝶軒ZEN), 이차이쭈오(一茶一座), 태국 음식점 진상위안(金象苑), 딤섬으로 유명한 딩타이펑(鼎泰豊) 등이 있다.

    헝산루(인터내셔널 먹자골목)

    헝산루(衡山路)는 외국인들이 예배하는 국제예배당 주변에 형성된 음식골목이다. 이 때문에 헝산루는 상하이에서 외국인이나 외국 식당이 가장 많은 곳이다. 신톈디가 이미 박제화돼 지나치게 바가지 상혼에 빠져 있다면, 헝산루는 과거 신톈디가 주는 느낌을 대신 간직한 곳이다. 거기에 짙은 가로수길과 이국적인 바, 그리고 밤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담장 너머로 느껴지는 교회의 풍경이 여행자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지하철 헝산루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오른쪽을 보면 좀 촌스러운 느낌의 찻집 탕윈차팡(唐韻茶坊)이 있다. 고즈넉한 대나무 숲길로 들어가면 좀 비싸긴 하지만 괜찮은 차와 간식거리를 맛보면서 휴식할 수 있다.

    곳곳에 다양한 음식점이 있지만 예배당 앞에서 길을 건너면 링관광창(領館廣場)이 있는데 이곳이 가장 번화하다. 여기서는 이탈리아 음식점, 프랑스 음식점 등과 TGI 프라이데이도 있어 국제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특이한 음식도 있는데 2층에 있는 이치엔이예(一千一夜)는 이름처럼 중동요리 전문점이다. 밤 8시엔 전통 공연이 펼쳐져 분위기도 흥겹다. 우루무치 남로 양쪽에도 독특한 음식점(일본, 홍콩 등)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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